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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어둠 깊을수록 한반도 ‘평화의 새벽’을 준비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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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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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와 군비통제
한용섭 지음, 박영사
625쪽, 3만2000원

평화구축은 어떻게 가능한가. 일반적으로 평화구축은 군비증강을 통한 억지력 확보에 의해 가능하다는 주장과 평화는 군비통제를 통해 관리될 수 있다는 주장이 맞선다. 『한반도 평화와 군비통제』에서 한용섭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는 군사력을 증강하고 한미동맹을 강화한다고 평화체제가 건설되는 것은 아니며, 군비통제와 군축을 통해 평화를 정착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교수는 역사적인 증거를 들며 군비경쟁을 통한 불안정한 안보보다 군비통제를 통한 안정된 평화구축이 한반도와 국제사회에 유익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소련이 몰락한 것은 1980년대 중반 소모적인 군비경쟁에 국가의 자원을 너무 많이 허비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북한은 군비경쟁을 중단하고 민생에 우선적으로 자원을 투여해야 하며, 이를 미룰수록 체제 위험수위가 높아질 것이라는 게 저자의 전망이다.

 저자는 세계 핵비확산 체제와 핵안보레짐, 동북아의 핵정책 변화, 국제 군비통제체제에 대한 최근의 동향을 분석하며 한반도의 안보 현안에 대한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우선 남북한간 비대칭 군비경쟁 양상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남북한과 미국의 삼자 회담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또 오늘날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다자안보협력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신뢰구축과 군축을 동시에 시도해봐야 하며, 미국과 중국의 선도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유럽에서의 경험을 살려, 중국은 상하이 협력기구를 주도한 경험을 살려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평화와 군사적 신뢰구축에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 핵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선 비핵화 후 남북협력’이라는 기존의 접근법에서 벗어나 북한 비핵화와 대북 대규모 경제지원 및 남북한과 주변국간의 불가침 보장, 재래식 및 핵위협의 동시 해소 등이 결합된 포괄적 접근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한 교수는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과 군비경쟁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으나, 어둠이 깊어질수록 새벽은 멀지 않은 것처럼 이 시대 지성인들은 평화의 새벽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북한이 핵보유 의지를 강력히 표명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한반도 군비통제의 현실성에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저자의 30년 경험이 녹아있는 책인 만큼 한반도 평화와 군비 문제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주의 깊게 읽어볼 만하다.

최진욱 통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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