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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성곽의 꽃'에 반하고, 호수공원 눈부신 야경에 넋잃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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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 방화수류정의 겨울 풍경. 한 폭의 동양화 같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華城)은 수원을 대표하는 문화재이자 관광지이다. 조선 정조(1752~1800)의 명에 따라 1796년 완공된 계획도시 화성의 오늘 모습은 연 1000만 명이 방문하는 수원 최고의 명소다. 수원시가 내년 수원화성 완공 220년을 맞아 ‘수원화성 방문의 해’를 선포했다. ‘가족과 떠나요! 경기도 나들이’ 12월의 여행지로 수원을 선택한 까닭이다. 최근 수원의 명소로 떠오른 광교호수공원도 다녀왔다. 말하자면 과거와 현대가 어우러진 수원 여행이었다.

가족과 떠나요! 경기도 나들이 <⑨·끝> 수원

수원 여행 일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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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성곽의 백미 - 수원화성

정조의 효심을 말할 때 반드시 등장하는 세 키워드가 있다. 융릉, 수원화성 그리고 화성행궁이다. 융릉은 정조의 아버지, 즉 사도세자의 무덤이다. 정조는 한양에 있던 사도세자의 묘를 현재의 융릉 자리(경기도 화성시)로 이장했다. 그러면서 그 자리에 있던 수원 읍성을 허허벌판으로 옮겨 신도시를 건설했다. 그게 수원화성이다. 정조는 1789년부터 11년간 13번이나 아버지 묘를 참배했고, 그때마다 수원화성 안에 있는 행궁에 머물렀다. 정조를 이야기할 때 효가 빠지지 않는 이유다.

수원화성이 더 빛나는 것은 건축술 때문이다. 수원화성은 ‘조선 성곽의 꽃’이라고 불린다. 한양도성이나 남한산성은 뱀처럼 구불구불하게 지어졌지만, 모양은 밋밋하다. 그러나 수원화성은 성곽 중간중간이 툭툭 튀어나와 있다. 애초부터 군사 시설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성곽 10곳에 있는 치성(雉城)은 성벽 가까이 접근하는 적을 공격하기 위한 시설물이고, 동북쪽과 서북쪽에 있는 공심돈은 군사가 건물 안에서 적을 살필 수 있는 망루다. 군사적인 기능에 빼어난 건축미가 어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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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 연무대에서는 활쏘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수원화성에서는 해설사와 동행하기를 권한다. 서장대·장안문·연무대 등 성곽 5곳에서 해설사가 상주한다. 해설사 설명을 듣다 보면, 5.74㎞ 길이의 성곽 둘레길이 절대로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무료.

이용정보=수원화성은 언제든지 둘러볼 수 있다. 다만 화성행궁과 장안문은 오전 9시부터 5시까지만 문을 연다. 화성행궁은 입장료를 내야 한다. 어른 1500원, 어린이 700원. swcf.or.kr, 031-228-2765.


수원화성 공부하기 - 수원화성박물관

화성행궁 건너편에 수원화성박물관이 있다. 박물관이라고 해서 엄청난 보물이 있는 건 아니다. 오전 내내 둘러본 화성을 다시 공부하기 위해서다. 화성 축조에 관여한 인물부터, 화성을 지을 때 쓰인 각종 장치와 기계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수원화성에서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정조라면, 다음은 다산 정약용(1762~1836)일 터이다. 정약용은 수원화성을 건설할 때 거중기와 녹로를 만들어 사용했다. 거중기가 무거운 물체를 쉽게 들어올리는 장치라면, 녹로는 도르래로 돌을 들어올려 원하는 위치로 옮기는 기구다. 요즘 건설현장에서 보이는 크레인과 타워크레인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당시로서는 첨단기법을 동원해 수원화성을 건설하는 과정을 수원화성박물관이 재현해 놓았다.

박물관에 들어가면 꼭 봐야 할 책이 한 권 있다. 『화성성역의궤』영인본이다. 수원화성 착공부터 완공 때까지를 기록한 책이다. 정조의 어명부터 공사에 사용된 재료와 물품, 기계와 도구의 그림, 인부 노임까지 상세히 기록돼 있다. 이 의궤 덕분에 수원화성을 복원할 수 있었다. 의궤는 200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이용정보=오전 9시∼오후 6시 개관. 휴관일은 매월 첫째 주 월요일. 입장료 어른 2000원, 청소년(13~18세) 1000원, 어린이 무료. 매주 토요일 거중기와 녹로를 만드는 무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hsmuseum.suwon.go.kr, 031-228-4242.

없는 게 없다 - 팔달문 시장

정조는 수원화성을 건설할 때 성 안에 시전(市廛)을 조성했다. 그러나 수원화성 건설에 동원된 인부들은 나라가 만든 시전보다 남쪽 팔달문 밖의 난전(亂廛·허가없이 들어선 가게)을 더 이용했다고 한다.

