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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전투기 계획 등 군기밀 170여건 유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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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방위사업청 홈페이지에 실렸던 군 전력증강사업 256건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170여 건이 3급 군사비밀과 대외비인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정순목 방위사업청 정책홍보관리관은 이날 국군기무사령부의 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이렇게 설명하고 "1.2급 군사비밀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 경위=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초 방위사업청 개청준비단의 정보화팀은 총괄사업팀에 홍보자료를 요청했으며, 그달 23일 총괄사업팀에서 각군의 전력증강사업 계획을 받았다. 정보화팀은 이를 요약,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민간업체(LG-CNS)에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보안규정은 준수되지 않았다. 총괄사업팀은 자료 전달에 앞서 군의 보안업무 처리규정에 따라 자료의 비밀 여부를 확인하고, '대외비' '3급 비밀' 등으로 분류하는 보안성 검토 절차를 밟지 않았다. 정보화팀도 총괄사업팀으로부터 e-메일로 받은 자료의 비밀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민간업체에 넘겼다. 민간업체는 자료를 단순한 홍보물로 판단, 인터넷에 올렸다.

준비사업단에는 보안교육 등 비밀관리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기무사 요원도 파견돼 있었으나, 홈페이지 게재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3일 언론이 취재에 들어가자 방위사업청 직원들이 홈페이지 게재 정보의 문제점을 확인해 홈페이지 관리업체에 삭제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차기잠수함 건조▶KF-X급 전투기 개발 등 육.해.공군 주요 사업의 개발 시기.규모.예산 등이 1월 1일 오후 3시부터 5일 오후 4시쯤까지 방위사업청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유출됐다.

◆ 관련자 처벌=기무사는 비밀 유출에 책임이 있는 방위사업청 총괄사업팀 팀장(대령)과 팀원 등 3명, 정보화팀 팀원 2명 등 5명을 조사했으며, 이들에 대해 군사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 관리관은 "이번 사고는 정보공개를 확대하려는 방위사업청 출범 취지를 중시한 실무자들이 의욕이 앞서 관련 절차를 밟지 않아 발생한 것"이라며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와 국정원은 현역 장교들과 일반직 공무원들이 함께 근무하고 있는 방위사업청의 보안 업무 감독을 국정원과 기무사 중 어느 쪽에서 전담할지도 협의키로 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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