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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뇌가 그려낸 감각의 제국, 그게 바로 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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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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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더무브
올리버 색스 지음
이민아 옮김, 알마
496쪽, 2만2000원

우리가 바라보는 이 세상은 진실한 것일까, 아니면 환상에 불과한 것일까. 무슨 철학 화두 같지만 이는 자연과학, 특히 인간의 뇌와 감각을 다루는 신경과학의 학문적 주제다. 이를 화두로 평생 용맹정진한 영국 출신의 신경과 의사 겸 신경학자인 올리버 색스(1933~2015) 교수는 자서전인 이 책에서 자신의 삶을 ‘임상연구’한다.

 지은이는 “두뇌가 우주에서 가장 놀라운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두뇌를 연구하는 신경학자가 됐다. 신경이상이란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하나의 길이었다. 그래서 미국 알베르트아인슈타인의대·뉴욕대·컬럼비아대 교수로 활동하면서 두뇌질환을 앓는 환자를 관찰해 그 결과를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등 책에 담아 전 세계 독자를 사로잡았다. 신경이상으로 인간 얼굴과 사물 형태를 제대로 구분할 수 없게 된 경우 등 상상조차 하기 힘든 독특한 증세의 환자를 관찰해 문학작품으로 승화했다. 이를 통해 인지와 감각은 결국 두뇌의 작용이며, 우리가 파악하는 세계는 두뇌가 그리는 감각의 제국임을 강조했다. 아울러 치료 가능성을 가늠할 수 없는 신경질환을 앓으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인간을 보며 삶의 신비를 느끼기도 했다.

 솔직한 고백도 뒤따른다. 지은이는 이 책을 통해 커밍아웃을 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성적 취향이 아니라 삶에 대한 진지함이다. 평생 인간의 숨은 본성을 파고든 두뇌학자가 토해내는 삶의 고백이 잔잔한 감동을 불러 일으키는 이유다. 사람들에 대한 섬세한 관찰력과 통찰력도 돋보인다.

채인택 논설위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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