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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현대판 판옵티콘? 중국의 이상한 신용 게임 열풍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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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새로 출시된 세서미 크레딧(Sesame Credit) 게임 [사진=creditsesame.com]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입니다. 국가와 당이 최우선이죠. 북한도 사회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물론 독재로 변질해 버렸지만 말입니다. 중국과 북한의 가장 큰 차이점은 경제적 개방입니다. 중국은 자본주의 사회에 잘 적응했기에 우리는 종종 중국이 일당 독재 국가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고는 합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서는 22일(현지시간) 중국에 대해 흥미로운 기사를 내놨습니다. 중국에서 ‘세서미 크레딧(芝麻信用分)’이라는 게임 점수에 대한 포스팅이 웨이보나 위챗에 많이 올라온다는 것입니다. 주로 젊은 층들이 일종의 ‘인증 샷’으로 올리는 게 트렌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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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서미 크레딧을 설명하는 영상의 일부 [사진=creditsesame.com]

이 게임은 일종의 소셜네트워크(SNS)와 결합된 역할 게임입니다. 사용자는 게임상의 인물을 하나 만들고 온라인상의 활동에 따라 점수를 얻습니다. 회사의 홈페이지를 보면 아래처럼 5개의 카테고리 속에 교통·주거·금융·쇼핑·인간관계를 점수화합니다. 자신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를 수치화해서 보여주는 것이지요. 최저 점수 350점에서 최고 점수 950점까지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게임이라기 보다는 소셜 툴(Social tool)이라고 부른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가상의 인물이 아니라 현실의 자신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이 소셜 툴은 알리바바와 텐센트와 연계되어 있으며 SNS와 금융 거래 정보 등과 연동해서 점수가 실시간으로 반영됩니다. 예를 들면 SNS에 천안문 사태에 대한 생각을 밝히거나 최근 중국의 주식 폭락을 비판하는 글을 쓰면 점수가 떨어지는 식입니다. 반대로 관영 신화통신의 중국 경제 활황을 공유하면 점수가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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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서미 크레딧을 설명하는 동영상의 일부 [creditsesame.com 캡처]

앱과 연동된 알리바바를 사용해 개인이 구매한 구매 내역도 점수에 반영됩니다. 온라인으로 작업화(Work shoes)나 농산물을 사면 점수가 오르고, 일제 상품을 구매하면 점수가 떨어지는 식입니다. 세서미 크레딧은 향후 높은 점수를 얻으면 현실에서 혜택을 주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여권 발급이나 대출 심사에 도움을 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답니다.

무서운 건은 이 게임이 현실을 반영하며 일종의 판옵티콘(감시탑)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인디펜던트는 이 게임이 “국가에 복종하는 법’을 은연중에 가르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은 페이스북 같은 SNS를 막는데 이는 당과 국가에 대한 비판을 차단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 게임이 현실화되면 온라인에서 개인 활동이 통계화되고 국민들을 우수 국민, 보통 국민, 저급 국민 등으로 계급화할 수 있습니다. ‘만인이 평등하다’는 사회주의의 이상과는 멀어지는 셈이지요. 네덜란드 뉴스 폴크스크란크는 "정부가 인터넷 기술을 통해 개인을 감시하려 한다"며 "중국의 목적은 명백히 새로운 시민을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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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신용점수가 반영된 모습 [사진=웨이보 캡처]

보도에 따르면 점수제는 선택 사항이고 현실과의 연계는 2020년은 돼야 마무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벌써 중국 SNS인 웨이보에 점수를 올리는 이들도 있습니다. 젊은 층에서는 ‘인증 샷’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요. 영국 BBC는 올해 초 “중국 정부가 개별 국민들의 충성심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현대판 판옵티콘이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게임 같은 일상생활에서도 감시의 눈이 우리에게 향할 수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정원엽 기자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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