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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명의 16회

이동건 교수 "백혈병 환자 절반은 전염병으로 사망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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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 이어 C형 간염 집단 감염 사건이 벌어지면서 병원 내 감염에 대한 국민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일주일 사이 독감 의심환자가 30%나 급증해 병원 내 독감 감염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4일 오후 2시에 생방송 된 중앙일보 인터넷 방송 ‘명의가 본 기적’ 16회엔 가톨릭대 서울 성모병원 감염내과 이동건 교수가 출연해 병원 내 감염의 원인과 치료방안에 대해 이야기했다.

다음은 중앙일보 박태균 식품의약칼럼니스트와 이동건 교수의 일문일답 전문.

-간단한 소개를 해달라.
"현재 가톨릭 의대 서울 성모병원 감염내과에 근무하고 있다. 주로 백혈병 등 혈액질환 환자들을 치료한다. 백혈병 환자의 경우 항암치료나 조혈모세포이식(골수이식)을 받고 합병증을 빈번하게 앓게 되는데 그 중 대부분이 감염질환이다. 그들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내과의사다."

-올해는 유난히도 감염내과 의사들이 바쁜 한 해였던 것 같다. 메르스 사태에 이어 C형 간염 환자 집단 발생 사고까지 터졌는데, 흔히 후진국 병으로 통하는 전염병 사고가 국내에서 빈번한 이유는 무엇인가.
"메르스 사태 때문에 올 봄과 여름이 숨 가쁘게 지나갔다. 이런 병은 꼭 후진국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니다. 어느 나라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 과거와 달리 전세계사람들이 자유롭게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 나가 근무하고 있는 사람도 많고, 해외에서 우리나라에 와 근무하고 있는 사람도 많다. 해외로 여행도 많이 다닌다. 다만, 한국은 인구밀도가 높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 비해 전염병에 특히 취약한 구조다. 한국의 경우 한 곳에서 발생한 감염 질환이 급격하게 다른 지역까지 유행하게 된다. 따라서 관건은 유행을 얼마나 최소화할 수 있느냐, 질병의 유입을 얼마나 빨리 막을 수 있느냐이다."

-메르스 사태로 병원 감염이 큰 주목을 받았다. 메르스 사태 후 병원들이 확실히 달라졌나.
"그동안 응급실엔 많은 사람이 밀집되어있어 많은 문제가 생겼다. 응급실에 오는 환자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 환자의 증상에 따라서 위치를 바꿀 수는 있다. 가령, 기침이나 가래가 있는 환자들과 열이 나는 환자를 구분해 동선을 바꾸는 것이다. 같은 질병의 사람들끼리만 모여 있게 하여 감염을 최소화 하고있다. 또한, 응급실에 너무 많은 사람이 들어오는 일을 막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응급실에 들어오려면 이름을 등록해야 하고 보호자들도 마스크를 쓰고 들어와야 한다. 정부도 이런 환자들을 격리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준비하기 위해 예산을 확보하고 있다."

-응급실 이외의 일반 병실, 입원실은 어떤가.
"중환자실 외에는 대부분의 병실이 일반인에게 공개되어있다. 환자뿐만 아니라 보호자나 아이들이 주말에 면회를 온다. 이러한 병원 문화는 바뀌어야 한다. 의료진들도 감기와 같은 감염 질환에 걸리면 근무를 하지 않도록 조치해야한다."

-메르스 사태의 교훈은 무엇인가.
"감염 질환이 무엇인지 우리 사회가 인식하게 된 것이 큰 교훈이다. 내과 질환의 대부분, 가령 당뇨·고혈압·암은 만성질환이다. 그러나 감염질환은 대부분 급성질환이다. 또한 주위에 전염이 된다. 감염질환은 한번 시작되면 급격히 유행할 수 있기 때문에 감염의 시작을 신속하게 차단해야하고, 이를 위해서는 여러 시스템을 이용하여 환자를 격리해야 한다."

