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반기문 "조용한 것 같지만 강하게 할때는 상당히 강하게 맞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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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늘 조용하게 있는 것 같지만 강하게 할 때는 세계 지도자들에게도 상당히 강하게 맞섭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상선약수(上善若水, 최고의 선은 물처럼 행동하는 것이란 뜻의 노자 『도덕경』의 표현)’를 자신의 신조라고 소개했다. 22일(현지시간) 유엔 한국대표부 대사관저에서 열린 특파원들과의 송년간담회 자리에서다. 반 총장은 지난 8월 자신이 직접 쓴 ‘상선약수’ 휘호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반 총장은 “오행설에서 사람들은 언뜻 물을 가장 약하고 힘없고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물에 당할 것이 없다. 제일 강해 보이는 불도 물로 끄고, 나무와 쇠도 물을 당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물은 힘을 안 쓰지만 절대적으로 ‘힘을 발휘해야겠다’고 할 때는 홍수·쓰나미에서처럼 모든 것을 쓸어 내린다”며 “물의 힘은 대단하다”고 했다.

반 총장은 특히 “상선약수에 대한 제 신념이 강하다. ‘저 사람이 힘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쓸 때는 한번 확실하게 쓴다’는 것”이라며 “기후변화든 인권이든 각국 지도자들과 많이 이야기한다”고 설명했다.

반 총장은 4ㆍ13 총선 이후인 내년 6월 한국 방문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유엔 비정부기구(NGO)회의를 유엔 수장으로서 주재할 가능성이 있다.

반 총장은 시민 사회와의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국회도 중요하지만 시민 사회와 (협조가) 안되면 정책 추진이 어렵다”며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시민 사회가 반대하면 (일이)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시민사회·기업 등 3자 협력 모델이 구축돼야 한다는 점도 역설했다.

반 총장의 방한 시기는 총선을 끝낸 국내 정치 상황이 대통령 선거에 ‘올인(all in)’하는 시점과 맞물린다. 반 총장은 그러나 이날 대선 출마와 관련된 질문에는 일절 답변하지 않았다.

북한 방문 계획에 대해선 “아직 진전 사항이 없다. 꾸준히 접촉하고 있다”고만 했다. 파리 기후변화협정 타결에 대해선 “지난 18년간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9년간 이 문제를 담당했다.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 것 같다. 감회가 깊다”고 말했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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