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도시 예정지, 영농회사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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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행정도시 편입지인 충남 연기군 금남면 K영농회사 지천호(54)대표는 "회사를 운영해 온 10여년 이래 올해가 가장 바쁠 것 같다"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 동안 남에게 대리 경작을 시켰던 땅 주인들이 너도나도 농사를 지어 달라고 논을 맡겨오는 바람에 영농 규모가 지난해보다 2만평 늘어난 10만평에 달하기 때문이다.

행정도시 수용지(연기.공주) 보상이 올 연말부터 시작되는 가운데 최근 이들 지역에서 땅 주인이 영농회사에 농사를 맡기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반면 남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지어 온 임차농들은 실업자로 내 몰릴 신세다.

공주시 장기면에서 영농회사를 운영 중인 성모(43)씨도 올해 경작 예정 논 면적이 2만8000평으로 지난해(1만4000평)의 두배로 늘었다. 성씨는 "땅 주인 10여명 중 절반 정도는 외지인"이라며 "갑자기 경작 면적이 크게 늘어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땅 주인 임모(70.연기군 남면)씨는 "지난해 남에게 줬던 논 6000평을 직접 경작하려 했으나 나이가 들어 힘이 부칠 것 같아 모내기만 영농회사에 맡겼다"고 말했다.

현재 영농회사는 연기군에 14개, 공주시에 6개 등 20개가 있다.

회사에 땅을 맡기는 사람은 나이가 많아 농사를 짓기 힘든 현지 노인이나, 농지를 자주 찾아 올 수 없는 외지인이다. 이들은 대부분 모 심기 등 일부 농사 과정만 회사에 맡긴다. 그러나 모 심기부터 수확까지 전 과정을 맡기는 사람도 있다. 땅 주인들이 임차농 대신 영농회사에 농사일을 맡기려는 것은 '영농 보상금'을 받기 위해서다.

현행 토지보상법에 따르면 공공개발로 수용되는 땅에서 직접 농사를 짓는 농민(영농회사 위탁자 포함)에게는 2년치 농산물 매출액을 영농 보상금으로 주도록 돼 있다. 그러나 땅 주인이 해당 지역에 거주하지 않으면 보상금 전액이 실제 경작자(임차농)에게 지급된다. 땅 주인이 해당 지역에 거주하면 주인과 경작자가 협의한 내용에 따라, 협의가 되지 않으면 땅 주인과 경작자에게 50%씩 보상된다.

영농회사가 대신 농사를 지어주고 받는 비용(200평당)은 모내기부터 수확까지 전 과정이 12만원, 모 심기나 벼 베기 등 한 가지 과정은 1만8000원 선이다.

연기군 관계자는 "전국의 영농회사 대부분이 경영난을 겪고 있지만 행정도시 예정지는 예외"라며 "연기.공주 지역 전체 농지의 55% 가량이 대리 경작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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