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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일곱 박용택 “팀이 원하면 30도루 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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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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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택은 LG 트윈스의 간판스타다. 그는 “이름 뒷글자를 따서 ‘패션택’ ‘꾸준택’ 등의 별명이 많은데 그 가운데 ‘팬덕택’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사진 LG 트윈스]

박용택(37·외야수)은 프로야구 LG에서만 14년을 뛰었다. 그의 야구인생에 LG의 환희와 눈물이 모두 녹아 있다.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난 그는 “올해 LG는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동시에 세대교체도 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팬 사랑 덕분에 LG서 15년째 뛰어
가장 마음에 드는 별명은 ‘팬덕택’
양준혁 선배 최다 안타 기록 깨 보답
실망한 LG팬 마음 치료해주고 싶어
성적·세대 교체 두 토끼 잡을 것

 2013년부터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LG는 지난해 9위에 그치면서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양상문(55) LG 감독은 6일 시무식을 갖고 새판짜기에 나섰다. 빠르고 효율적인 야구를 위해 박용택은 “팀이 원한다면 도루 30개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베테랑이 됐지만 맨 앞에서 몸을 던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LG에서 15번째 새해를 맞았다.
“시무식 때 그해 처음으로 유니폼을 입는다. 사실 시즌 땐 유니폼을 입기 싫은 날도 많다. 오늘(6일) 같이 시무식을 할 때는 유니폼이 반갑다. 올해는 잘 됐으면 좋겠다.”
지난 가을·겨울을 어떻게 보냈나.
“성적이 좋지 않아서 10년 동안(2003~12년) 쉰 적도 있는데…(웃음). 가족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포스트시즌 경기는 챙겨보게 되더라. 하늘의 기운이 두산으로 온 것 같았다.(웃음)”
지난 시즌을 돌이켜보면.
“팀도, 나도 시작부터 꼬였다. 결국 부상이 문제였다. 난 개막전 직후 A형 인플루엔자에 걸렸다.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고 험난한 시즌이 됐다. 썩 유쾌하지 않았다.”
LG가 시즌을 너무 쉽게 포기한 건 아닌가.
“선수들이 시즌을 포기한 건 아니다. 중반 이후에는 세대교체를 하자는 분위기로 흘렀다. 실패한 시즌은 아니라고 본다.”
올해도 LG를 하위권으로 평가하는데.
“우리 콘셉트가 세대교체다. 베테랑인 내가 분발해야 한다. 후배들과 경쟁해서 이겨야한다. 성적과 세대교체를 다 성공하면 좋겠지만 하나를 택하라면 세대교체가 될 거다.”

 후배들에게 박용택은 뛰어넘기 어려운 선배다. 2002년 고려대를 졸업한 뒤 LG에 입단한 그는 14년 연속으로 300타석 이상을 기록했다. 처음으로 타격왕에 오른 2009년(0.372) 이후 7년 연속 타율 3할을 넘겼다. 올해는 통산 2000안타(현재 1874개)에 도전하고 있다. 2005년엔 도루왕(43개)에 오르기도 했다.

양상문 감독은 ‘뛰는 야구’를 하겠다고 한다.
“뛰는 건 자신있다. 뛰는 야구를 위해선 스피드와 센스가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의욕이 중요하다. 올해 도루 30개 정도는 할 수 있도록 준비할 거다.”
타격은 해마다 꾸준하다.
“나는 무엇이든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또 많이 연구한다. 젊은 친구들을 보면 몸은 열심히 하는데 머리가 열심히 움직이지 않는다. 몸만 갖고 야구를 잘할 수 없다. 신예일 때 나는 누구보다 훈련을 많이 했지만 눈에 띄는 변화가 없었다. 야구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지 못해서 그랬다.”
평소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나.
“잔소리가 많은 편이다. 후배들이 눈에 띌 때 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웃음)”

 박용택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LG와 4년 총액 50억원에 두 번째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협상이 길어지자 LG 팬들은 구단 홈페이지 게시판에 재계약을 요청하는 릴레이 서명 운동을 펼쳤다.

 

이름의 뒷글자 ‘택’을 딴 별명이 많다. 가장 마음에 드는 별명이 있다면.
“(주저없이) ‘팬덕택’이다. 팬들이 있어서 내가 지금 LG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것이다. 팬들이 아니었다면 계약을 장담할 수 없었다. ‘팬덕택’이라는 별명도 그 때 나왔다. 그 전에도 고마웠지만 그 때만큼은 눈물이 날 정도로 많이 고마웠다. 이제는 (야구를 잘해서) 마음을 다친 LG팬들을 치료해줘야 한다.(웃음)”
 마흔 살까지 LG에서 뛰는 걸로 계약이 돼있다. 어떻게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은가.
“아직 끝날 때가 아니다. 마흔다섯 살까지 뛰고 싶다.(웃음) 그래도 멋진 마무리를 위해 계획을 세우고, 준비할 시기인 건 틀림 없다. 큰 돈을 받고 계약했다. 내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 계약 기간 안에 양준혁 선배가 세운 통산 최다안타 기록(2318개)을 깨고 싶다. 그게 팀과 팬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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