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Divergence] 글로벌 통화정책, 함께 가는 시대 끝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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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글로벌 통화정책 탈동조화(Great Divergence)
공조의 시대가 끝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톰슨로이터는 16일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Fed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Fed가 주요 중앙은행 정책공조 대열에서 이탈하기 시작한 것은 분명하다.

제프리 프랭켈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칼럼에서 “미국·영국·유로존·일본·중국 등 주요 중앙은행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통화정책을 암묵적으로 공조해왔다”고 했다. 저금리 정책 또는 양적 완화(QE)가 공조기간 동안 주요 정책이었다.

이런 공조에서 세계의 중앙은행이라는 Fed가 다른 길을 가기 시작했다. 공조의 시대가 끝나 고 탈동조(Great Divergence)의 시대가 시작된 셈이다. 다만 영국의 영란은행(BOE)이 조만간 Fed의 뒤를 따라 기준금리를 올릴 전망이다. 영국 가디언지는 “BOE가 2008년 이후 Fed의 가장 가까운 동조 파트너였다”고 보도했다. 실제 BOE는 Fed에 이어 QE를 공격적으로 실시했다. 지난해엔 Fed와 함께 테이퍼링(QE 축소)을 했다.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IGE) 이사장은 “BOE가 역사가 오래된 중앙은행이기는 하지만 글로벌 자금 흐름에서 그다지 중요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오히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 인민은행의 정책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들 중앙은행은 미국과 달리 QE 또는 저금리 정책을 상당 기간 이어갈 전망이다. ECB 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최근 QE 기간을 연장했다. BOJ의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총재는 올해 3분기 경기상황이 나쁘지 않아 QE를 확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QE를 상당 기간 계속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글로벌 유동성 공급처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파상적으로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낮췄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서다. 스위스계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의 타오동(陶冬)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 자산을 봐라. 2009년 이후 급격히 불어나고 있다. Fed의 자산이 불어나는 속도와 비슷하다. 스텔스 QE를 실시하고 있어서”라고 말했다. 이런 인민은행의 행보는 중국 경제가 회복하기 시작할 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JP모건 등은 중국 경제가 2018년에나 되살아날 것으로 봤다.

탈동조화는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게 마련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앞으로 각국 시장 금리가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외환시장에선 미국 달러를 중심으로 각국 통화 가치 재평가 작업이 벌어진다. 금리와 환율 급변동은 주식?파생상품?부동산 가격에도 영향을 준다. 탈동조화가 글로벌 시장 재조정을 촉발시키는 셈이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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