정조는 화성 인부 모두에게 품삯을 줬다. 돈이 있는 곳에 사람이 몰리는 것은 당연지사. 팔도의 보부상이 팔달문 앞으로 모여들었다. 인근 주민도 텃밭에서 기른 푸성귀를 이고 나와 팔달문 앞에서 팔았다. 자연스럽게 장이 열린 것이다. 처음에는 15일마다 장이 섰지만, 점점 기간이 짧아져 10일장, 7일장, 5일장으로 변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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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동시장에는 순대와 곱창을 파는 식당이 많다.

사실 팔달문시장이라는 이름의 시장은 없다. 팔달문 밖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지동·못골·영동 등 시장 9곳을 합해 팔달문 시장이라고 부를 따름이다. 이 9개 시장에 2000개가 넘는 점포가 있다. 예부터 농축산물시장으로 유명한 지동시장은 순대와 곱창을 파는 식당이 몰려있고, 비단과 무명을 팔던 영동시장은 포목과 옷시장으로 특화돼 있다. 반찬과 건어물을 팔던 못골시장은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드는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이용정보=재래시장은 주차가 가장 큰 문제다. 지동시장처럼 자체 주차장을 완비한 곳도 있지만, 없는 곳도 있다. 수원천길을 따라 노상 주차장이 있다. jdmarket.co.kr, 031-256-0202(팔달문 시장 상인회).

 

박지성을 만나다 - 축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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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박물관 박지성관 입구.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와~박지성이다.”

아이들이 박물관에 들어서자마자 박지성(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에게 뛰어가 사진을 찍는다. 진짜 박지성이 아니라 전신 사진 입간판이지만,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축구스타 박지성의 고향이 수원이다.

축구박물관은 수원 월드컵경기장 안에 있다. 이 축구박물관 안에 박지성관이 따로 있다. 박지성의 세류초등학교 유니폼을 비롯해, 한일 월드컵 당시 입었던 국가대표 유니폼과 축구화도 전시돼 있다. 박지성이 초등학생 때 적었던 일기장이 눈에 띈다. 4학년 겨울에 적은 일기장에 ‘지금부터 중 1을 대비해 훈련이다’라고 삐뚤삐뚤 적었는데, 어린 나이에도 축구선수로서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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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월드컵 이탈리아 전의 골든볼.

박지성관을 나오면 축구공 한 개가 보인다. 2002년 6월 18일 한일 월드컵 16강 이탈리아 전에서 안정환이 터뜨린 골든골이다. 아이들이 “진짜 맞느냐”고 묻는데, 진짜 맞다. 축구 사료 수집가 이재형씨가 어렵게 구해서 기증했다. 이 밖에도 1882년 영국 수병으로부터 받은 우리나라 최초의 축구화, 일제강점기 아이들이 차고 놓았던 돼지 오줌보 축구공, 북한 선수가 사용했던 북한제 축구공과 장갑 등 축구 관련 용품 20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이용정보=오전 9시∼오후 6시 개관. 입장료 어른 1000원, 어린이 500원. 축구박물관에서 나오면 직원 안내에 따라 수원 월드컵경기장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다. suwonworldcup.or.kr, 031-259-2070.

 

최대의 도심 호수공원 - 광교호수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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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교호수공원의 눈부신 야경. 데이트 코스로 인기가 높다.

요즘 수원에서 가장 각광받는 장소가 광교호수공원이다. 2013년 광교 신도시를 조성하면서 옛 저수지를 호수공원으로 정비했다. 광교호수공원은 200만㎡(약 60만 평) 면적으로, 국내 최대의 도심 호수공원이다. 참고로 일산호수공원이 103만4000㎡(약 30만 평) 규모다.

사람만 많은 게 아니다. 새도 많다. 갈대숲에서 청둥오리 수백 마리가 한가로이 노닐고, 가마우지·백로·왜가리도 보인다. 호수를 정비할 때 원래 물을 빼고 바닥을 1.2m 준설한 뒤 다시 물을 채웠다. 준설비용만 약 900억원이 들어갔다. 지천에서 유입되는 물도 재생 처리를 거친 뒤에야 호수에 들어올 수 있어 호수는 항상 2급수 수질을 유지한다.

스포츠클라이밍장·놀이마당·하늘전망대 등 시설도 다양하다. 이 중에서 가족 캠핑장이 가장 인기가 높다. 카라반(7대)과 오토 캠핑장(26대)이 있는데,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

이용정보=호수를 따라 3곳에 주차장이 있다. 주차대수 950대, 요금 3시간까지 1000원. 가족 캠핑장 이용료 차량 한 대 2만5000원(주말), 카라반 요금 10만원(주말). 홈페이지(ggcamping.or.kr)에서 예약해야 한다. 031-548-0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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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석희 기자 seri1997@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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