-국내에서 병원감염이 끊이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병원감염'이라는 말이 우리나라에서는 애매하게 사용된다. 일반인은 물론 의사들조차 병원 감염은 마치 병원이 잘못해서 발생한 감염질환이라고 생각한다. 병원이란 곳은 말 그대로 암환자 같은 중증 환자들이, 즉 면역 능력이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입원해 있는 곳이다. 환자들의 경우 대부분 자신이 앓고 있는 병은 좋아지지만, 면역 기능은 약화 되고, 그로 인해 자신이 걸리지 않아도 될 병에 걸리게 된다. 그런 것을 모두 병원감염이라고 부른다. 외부 요인에 의해 걸릴 수도 있지만 자기 몸 안에 숨어있던 병이 나타나 병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 둘을 구분하여 말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요즘 병원감염 문제 중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무엇인가. 슈퍼 박테리아 감염도 가능한가.
"슈퍼박테리아의 경우 특정 세균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세균 중에서 여러 가지 항생제로도 약발이 안 듣는 것을 지칭한다. 다제내성균(MDR)이라고도 불린다. 항생제의 오남용으로 생기는 경우도 있고 필요한 사람한테 적절하게 썼더라도 오랫동안 같은 약을 쓰다 보면 그에 내성이 생긴 세균이 생겨 걸리기도 한다.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세균을 치료하려면 또 다른 항생제를 개발해야하는데, 그 기술 개발의 속도가 세균의 내성 획득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 따라서 항생제를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슈퍼박테리아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약이 몇 개 있지만, 약의 독성이 강해서 합병증이 생길 우려가 있다. 예를 들면 콩팥 기능이 나빠질 수 있고, 세균이 전신에 퍼질 수도 있다. 이를 막으려면 여러 지식이 필요하다. 환자도 치료해야하고 환자에게서 나오는 균도 격리시켜야 한다."

-개념이 조금 다르다고 했지만, 환자나 가족 입장에선 병원감염은 참으로 억울한 일이다. 병원감염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이 있나.
"제일 좋은 것은 병원에서 필요한 용무만 보고 빨리 병원을 떠나는 것이다. 수술한 경우 수술 후 병원에 오래 남아있는 것이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수술을 하고 별다른 합병증이 없다면 빨리 퇴원을 하는 것이 오히려 병원감염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미국 같은 경우 수술하고 이틀 뒤 퇴원하는 경우도 있다. 재원 일수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

-병원과 집 중에 감염될 확률이 더 높은 곳은 어디인가.
"비슷하다. 병원감염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균과 자기 몸 안에서 나타나는 균, 두 가지로 구분된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균은 어쩔 수 없지만, 병원감염의 원인을 100%로 본다면 70%은 자기 몸 안에 있는 세균이 자신을 공격하는 것이다. 따라서 계속 병원에 남아서 치료를 받는 것보다는 일상생활을 하는 게 빨리 건강을 회복하는 길일 수 있다. 인공 관을 사용한 수술을 한 사람의 경우, 관을 빨리 빼고 집에 가는 게 가장 좋다. 남의 것이 몸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병원감염이 일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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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독감 철이다. 지금이라도 예방 주사를 맞는 것이 좋은가.
"독감 주사는 보통 맞으면 약 3-4주 뒤 항체가 생긴다. 지금이 12월 중순이기 때문에 독감은 이미 시작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3-4월까지 독감이 유행하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예방 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최근 국내에서 독감으로 인한 추가 사망자가 연간 약 3000명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독감이 이렇게 무서운 질병인가.
"놀랄지 모르겠지만 아마 3000명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 독감은 독한 감기라고 해서 감기를 조금 심하게 앓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감기와 독감은 아예 다른 바이러스이다. 인플루엔자(influenza)라 불리며 매년 유행을 일으키고, 몇십 년 단위로 대유행을 일으킨다. 현재 우리가 기록하고 있는 가장 큰 유행은 1918년에 있었던 스페인 독감이다. 그로 인해 전세계에서 2000만 명이 사망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때 2000만 명은 세계 인구의 10%이다. 대유행이 있을 경우 정말 많은 사람이 사망할 위험이 있다."

-같은 연구에서 독감 사망률이 노인의 경우 젊은 사람보다 107배나 높다고 하더라. 노인이 더 위험한 이유는 무엇인가.
"나이가 든다는 것 자체가 면역기능이 점점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이 나이들 듯 면역 세포도 나이가 든다. 또한, 나이가 들수록 여러 가지 병들이 동시에 생긴다. 당뇨·고혈압·심장질환·폐질환·암 등 질환이 한두 개 씩 겹쳐 있을 확률이 높다. 따라서 노인이 당연히 더 취약하다. 예방 주사도 꼭 맞아야 한다."

-독감이 겨울에 더 빈번한 이유는 무엇인가,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날이 추울수록, 습기가 낮을수록 증식을 잘한다."

-독감 예방을 위해 평소 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나.
"제일 좋은 것은 스트레스를 안 받는 것이다. 하지만 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안 받기는 어려우니, 일상생활에서 운동하기·외출 후 손 씻기·아침 저녁으로 온몸 잘 씻기·예방접종 받기 등을 해야한다."

-만약 독감에 걸렸다면 어떻게 치료받아야 하나.
"독감과 감기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일반인들이 구분하기는 어렵다. 증상은 열이 나고 몸이 으슬으슬 추운 것이다. 요즘엔 독감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가 많이 나왔다. 2009년에 나온 타미플루(Tamiflu)는 독감을 치료하는 특효약이다. 항바이러스제를 5일 정도 복용하면 깨끗이 낫는다."

