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위기를 맞고도 당당한 '프기꾼' 프리드먼

중앙일보

입력

국내 메이저리그 팬들은 앤드루 프리드먼(39) LA 다저스 사장을 '프기꾼(프리드먼+사기꾼)'이라고 부른다. 탬파베이 레이스 단장 재직시절 뛰어난 트레이드로 이익을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리드먼에게도 시련의 계절이 찾아왔다. 부자 팀인 다저스를 맡은 첫 시즌 결과가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다저스는 2013년부터 2년 연속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했지만 월드시리즈 진출에는 실패했다. MLB 최고연봉을 쏟아부었지만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변화를 선택한 다저스는 지난해 10월 프리드먼을 야구 부문 사장으로 영입했다. 프리드먼은 파르한 자이디 단장과 함께 대대적인 개편을 실시했다. 프랜차이즈 스타인 맷 켐프와 도루왕 디 고든을 떠나보냈다. 여기에 베테랑 내야수 지미 롤린스·하위 켄드릭, 투수 브랜든 맥카시를 데려왔다.

다저스는 92승70패를 기록하며 3년 연속 지구 1위를 차지했다. 류현진이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에도 클레이턴 커쇼-잭 그레인키 원투펀치가 위력을 발휘한 덕분이었다. 하지만 새로 짠 타선의 위력은 떨어졌다. 결국 포스트시즌 첫 관문인 디비전시리즈에서 뉴욕 메츠에 2승3패로 밀렸다.

프리드먼에 대한 평가도 나빠지고 있다. ESPN은 17일(한국시간) '다저스가 저지른 7가지 실수'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프리드먼 체제의 다저스를 비판했다. 야심차게 영입한 선수들이 대부분 부진한 반면, 팀을 떠난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영입전 역시 참패였다. 그레인키를 붙잡지 못했고, 눈여겨봤던 투수 제프 사마자도 놓쳤다. 두 선수는 다저스와 지구 우승을 다투는 라이벌인 애리조나와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었다. 야심차게 추진했던 아롤디스 채프먼 트레이드와 이와쿠마 히사시 계약도 가정 불화와 메디컬 테스트 불합격이라는 어이없는 이유로 불발됐다. 시즌 내내 충돌했던 돈 매팅리 감독도 마이애미로 떠났다.

부상으로 대학 시절 야구를 그만둔 프리드먼은 월스트리트에서 애널리스트와 M&A(인수합병) 전문가로 활동했다. 그러다 탬파베이 구단주가 바뀌면서 2006 시즌을 앞두고 단장직을 맡았다. 탬파베이는 MLB 최소 수준 예산으로 운용하는 팀이었고, 프리드먼은 자신의 장기를 살렸다. 현재 가치와 미래 가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연이은 트레이드를 한 것이다. '싸고 장래성 있는' 선수들을 모은 탬파베이는 2년 연속(2006·2007)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꼴찌에 머물렀다. 하지만 3년째인 2008년에는 당당히 월드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다.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 등 명문팀들의 틈바구니에서 일군 성과였다. 이후 6시즌에도 3차례나 포스트시즌에 오르면서 프리드먼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다.

새로운 환경에서 실패를 겪었지만 프리드먼은 당당하다. 그는 지구 경쟁자들의 스토브리그에 대해 "공격적이고 좋은 영입"이라며 칭찬했다. 아직까지 보여줄 시간은 더 충분하다는 듯한 태도다. 실제로 그동안 다저스는 즉시 전력을 모으는데 급급해 마이너리그에서 키운 유망주들을 모두 내줬다. 하지만 올해 최고 유망주로 꼽히는 유격수 코리 시거를 포함해 유망주들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야구 전문 매체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드래프트에서 상위 지명권을 갖지 않고도 스카우트와 지도 능력으로 이를 구성했다'고 평했다. 프리드먼과 다저스에 대한 평가에는 시간이 좀 걸릴 듯하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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