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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대학생칼럼

젊어져라, 청년 지방자치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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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김회룡
김회룡 기자 중앙일보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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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훈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4학년

 공무원의 얼굴에는 어색함이 잔뜩 묻어났다고 한다. 구청에 가서 주민참여예산서 사업제안서를 내는 순간이 그랬다. 마치 이방인을 보는 듯한 낯선 시선. 친구는 스스로가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인 것처럼 느껴졌다며, 한시라도 빨리 구청에서 떠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그 말을 듣자 얼마 전 지역 신문에 기고한 일이 떠올랐다. 글의 주제는 ‘구 내 불법주차 문제 해결 방안’. e메일로 글을 보내자 신문사는 “게재를 검토하겠다”는 답신을 보내왔다. 떨렸다. 게재가 될 수나 있을까. 예상과 다르게 신문사는 매우 호의적인 반응을 들려줬다. “학생이 지역 현안에 관심을 기울이기가 쉽지 않은데, 정말 고맙습니다.”

 그들은 왜 그리 어색하거나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을까. 현재의 지방자치제 속에서 청년의 모습을 찾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 서울시는 200억원의 예산을 주민들이 쓸 곳을 정하는 주민참여예산위원회에 배정했다. 한데 이 위원회엔 청년, 즉 20대의 비율이 현저히 낮았다. 대다수가 40대 이상인 기성세대들이다. 다른 지자체도 사정은 매한가지다. 그러니 ‘참여’하겠다며 구청에 찾아온 대학생들이 낯설고 의아했을 것이다. ‘주민 참여’는 지방자치제도의 핵심이다. 그리고 그 주민에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공동체 내에서 살고 있는 사람 모두가 포함된다. 그러나 청년의 참여 부재와 지자체의 무관심 속에 어느새 ‘주민으로서의 청년’은 낯선 존재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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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이제는 누구도 ‘낯섦’을 느껴서는 안 된다. 청년들은 ‘민주주의의 학습장’으로 작동할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를 자연스레 찾아와 공동체의 문제점을 지적해야 한다. 생활의 질을 스스로 개선하는 ‘짜릿한’ 경험을 맛봐야 한다. 친구는 누구도 자신을 반겨주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내년 그곳을 다시 방문할 것이라고 했다. 나의 아이디어가 예산에 반영된 그 경험을 잊지 못하겠다며. 정치 참여가 청년에게만 신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지자체 입장에서도 단군 이래 최고의 ‘고스펙’이라는 청년들의 지식과 열정이 지역 현안 해결에 보탬이 될 수 있다. 청년 일자리 문제와 같은, 청년들의 입장이 반드시 필요한 문제도 산적해 있다. 지자체는 보다 적극적으로 청년 세대를 ‘참여의 주체’로 삼을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는 이제 스무 살을 지나 어엿한 성년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청년이라는 ‘새 피’를 수혈받지 못하면 성년의 에너지를 발산하기도 전에 조로할 수 있다. 청년의 참여와 열정이 지방자치를 젊게 할 것이다.

글=배병훈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4학년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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