-감염내과에서도 백혈병을 진료하나.
"나는 감염내과 의사 중 혈액 질환에 관심이 많은 의사다. 우리 병원은 특히 백혈병을 많이 본다. 우리 병원이 골수이식을 처음 시작한 것은 1983년으로 30년이 넘었다. 초창기부터 감염내과와 혈액 내과가 함께 진료를 하고 있다. 혼자 치료하는 것이 아니다. 가령 항암치료를 하던 중 환자가 열이 나면 그때부터 감염내과의가 관여한다. 열이 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감염 예방약이 필요한 경우 함께 진료한다. 같은 팀으로 움직이고 있다."

-백혈병으로 숨지는 환자 중 절반 정도가 백혈병이 아닌 전염병으로 숨진다고 들었다.
"그렇다. 가장 흔한 것은 폐렴으로 사망하는 경우다. 사망 진단서에는 백혈병이라고 쓰지만 사망 원인 중 반은 전염병인 경우가 많다. 백혈병에 걸릴 경우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백혈병이라고 하는 것은 몸에 백혈병세포가 가득 찬다는 말이다. 거꾸로 말하면 몸에 면역 기능을 하는 백혈구 수가 적어진다는 뜻이다."

-그런 경우 어떤 치료를 받아야하나.
"일단 항암치료를 해야 한다. 백혈구 수치가 떨어진 상태에서는 병원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그 시기에 폐렴에 걸리거나 열이 나면 적절한 방법을 사용하여 진단을 빨리 해 적절한 항생제를 사용해야한다. 문제는 환자들이 일반인들은 걸리지 않을 폐렴에 걸린다는 것이다. 가장 심각한 것은 진균 감염이다. 일명 '곰팡이 폐렴'이다. 공기 중엔 곰팡이가 있는데, 백혈구가 정상인 사람들에게는 들어와도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백혈병 환자의 몸에 곰팡이 균이 들어오면 폐렴이 되어 곧바로 사망할 위험이 생긴다. 열도 떨어지고 백혈구가 정상 수치로 회복이 되어 면역력이 어느 정도 회복이 되면 퇴원이 가능하다. 보통 초기 항암치료 후 20일 정도 지나면 퇴원을 한다."

-이식수술을 받은 환자가 전염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내가 하는 것 중 하나가 ‘이식 후 예방접종 클리닉’이라는 것이다. 골수 이식을 하면 환자의 면역기능이 거의 갓 태어난 아기 수준으로 떨어진다. 아기가 태어나면 예방접종 받듯, 수술 후 3~4개월이 지나면 예방접종을 해드리고 있다. 필요한 경우 폐렴 생기지 말라고 면역제를 드리기도 한다."

-교수님은 지역의약품안전센터장도 겸임하시고 계신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수여하는 2015년 약물감시 유공자 포상에서 약물 감시 우수 협력기관으로 선정돼 표창을 받기도 하셨다. 약물 감시란 무엇을 말하나.
"환자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다. 가령 환자가 A라는 약에 부작용이 있다면 의사가 그 약을 다시 쓰지 않도록 해야한다. 우리나라는 IT 기술이 좋기 때문에, 그 약을 미리 등록을 해 놓으면 다른 과, 다른 의사에게 처방을 받더라도 그 의사가 해당 약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약물 부작용은 어디에 신고해야 하나.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에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이라는 곳이 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자신의 정보를 입력해 언제든 신고할 수 있다. 혹은 인근 약국이나 병원을 통해서도 신고할 수 있다."

-우리 프로그램명이 ‘명의가 본 기적’이다. 기적을 이룬 환자 2∼3 사례를 이야기해달라.
"한 젊은 여자분이 찾아온 적이 있다. 신혼여행 중 멍이 들어서 병원에 왔는데,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항암치료 중 감염질환이 생겨 중환자실까지 다녀왔고, 의사들이 판단하기엔 수술이 필요했다. 고름이 잡혀 절개해야 했다. 하지만, 부위가 난처한 부위여서 장루(인공항문)를 만들어야 했다. 장루 수술을 받으면 평생 인공항문을 갖고 살아야하기 때문에, 젊은 여성이 감당하기엔 힘든 일이었다. 환자는 수술을 거부했는데, 다행히 장루 수술을 하지 않고 치료가 되었다. 프로그램 명이 ‘명의’인데 명의라는 것은 한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적절한 치료방법을 모색하는 팀을 지칭한다고 생각한다."

-정말 기적이라 할 만하다. 감회가 남달랐을 거 같다. 가장 보람을 느낄 때가 언제인가.
"이식 후 몸이 좋아지면 환자가 나를 만나지 않을 확률이 높다. 그런데 가끔 외래를 보다 보면 이식 후 5-6년이 지나 고맙다고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 그런 분을 보면 반갑고 고맙다."

정리 김유진 인턴기자 kim.yoojin@joongang.co.kr
촬영 김세희 · 공성룡 · 정해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