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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저성과자 해고, 취업규칙 변경 본게임 시작되나

중앙일보

입력

저성과자 해고와 취업규칙 변경과 관련된 행정지침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정부가 검토안을 30일 내놨기 때문이다. 전문가의 의견을 듣기 위한 것이라지만 사실상 노사정 협의 테이블에 올릴 초안이다. 9·15 노사정 대타협 당시 두 지침은 "노사정 간에 협의해서 만든다"고 합의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두 지침에 대한 전문가의 격의없는 의견을 받고 이걸 토대로 노사정 간에 논의해서 완결해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이날 전문가 간담회는 정부 서울청사에서 노동법·경영·경제학을 전공한 학자들이 참석했다.

◇저성과자 해고 지침=정부는 '직무능력과 성과중심 인력운영 가이드북'이란 이름을 붙였다. 일반 해고 뿐 아니라 채용과 교육훈련, 퇴직관리 방안까지 담고 있다. 내용은 그동안 법원의 판례를 정리해놓은 수준이다. 일반 해고의 경우 업무능력결여와 근무성적 부진은 근로제공의무를 불완전하게 이행하는 것으로 해고사유에 해당한다고 본 기존 판례를 인용했다. 다만 무턱대고 해고하지 못하도록 했다. 공정한 평가제도를 바탕으로 엄정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평가는 상대평가 대신 절대평가와 계량평가를 해야 객관성과 합리성이 있는 것으로 봤다. 줄 세우기 식으로 평가해서 하위 등급을 받은 근로자를 해고하는 방식은 타당성이 없다는 얘기다.

평가결과가 낮다고 무조건 교육훈련이나 배치전환 대상자로 선정하는 것도 인정하지 않았다. 전직한지 1년 이내나 노조전임자로 활동하다 복귀한지 1년이 안 된 사람, 업무상재해나 출산·육아휴직을 했다 복귀한 사람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해고하기 전에는 반드시 재기의 기회를 줘야 한다. 이른바 패자부활전이다. 업무능력이나 근무실적이 낮은 원인이 근로자의 적성이 업무와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했다. 예컨대 대인업무를 기피하는 직원에겐 영업직 대신 개발직에 전환배치하는 방식을 취해야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배치전환을 해고를 위한 전단계로 활용하는 행태를 막겠다는 의미다. 능력개발을 위한 교육훈련과정도 제공해야 한다. 교육훈련은 직무역량분석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

◇취업규칙 변경 지침=취업규칙은 채용, 인사, 퇴직, 복무규율과 같은 인력 운용의 기본이 되는 내용을 정한 사규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취업규칙을 바꿀 땐 근로자 과반수나 노조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회사가 마음대로 임금이나 근무지를 조정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취업규칙 변경조항이 임금피크제나 임금체계 개편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임금피크제는 임금이 깎이기 때문에 근로자에 불리한 제도다. 노조가 동의하지 않으면 도입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에 고용부는 근로자에게 불리한 변경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년이 연장되기 때문에 이에 따른 대가로 임금피크제나 임금체계 개편이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이란 해석이다.

이와 관련 30일 내놓은 정부 검토안은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근로자의 동의를 얻지 않아도 되는 정도를 제시했다. 그 기준으로 근로자의 불이익 정도, 사용자측의 변경 필요성 변경,된 취업규칙 내용의 정당성,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여부 노조와 충분한 협의 노력, 국내 일반적인 상황을 제시하고 종합적으로 고려토록 했다.

근로시간 단축을 수반하는 '근로시간 단축형 임금피크제와 직무·성과급과 같은 형태로 임금체계 자체를 바꾸는 경우는 경영상 필요에 의한 것으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근로자의 집단 동의를 받지 못해 과도하게 경영권이 제한을 받게 되고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결국 근로자의 고용이 불안정해지는 것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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