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택(37·외야수)은 프로야구 LG에서만 14년을 뛰었다. 그의 야구인생에 LG의 환희와 눈물이 모두 녹아 있다.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난 그는 “올해 LG는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동시에 세대교체도 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팬 사랑 덕분에 LG서 15년째 뛰어
가장 마음에 드는 별명은 ‘팬덕택’
양준혁 선배 최다 안타 기록 깨 보답
실망한 LG팬 마음 치료해주고 싶어
성적·세대 교체 두 토끼 잡을 것
2013년부터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LG는 지난해 9위에 그치면서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양상문(55) LG 감독은 6일 시무식을 갖고 새판짜기에 나섰다. 빠르고 효율적인 야구를 위해 박용택은 “팀이 원한다면 도루 30개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베테랑이 됐지만 맨 앞에서 몸을 던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 LG에서 15번째 새해를 맞았다.
- “시무식 때 그해 처음으로 유니폼을 입는다. 사실 시즌 땐 유니폼을 입기 싫은 날도 많다. 오늘(6일) 같이 시무식을 할 때는 유니폼이 반갑다. 올해는 잘 됐으면 좋겠다.”
- 지난 가을·겨울을 어떻게 보냈나.
- “성적이 좋지 않아서 10년 동안(2003~12년) 쉰 적도 있는데…(웃음). 가족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포스트시즌 경기는 챙겨보게 되더라. 하늘의 기운이 두산으로 온 것 같았다.(웃음)”
- 지난 시즌을 돌이켜보면.
- “팀도, 나도 시작부터 꼬였다. 결국 부상이 문제였다. 난 개막전 직후 A형 인플루엔자에 걸렸다.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고 험난한 시즌이 됐다. 썩 유쾌하지 않았다.”
- LG가 시즌을 너무 쉽게 포기한 건 아닌가.
- “선수들이 시즌을 포기한 건 아니다. 중반 이후에는 세대교체를 하자는 분위기로 흘렀다. 실패한 시즌은 아니라고 본다.”
- 올해도 LG를 하위권으로 평가하는데.
- “우리 콘셉트가 세대교체다. 베테랑인 내가 분발해야 한다. 후배들과 경쟁해서 이겨야한다. 성적과 세대교체를 다 성공하면 좋겠지만 하나를 택하라면 세대교체가 될 거다.”
후배들에게 박용택은 뛰어넘기 어려운 선배다. 2002년 고려대를 졸업한 뒤 LG에 입단한 그는 14년 연속으로 300타석 이상을 기록했다. 처음으로 타격왕에 오른 2009년(0.372) 이후 7년 연속 타율 3할을 넘겼다. 올해는 통산 2000안타(현재 1874개)에 도전하고 있다. 2005년엔 도루왕(43개)에 오르기도 했다.
- 양상문 감독은 ‘뛰는 야구’를 하겠다고 한다.
- “뛰는 건 자신있다. 뛰는 야구를 위해선 스피드와 센스가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의욕이 중요하다. 올해 도루 30개 정도는 할 수 있도록 준비할 거다.”
- 타격은 해마다 꾸준하다.
- “나는 무엇이든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또 많이 연구한다. 젊은 친구들을 보면 몸은 열심히 하는데 머리가 열심히 움직이지 않는다. 몸만 갖고 야구를 잘할 수 없다. 신예일 때 나는 누구보다 훈련을 많이 했지만 눈에 띄는 변화가 없었다. 야구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지 못해서 그랬다.”
- 평소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나.
- “잔소리가 많은 편이다. 후배들이 눈에 띌 때 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웃음)”
박용택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LG와 4년 총액 50억원에 두 번째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협상이 길어지자 LG 팬들은 구단 홈페이지 게시판에 재계약을 요청하는 릴레이 서명 운동을 펼쳤다.
- 이름의 뒷글자 ‘택’을 딴 별명이 많다. 가장 마음에 드는 별명이 있다면.
- “(주저없이) ‘팬덕택’이다. 팬들이 있어서 내가 지금 LG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것이다. 팬들이 아니었다면 계약을 장담할 수 없었다. ‘팬덕택’이라는 별명도 그 때 나왔다. 그 전에도 고마웠지만 그 때만큼은 눈물이 날 정도로 많이 고마웠다. 이제는 (야구를 잘해서) 마음을 다친 LG팬들을 치료해줘야 한다.(웃음)”
- 마흔 살까지 LG에서 뛰는 걸로 계약이 돼있다. 어떻게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은가.
- “아직 끝날 때가 아니다. 마흔다섯 살까지 뛰고 싶다.(웃음) 그래도 멋진 마무리를 위해 계획을 세우고, 준비할 시기인 건 틀림 없다. 큰 돈을 받고 계약했다. 내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 계약 기간 안에 양준혁 선배가 세운 통산 최다안타 기록(2318개)을 깨고 싶다. 그게 팀과 팬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