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피크제 국내 첫시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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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산하 기관인 신용보증기금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신보는 29일 직원의 나이가 55세가 되면 하던 일을 내놓게 하고 별정직으로 전환해 비교적 단순한 일을 시키면서 정년(58세)을 보장키로 했다고 밝혔다. 임금은 별정직 전환 첫해에 직전 보수의 75%, 2년째는 55%, 3년째는 35%로 낮추기로 했다.

또 퇴직 직전 임금을 기준으로 하는 퇴직금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55세 때 퇴직금 중간정산을 하기로 했다.

올해는 1948년생 직원 10명이 바뀐 제도의 적용을 받게 된다. 신보는 이 제도로 연간 평균 18억원의 인건비가 절약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배영식 신보 이사장은 "지금까지는 나이가 들면 명예퇴직 대상에 우선 선정돼 정년보다 일찍 회사를 떠나는 게 당연시됐다"며 "그러나 새로운 제도 시행으로 나이든 직원에 대해선 조기 퇴직에 따른 불안감을 덜어주면서 조직 전체에도 인사적체 해소를 통해 활력을 불어넣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신보 측은 새 제도가 임금을 깎을 뿐 아니라 직종을 바꾸는 것을 포함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의미의 임금피크제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국민은행도 임금피크제 도입을 추진했으나 노조의 반발로 무산된 적이 있다.

임금피크제=일정한 나이까지는 연공서열에 따라 급여를 올려주다가 이후부터는 급여를 깎는 대신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해주는 것을 말한다.

이 제도는 나이든 직원이 생산성 하락에도 불구하고 비싼 임금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선적인 퇴출 대상이 되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됐다. 일본은 80년대 말부터 이 제도를 활발하게 도입했으나 국내에서는 아직 초기 논의단계에 있다. 연공서열제가 아닌 연봉제를 시행하고 있는 서구에는 없는 제도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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