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기술 유출 우려 22명 근무정지 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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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핵심 정보통신(IT) 기술이 해외에 유출된 데 대해 법원이 강력한 제동을 걸었다.

서울지법 민사50부(재판장 李恭炫부장판사)는 27일 통신업체 흥창이 미국의 통신업체 P사와 국내 법인 두 곳, 이곳에 취업한 전직 직원 22명을 상대로 낸 영업비밀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전직 직원들은 퇴직 후 2년이 되는 10월 말까지 P사를 위해 일하지 말라"는 업무 금지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P사와 국내 법인에 대해서는 흥창이 개발한 CDMA 선형증폭기 3종과 유사한 제품의 제조.판매도 금지했으며, 이미 생산한 제품은 흥창이 지정하는 집행관에게 인도하라고 결정했다.

미국 현지에서 제품을 인도받으려면 별도로 미국 법원의 판결을 받아야 하지만, 국내 법원이 미국 현지 기업의 생산과 판매 활동에 대해 결정을 내린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직원들이 흥창에 입사하면서 퇴직 후 경쟁관계에 있는 업체에 취업하거나 경쟁회사를 설립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점과, 퇴직 직원들이 나와서 개발한 제품이 기존 회사 제품과 유사한 사실 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직원들이 흥창에서 근무하면서 취득한 기술을 CD에 담아 나와 P사의 선형증폭기 개발에 이용한 것도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법원이 업무를 금지한 22명의 직원들은 2001년 9월 흥창이 부도가 나 경영상태가 나빠지자 같은 해 10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P사로 이직했으며, 현재 미국 본사와 국내 법인을 오가며 일하고 있다.

흥창 측은 "P사가 빠져 나간 연구인력을 활용, 이동통신 중계기에 들어가는 필수 부품인 선형증폭기를 만들어 국내 이동통신업체에 납품해 2백억원의 손실을 봤다"며 "조만간 P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P사 측은 "흥창이 우리가 제공한 원천기술을 무단 변형한 만큼 피해를 본 것은 우리"라고 반박했다.

김원배.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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