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대 ‘올드 노멀’로 돌아가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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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8호 21면

1920년 미국의 금리는 남북전쟁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당시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윌리엄 하딩은 “Fed가 비정상적인 상황을 맞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불안을 초래한 금리는 겨우 5.4%(10년 만기 미국 국채)였다. 80년대 전체와 90년대 거의 대부분 기간보다 낮은 수준이다.


 금융 평론가들은 최근 수년간 금리 인상이 임박했다고 예상해 왔다. 이들은 Fed가 사실상 엄청난 개입을 통해 돈 빌리는 값을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해 왔다고 보고 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을 놓고 이들은 “금리가 결국 2008년 이전 수준 또는 더 높이 오르고,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두 자릿수가 될 것”이라며 “국가채무를 관리하는 데도 훨씬 더 많은 돈이 들어간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더 긴 역사를 들여다보면 상당히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금융위기 이후 투자가들은 세계경제가 저성장 저인플레이션의 ‘뉴 노멀’을 반영한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세계경제는 아예 먼 옛날의 ‘올드 노멀’로 돌아갔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초저금리는 수십년간 지속된 경우가 많다. 특히 지금처럼 인플레가 낮은 시절엔 거의 항상 그랬다. 1876~1919년, 또 1924~1958년까지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 미만이었다. 영국에선 이런 추세가 더 선명했다. 1820년부터 제1차 세계대전 직전까지 무려 100년 가까이 장기 금리가 4% 미만이었다. 비정상이었던 건 오히려 평균 7.3%를 기록한 1970~2007년이었다.


 글로벌파이낸셜데이터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브라이언 테일러는 “세계경제는 정상화되고 있고 사람들은 그걸 깨닫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며 “저금리가 앞으로도 몇십년간 계속될 수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게 사실이면 지난 몇 년간 전문가들이 상황을 잘못 읽어왔다는 얘기가 된다. 헤지펀드 운영자 조지 소로스는 2013년 CNBC 인터뷰에서 “일단 경제가 살아나면 금리는 크게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학자 아서 래퍼도 2009년 월스트리트저널에 “4~5년 안에 물가가 빠르게 오르고 금리가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썼다. 지난해 블룸버그 설문조사에 응한 67명의 경제학자 모두 6개월 안에 금리가 오를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금리는 오히려 낮아졌다.


 금리 폭등을 예고하는 분석이 간과한 것은 역사적으로 금리가 인플레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이 돈을 빌려주면서 이자로 얼마를 요구할 지는 돌려받을 시점의 돈의 가치가 얼마인지와 큰 관련이 있다. 그런데 최근엔 인플레를 일으킬만한 동력이 사라진듯 하다.


 Fed와 유럽중앙은행(ECB)·일본은행(BOJ)은 지난 몇 년간 인플레를 목표인 2%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온갖 정책을 다 시도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풍부한 노동력과 저유가로 점철된 지금의 시장 환경에서 투자자들의 생각이 금방 바뀔 것 같지 않다. 현재의 미국 채권 가격으로 보면 향후 30년간 미국의 인플레는 연간 1.7%에 불과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세계경제 상황은 저인플레이션 또는 약간의 디플레이션이 지속된 19세기 말이나, 성장 속에서도 인플레는 제한적이었던 1950년대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금리의 역사』 저자인 리처드 실라 뉴욕대 교수는 “인플레가 1~2% 수준이던 50년대에 정상 금리는 3% 대였다”며 “당시엔 모두들 인플레를 걱정했지만 지금은 그정도 수준을 목표로 잡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장기금리는 Fed의 단기금리 정책 방향에 대해 투자자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에 따라 움직인다. 만약 Fed가 단기금리를 조만간 5% 올릴 거라고 생각한다면 누구도 2.2% 이자를 주는 10년 만기 채권에 돈을 넣지 않을 것이다. 2007년 금융위기가 발발했을 때 Fed의 공식 목표는 5.25%였다. 지금 Fed의 장기금리 전망 평균치는 3.5%에 불과하다. 채권시장에서 30년 만기 미국 국채의 이자는 현재 2.9%다. 시장은 Fed 관계자들보다 미래의 금리 수준을 더 낮게 본다는 얘기다.


 물론 시장과 Fed의 전망 모두 틀릴 수 있다. 게다가 인플레와 성장률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한 우리의 이해도는 아직 상당히 제한적이다. 90년대 일본을 시작으로 지난 몇 년간 선진국들을 괴롭혀 온 문제는 낮은 수요, 풍부한 공급, 낮은 인플레, 그리고 그 결과인 낮은 금리였다. Fed가 이번에 금리를 거의 제로에서 조금 올렸다는 것은 그런 근본적인 문제를 바꿔놓지 못한다.


 하지만 역사는 교훈을 준다. 지난 주 Fed의 금리 인상은 몇년 후 기준금리가 어떻게 될지와는 거의 상관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70~80년대의 높은 인플레와 금리를 기억한다고 해서 그게 우리가 돌아가야만 하는 정상은 아닌 것이다.


닐 어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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