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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세네카 거울 삼아 로봇과 우주의 세계로 세계는 온고지신 중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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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9호 8 면

해외 유명 미디어들은 연말에 ‘올해 최고의 책(Best Books of the Year)’을 선정해 발표한다. 반드시 베스트셀러는 아니다. 주목해야 할 책들이다. 이코노미스트·블룸버그·포브스·월스트리트저널 등이 올해 선정한 책 중에서 우리에게도 연관성이 높은 책 10권을 추려봤다.


2015년 지구촌을 달궜던 최고의 책들을 관통하는 흐름을 살펴보니 다음과 같은 내러티브가 나왔다.


“우리 시대는 문제가 있다. 일자리를 위협하는 로봇 같은 과학기술 발전과 양극화가 양대 위협이다. 인간은 위협이 들이닥치면 로마시대 같은 황금시대를 그리워한다. ‘잘나갈 때’와는 달리 ‘인간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질문하며 겸허해지게 된다.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노력이 가속화된다. 또 새 시대를 열기 위해 창조·창의에 관심을 갖는 가운데 어제와 오늘의 영웅을 살피며 내일의 수퍼 히어로를 고대한다.”

Our Kids: The American Dream in Crisis (우리 아이들: 아메리칸 드림의 위기) 로버트 퍼트넘 우리 사회의 금수저·흙수저 논쟁을 연상시키는 책이다. 숟가락은 사실 계급·계층을 에둘러 표현한 말이다. 『나 홀로 볼링(Bowling alone)』(2000)으로 유명한 로버트 퍼트넘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이 책에서 미국의 양극화 문제를 다룬다. 신분 상승이 힘들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와 마찬가지로 지금 당장 좌파·우파를 넘어선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퍼트넘 교수는 역설한다. 그는 재분배 문제를 거론한다. ‘좌파냐?’는 반응이 나올 수 있지만, 퍼트넘 교수는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다. 그런데도 재분배 이슈를 제기할 정도로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경제적 문제의 누적은 심각한 고민거리다.

The Rise of Robots (로봇의 부상) 마틴 포드 ‘파이낸셜타임스·맥킨지 올해의 비즈니스 북’을 수상한 이 책에서 포드는 이런 주장을 펼친다. ‘운전 로봇’이 나오면 기사들은 일자리를 잃는다. 비숙련이건 고숙련이건 다른 직업들도 다 마찬가지다. 안전한 직업은 없다. 공대를 졸업해도 소용없다. 로봇 발전에 앞서 더 많은 훈련과 교육을 받는 게 해결책으로 제시되지만 이는 승산 없는 싸움이다. 구직자는 늘고 일자리는 줄어든다. 일자리 피라미드의 꼭짓점에 도달하는 사람만 생존할 수 있는 구조다. 그 어느 나라도 안전하지 않다. 중국은 로봇 사용이 가장 빨리 증대되고 있는 시장이다. 소득 재분배를 시도하는 ‘극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 또 경제 규칙의 근본적인 재구성이 필요하다.

SPQR: A History of Ancient Rome (SPQR: 고대 로마사) 메리 비어드 로마의 건국에서 212년까지를 다룬 책으로 “출간되자마자 고전이 됐다”는 호평을 받았다. 212년은 로마가 노예가 아닌 모든 제국 내 거주자에게 시민권을 부여한 해다. 책 제목에 나오는 SPQR은 ‘Senatus Populus Que Romanus, 로마 원로원과 국민)의 약자다. 케임브리지대에서 고전학을 가르치는 비어드 교수에 따르면 로마는 다른 문명권과는 달리 외국인들에게 지극히 개방적이었다. 로마식 다문화주의는 제국에 성공을 안겨줬다. “대부분 국민 입장에서 보면 누가 황제가 되건 삶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책 내용에서 울림이 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Founding Fathers)’에게 모델이 아테네가 아니라 로마였기에 20~21세기 ‘미국 제국’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다.

Seneca: A Life (세네카: 어느 인생) 에밀리 윌슨 스토아학파 철학자인 세네카(기원전 4년~기원후 65년)는 네로의 스승이었지만 반역 혐의를 받고 자결했다. 세네카에게 삶이란 ‘잘 산 인생의 완성’이었다. 저자 윌슨은 영국 출신으로 펜실베이니아대 고전학 교수다. 윌슨 교수가 그려낸 세네카의 삶은 현대의 삶 속에서 근심하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 “가난하다는 것은 가진 게 별로 없는 게 아니라 더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다”라고 말한 세네카는 『행복한 생활에 대하여』에서 부유한 삶과 덕망 있는 삶이 서로 상충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인간의 품격 (The Road to Character) 데이비드 브룩스 저자는 예일대 학부 강의에서 출발한 이 책에서 ‘이력서에 쓸 말’(소위 ‘스펙’)이 아니라 우리가 장례식 ‘추도사에서 들을 말’을 중시하는 삶을 살자고 주장한다. 물질적으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보다는 용기·친절함·정직함·솔직함·충실함, 특히 겸손함을 중시하며 살자는 것이다. 브룩스는 책에서 “우리는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성스러움을 위해 산다” “천직(天職)·소명을 중심으로 짜인 삶 외에는 훌륭한 삶이 가능하지 않다”는 내용이 포함된 ‘겸손 코드(Humility Code)’를 제안한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자유주의자가 가장 좋아하는 보수주의 작가’다. 극우·극좌 양쪽에선 그를 싫어한다.

