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교육당국, 인천A양 같은 장기 결석생 통계도 없어

중앙일보

입력

“아이를 찾기 위해 내가 조금만 더 노력을 했더라면…”

초중생 강제 결석시킨 부모를 처벌하자는 대안도

지난 21일 오전 경기도 부천시의 한 초등학교. 교육지원청 장학사와 마주앉은 C교사가 오열하며 꺼낸 말이다.

그는 인천 아동학대 피해자 A양(11)의 다녔던 초등학교의 2학년 담임교사였다. C교사가 기억하는 A양은 "발표도 잘하고 글씨도 예쁘게 쓰는 똑똑한 학생"이었다. 흠이 있다면 결석이 잦은 것이었다. 1학년 2학기에 전학을 왔는데 1학년 땐 65일, 2학년 때는 20여 일을 결석했다. 2학기가 시작된 2012년 8월 20일부턴 아예 등교를 하지 않았다.

C교사는 이후 23일과 26일, 29일 등 3차례에 걸쳐 A양의 집을 찾았다. 하지만 문은 잠겨있었고 이웃들은 "A양 가족이 이사갔다"고 전했다.

C교사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것은 그해 9월이었다. A양의 친할머니가 찾아와 "손녀가 어디로 이사갔느냐"고 물었다. "아들이 내 인감도장을 훔쳐 집을 팔고 도망을 갔다"는 하소연도 이어졌다.

놀란 C교사는 곧장 인근 경찰 지구대로 달려갔다. "아이가 실종된 것 같아요." 그러나 직계가족 등 보호자가 아닌데다 A양이 부모와 함께 이사를 간 만큼 신고는 접수되지 않았다. 그 사이 학교는 8월 28일과 9월 6일 비어있는 A양의 집으로 출석 독려문을 보냈다. 9월17일엔 주민센터에 통보했다. 현장을 확인한 주민센터의 답변은 "아무도 없는 빈집"이었다.

이 기간 A양은 부천의 다른 지역으로 옮겼다가 인천 연수구의 한 빌라에 정착했다. 2013년부터 학대가 시작됐고, 아빠의 동거녀가 키우던 애견 보다 못한 취급을 받았다.(본지 12월21일자 10면)

하지만 A양의 아버지(32·구속)와 동거녀(35·구속)는 A양의 전학신고는 물론 전입신고도 하지않아 누구도 A양을 찾지 못했다. 이들은 강아지는 안고 다니면서 A양은 사실상 집에 감금해 이웃들은 A양의 존재를 몰랐다.

장기 결석생에 대한 처리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25조와 29조로 관리된다. 학생이 정당한 사유 없이 7일 이상 결석을 하면 학교장은 2회 이상 독촉·경고장을 보내고 거주지 읍·면·동장에게 통보해야 한다. 읍·면·동장은 확인한 내용을 학교에 알리는 식이다. 3개월 뒤까지 연락이 없으면 학교는 학생을 정원외 학적관리자로 분류한다. 한 마디로 제적된 것이다.

A양처럼 정원외 학적관리자로 분류돼 학대받는 사례가 더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교육당국은 이런 현황도 파악하지 않고 있다.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에 문의했더니 지난해와 올해 초·중학교 정원외 학적관리자 수는 한 명도 없다고 했다. "제적된 학생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각 학교별로 관리하기 때문에 전체 현황을 취합하지 않는다"는 것이 두 기관의 설명이었다.

외국은 다르다. 이광호 경기대 교수(청소년학과)는 "유럽 등 선진국들은 장기 결석생이 발생하면 즉각 지자체 등에 통보돼 가정 환경 등 원인을 조사하고 문제가 있으면 부모의 친권을 박탈해 아이를 보호한다"며 "반면 우리 나라는 친권을 중시하다 보니 가족 내부 문제에 적극 개입하지 않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아이를 등교시키지 학부모를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A양이 다녔던 초등학교 관계자는 "초·중학교는 의무과정인 만큼 이번 경우처럼 아무런 이유없이 아이를 장기 결석시키는 학부모를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락이 두절된 아이를 끝까지 찾기 위한 시도도 필요하다. 김상식 인천 연수경찰서 여성청소년 과장은 "A양처럼 부모가 전입신고를 하지 않으면 소재파악이 어렵다"며 "이럴 경우 아이의 소재 파악을 위해 교육당국이나 해당 자치단체가 경찰 등에 의무적으로 수사의뢰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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