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완씨 사건' 비밀수사 배후 의혹 증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김영완(金榮浣)씨 집 떼강도 사건을 '비밀 수사'하게 한 배후인물을 놓고 의문이 가시지 않고 있다.

'청와대 파견 박종이(朴鍾二) 경위(현재 경감)가 경찰청 이승재(李承裁) 수사국장(현 경기경찰청장)에게 사건을 알렸다'는 지난 27일 경찰청 감찰조사 결과에 대한 경찰 내부의 반박이 계속되면서다. 화살은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로 집중돼 있다. 그래서 단순히 추측만을 토대로 한 주장으로 보기에는 개운치가 않다.

당시 수사를 했던 서울 서대문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29일 "李국장이 박지원씨의 연락을 받고 사건 수사를 총지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朴전실장의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그러면서 "경찰이 모든 걸 박종이 경감에게 덮어씌우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수사 관계자는 "李국장이 직접 사건을 챙기는 바람에 당시 김윤철 서장도 수사라인에 '나한테는 보고하지 말라'고 했다"면서 "당시 박지원씨가 개입했다는 건 수사관들도 대충 알고 있던 일"이라고 전했다.

'김영완→박지원(→박종이?)→이승재→이조훈(당시 서울경찰청 강력계장)→서대문경찰서 강력2반'라인을 통해 연락 및 수사 지시가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특히 김영완씨가 朴전실장과 친분이 두터운 관계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런 주장은 더 힘을 받고 있다. "金씨가 강도사건을 조용히 처리하기를 원했다면 확실한 실력자인 朴전실장을 통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 朴전실장은 지난 18일 구속영장 실질심사 과정에서 "김영완씨 집 강도 사건을 알고 있었느냐"는 특검팀 질문에 "알고 있었다"고 대답했었다. 朴전실장과 사건의 무관함을 믿지 못하게 하는 대목이다. 金씨 집 강도 사건은 그때까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으며, 사건은 본지 보도로 지난 23일에야 처음 드러났다. 朴전실장이 이미 사건을 알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의문부호를 갖다 붙이기에 충분한 정황이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이승재 청장은 29일 "박지원씨 개입설은 항간의 소문일 것"이라며 "朴경감 외에 누구로부터도 전화를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개입했다는 본지의 첫 보도(6월 25일자 1면)에 대해 "아는 바 없다"며 극구 부인하다가 27일 감찰 결과가 발표되자 뒤늦게 "박종이 경위의 연락을 받고 수사했다"고 시인해 스스로 신뢰를 떨어뜨린 바 있다. 특히 수사가 '비선(秘線)'을 통한 비정상적 계통을 통해 지휘된 상황이어서 그 같은 주장은 당분간 잦아들지 않을 분위기다.

이상언.임장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