Superforecasting: The Art and Science of Prediction (수퍼 예측: 예측의 기예와 과학) 필립 테틀락 & 댄 가드너 수십 년 동안 한 분야를 파고든 전문가들보다 예측을 더 잘하는 수퍼 미래 예측가들의 특징을 심리학자인 테틀락 펜실베이니아대 교수가 추출했다. 일반인인 미래 예측가들은 이념이나 지나친 자긍심의 노예가 아니다. 틀리면 고집부리지 않고 즉시 생각을 수정한다. 그들은 실용적이고 토론을 좋아하며 협업을 잘한다. 천재는 아니지만 똑똑하다. 수학 천재는 아니지만 숫자를 편안하게 대한다. 복잡한 문제를 잘게 쪼개어 생각한다. 옳고 그름보다는 자신이 왜 틀렸고 맞았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겸허한 사람들이다. 역술을 배울 수 있는 것처럼 미래 예측도 배울 수 있다는 게 ‘수퍼 예측가가 되려는 사람들의 10계명’을 만든 테틀락 교수의 결론이다.

창조의 탄생 (How to Fly a Horse) 케빈 애슈턴 1999년 사물인터넷(The Internet of Things)이라는 말을 최초로 만든 영국 기업인 애슈턴이 창조의 비밀을 파헤친 책이다. 그에 따르면 창조 천재들의 일화는 모두 거짓이거나 과장이다. 위대한 생각, 작품, 업적은 결코 신(神)의 선물이 아니다. 불면과 고민 속에서 녹초가 되지 않고서는 창조도 없다. 천재라는 소리가 듣고 싶다면 오직 노력뿐이다. 다빈치·모차르트·아인슈타인은 노력가였다. 논란이 되는 내용도 책에 담겼다.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은 아이디어 창안에 별 도움이 못 된다. 금전적인 ‘당근’은 동기를 부여하지 못한다. 팀보다는 두 명의 협업이 더 효과적이다.

‘생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What Do You Do With an Idea?) 코비 야마다 뭐든지 어려서부터 배워야 좋다. 4~8세 어린이를 위한 책이다. 창의력·창조력에 대한 이 책의 메시지는 이것이다. ‘이상한’ 아이디어가 자신의 머리를 맴돌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당황한다. 애써 아이디어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려고 한다. 다른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하면 비웃음을 사기도 한다. 자신감을 가져라. 특히 그 생각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다면··· 그 생각에 헌신하면, 그 생각은 언젠가 세상을 아름답게 바꿀 것이다.

The Invention of Nature: Alexander von Humbolt’s New World (자연의 발명: 알렉산더 폰 훔볼트의 신세계) 안드레아 울프 훔볼트(1769~1859)는 국어사전에도 나오는 위대한 19세기 독일 박물학자·탐험가다. 근대 지리학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당대에는 나폴레옹만큼 유명했다. 다윈과 미국 사상가·수필가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에게 영감을 준 인물이다. 시몬 볼리바르와 토머스 제퍼슨의 친구였다. 훔볼트가 잊혀진 이유는 그가 주창한 아이디어들이 수용됨에 따라 당연시됐기 때문이다. 이 책으로 그는 부활했다. 저자에 따르면 훔볼트는 생태계와 기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숲의 기능을 설명한 최초의 과학자다. 또 훔볼트는 세계가 거미줄처럼 연결된 단일 유기체로 이해했으며 이성과 감성의 간격을 메우기 위해 노력했다. 중남미 사람들에게 자긍심을 일깨워준 것도 그다.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 (Elon Musk) 애슐리 반스 로켓 제조회사 스페이스X,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모터스를 설립한 머스크의 전기다. 그는 2011년 스티브 잡스의 서거 이후 대중의 상상력을 사로잡고 있다. 머스크는 17세 때 남아공에서 캐나다로 이주했다. 아버지의 잔소리와 조국의 쩨쩨함이 싫었다. 머스크는 돈보다 아이디어에 의해 움직이는 사람이다. 한 주에 100시간 이상 일한다. ‘절대 절대 포기하지 않는 것’이 그의 생활 양식이자 원칙이다. 머스크냐, 아니면 미국 등 어떤 나라냐. 누가 먼저 화성에 갈 것인지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


김환영 기자 kim.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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