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금요일] 2015년 국제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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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을미년(乙未年)의 해가 서서히 지고 있다. 지난 1년간 글로벌 경제는 많은 부침을 겪었다. 연초부터 유가는 자유낙하했고, 잘나가던 중국 증시는 8월에 급격히 고꾸라졌다. 유로존(유료화 사용 19개 국) 경제는 결국 양적완화라는 산소호흡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아베노믹스를 앞세워 힘찬 도전을 시작했던 일본 경제는 시간이 갈수록 힘이 빠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미국은 달랐다.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결국 12월 들어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카드를 빼 들었다. 세계 경제에 대균열(Great divergence)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세계금융위기 이후 한 배를 탔던 주요 국가가 마이웨이(My way)를 선언했다. 미국은 풀린 돈을 거둬들이기 시작했고, 디플레이션 압력에 시달리는 유럽과 일본은 여전히 돈을 풀고 있다.

쉽게 긴장을 풀 수 없던 한 해였다. 연초부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향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며 세계 경제는 잔뜩 움츠러들었다. 미국 등 주요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푼 유동성에 취해 있던 신흥국은 두려움에 떨었다. 출발 신호(금리 인상)만 떨어지면 당장 짐 쌀 태세던 자본의 움직임에 신흥국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중국의 부진은 세계 경제에 주름살을 키웠다. 과잉 투자의 무게에 짓눌린 중국 경제는 힘을 잃어갔다. 한여름 중국 주식 시장의 폭락은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질주하던 경제 엔진이 식자 세계 경제는 부진에 신음했다. 자원의 블랙홀이던 중국의 먹성이 약해지자 원자재 가격은 곤두박질쳤다.

여기에 세계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유가의 충격이 겹쳐졌다. 경기 둔화 우려에 고심하는 각 국의 물가를 끌어내리며 침체의 먹구름을 더 짙게 헸다. 산유국과 자원 부국은 저유가라는 일격에 휘청댔다. 국가의 곳간은 비어갔고 빚 부담은 커졌다.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주식 시장도 무너졌다. 유로존의 약한 고리인 그리스는 긴축의 고통에 유로존 탈퇴라는 초강수로 세계 시장에 근심을 더했다.

기업에도 힘든 한 해였다. 경기 부진에 유가 하락 등의 악재가 겹치며 기업은 인수합병(M&A)으로 살 길을 찾아 나섰다. 신뢰의 상징과 같던 독일의 폴크스바겐은 디젤 게이트에 휘말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6년 병신년 (丙申年) 새해 글로벌 경제는 어떻게 될까. 국제통화기금(IMF)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 따르면 미국은 고용·주택시장 호조에 힘입어 소비 등 내수 중심의 양호한 성장세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릴 것이다. 유로존은 통화정책 완화 등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중국은 수출 부진 등으로 경제성장률이 6%대로 가라앉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 완만한 회복이 예상되나 수출 부진과 재정위험 요인은 여전할 것으로 평가됐다.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국은 원자재 가격 하락 등으로 인해 경기 부진이 지속할 전망이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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