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제조업 ‘불황 직격탄’ 10곳 중 1곳 문 닫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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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경남 거제 지역의 대표 중견기업 중 하나였던 J사는 최근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이 회사가 갚지 못한 빚은 700억원에 달한다. 2011년부터 공장 신축과 사업 다각화로 규모를 키워 왔지만, 최근 불어 닥친 조선업 수주량 감소와 무리한 금융대출에 따른 자금 압박이 겹쳤기 때문이다. 한때 300억원대에 육박했던 매출도 반 토막이 났다. 임금 체불과 구조조정에 직원의 동요도 심각하다. 여파는 J사의 협력업체에까지 미치고 있다.

작년 경기 한파로 124개 업체 줄어
치킨집 등 영세자영업은 12% 급증

 지난해 경기 한파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회사는 J사와 같이 직원 300~400명 정도의 중견 제조업체였다. 18일 통계청은 ‘영리법인 기업체 행정통계’ 잠정 결과를 발표했다. 내용을 보면 지난해 국내 기업체 수는 54만1000개로 1년 새 6.9% 늘었지만 매출액은 4189조원으로 1.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보다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2013년 기업체 수 증가율은 5.8%, 매출 증가율은 1%였다.

 직원 수가 1000명이 넘는 대기업 수는 559개에서 562개로 0.5% 소폭 늘었다. 반면 직원 인원이 300~499명인 중견기업의 수는 크게 줄었다. 2013년 1365개에서 지난해 1241개로 1년 새 124개(9.1%) 감소했다. 문을 닫거나 합병을 했다는 뜻이다. 중소기업 사정도 비슷하다. 종업원 100~299명인 회사는 8301개에서 7991개로 3.7% 줄었고, 50~99명인 기업도 1만3898개에서 1만3313개로 4.2% 감소했다.

 회사를 나온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직원이 1~4명인 법인 수는 지난해 28만7868개로 11.7% 급증했다. 문정철 통계청 행정자료관리과장은 “종사자 5명 미만의 소규모 법인 수가 크게 늘었는데 베이비붐 세대 은퇴와 구조조정 여파로 자영업 창업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치킨집’으로 대표되는 ‘창업 쏠림’은 산업별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숙박음식업체 수는 19.3%, 매출은 16.9% 급증했다. 그러나 숙박음식점 매출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8%에 불과하다. 전 산업 매출의 41.2%를 담당하는 제조업 매출이 지난해 2.8%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영리법인 기업체 행정통계는 통계청이 2012년 집계를 시작했고 이번이 세 번째다. 법인·부가가치세 자료와 사업자·법인등록번호 자료를 가지고 통계를 낸다.

세종=조현숙 기자, 이수기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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