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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인사이드] 혼인신고 안 한 '사실혼'도 결혼…법원, "성혼 사례금 물어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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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정보업체를 통해 결혼에 `골인`하게 되면 업체에 이른 바 `성혼 사례금`을 줘야 합니다. 만남에서 결혼까지 `성공`했으니 일종의 성공 보수를 주는 겁니다.

‘성혼(成婚) 사례금’이라고 들어 보셨나요.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짝을 만나게 되면 회원이 업체에 줘야하는 일종의 성공 보수입니다. 회원 가입 때 내는 가입비와는 별도 비용이죠.

하지만 업체마다 사례금 규정이 제각각이고 회원의 ‘등급’마다 비용이 달라 종종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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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판례를 소개하는 ‘판결 인사이드’, 오늘은 이 성혼 사례금을 물어주게 된 한 전문직 남성의 이야기입니다.

소아과 전문의 A씨는 2012년 6월 가입비 20만원을 주고 결혼정보업체 B사에 가입했습니다. 1년 6개월 간 21명의 여성을 소개 받았죠.

그러던 중 여성회원 C씨를 만나 2014년 3월 결혼하게 됐습니다. B사는 A씨에게 “결혼식을 올렸기 때문에 계약한 대로 성혼 사례금 680만원을 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A씨와 C씨는 결혼식을 올리고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던 중 성격 차이로 1개월 만에 헤어지게 됐고, A씨는 결혼이 깨졌다는 이유로 사례금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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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소송까지 이어졌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2014년 12월 “결혼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며 A씨 손을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B사가 불복해 진행된 항소심에서 서울중앙지법 민사 9부(부장 오성우)는 “A씨가 B사에 성혼 사례금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최근 판결했습니다.

재판부의 선고 내용은 이렇습니다.

“성혼 사례금에서 말하는 결혼에는 사실혼도 포함되는 의미로 봐야 하고, 결혼이 유지되지 않았다고 해서 결혼정보 업체와 맺은 계약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C씨와 혼인신고도 마치지 않았고 사실혼 관계도 깨졌기 때문에 ‘성혼’(결혼)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입니다.

재판부는 B업체가 요구한 680만원 부분도 “A씨가 가입시 계약 내용을 전화상으로 전해 들었고 계약서상에 A씨의 서명 날인 등이 없다”면서 “근거가 없는 액수”라고 판단했습니다.

대신 결혼시 예단비의 10%를 업체에 주기로 한 부분은 A씨도 인정했고,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결혼 예단비 1000만원의 10%를 지급하라고 한 것입니다. B사는 사례금 680만원이 과도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며 “일부 업체에서는 성혼 사례금이 3000만원인 곳도 있다”고 했습니다.

한편, A씨는 지난해 C씨가 인천지법에 제기한 ‘사실혼 관계 부당파기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에서 조정을 통해 C씨에게도 3000만원을 물어주게 됐다고 합니다. 짧은 결혼 기간 A씨의 잘못으로 혼인이 파탄났다는 점이 인정되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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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성혼 사례금을 둘러싼 소송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2014년 서울중앙지법 민사5부는 결혼정보업체 D사가 회원 E씨를 상대로 낸 성혼 사례금 소송에서 E씨 손을 들어줬습니다. “회원 가입 때 E씨에게 성혼사례금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당시 계약서에는 혼수비용의 10%, 최소 550만원을 성혼 사례금으로 주고 지급하지 않을 경우 3배의 금액을 지급한다는 조항이 있었다고 합니다.

E씨는 계약서 뒷면에 적힌 성혼 사례금 설명을 듣지 못한 채로 사인을 했습니다. 이후 D사가 결혼한 E씨를 상대로 “성혼 사례금 1500만원을 내라”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한 것입니다.

2013년에는 나이ㆍ학력ㆍ직장과 결혼이력을 속인 상대방을 소개한 결혼정보업체가 여성회원 F씨에게 1000만원의 위자료를 물어주라는 판결도 있었습니다.

당시 F씨는 결혼 직전 예비 남편에 대한 정보가 모두 거짓이라는 것을 알게 됐지만 이미 수백만원의 성혼 사례금을 업체에 건넨 상황이었습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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