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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하우스 청주 다둥이네, 새집 생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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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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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남이면에 사는 김학수·김금려 부부가 지난 8일 오후 이사를 마치고 아이들과 활짝 웃고 있다. 김금려씨는 지난달 16일 태어난 막내 아들 요한이를 안고 있다. 11남매 중 첫째와 둘째는 독서실 등에서 공부하느라 함께하지 못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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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다둥이 가족의 새집(위). 전에는 비닐하우스를 개조한 임시 가옥에서 지냈다.

충북 청주에서 11남매를 키우고 있는 김학수(44)·김금려(39)씨 부부가 새 집을 선물 받았다.

개에 물려 숨진 막내 소식에 성금 이어지며 보금자리 마련

 청주시 서원구 남이면 문동리에 사는 이들 부부와 7남4녀는 지난 8일 오전 방 4개가 달린 새집(118㎡)으로 이사했다. 김씨 가족은 지금까지 비닐하우스에 천막과 패널을 덧대 개조한 집에서 살아왔다. 새집은 이곳에서 20m 떨어진 곳에 조립식으로 지었다. 가족들은 “집이 허술해 겨울이면 추위로 고생했는데 따뜻한 보금자리가 생겨 너무 좋다”며 활짝 웃었다.

 새집은 성금과 재능기부로 지어졌다. 지난 6월 생후 15개월이던 막내딸 바다가 집에서 기르던 개에 물려 세상을 떠난 소식이 알려진 게 계기가 됐다. 당시 공무원·경찰과 농협 직원들이 김씨 집을 찾아가 위로하며 “아이들이 편히 지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자”고 뜻을 모았다.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 7월부터 두 달간 7800만원을 모았다. 공무원·경찰·기업체·금융기관 등이 조금씩 냈다. 국제라이온스협회 충북 지구 회원들은 도배·장판·전기공사 등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했다.

 김금려씨는 “지난달 16일 막내 아들 요한이가 태어나자마자 새집이 생겼다”며 “새집에선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큰딸 경민(18)양은 요한의 잠자리 옆에 동생 바다가 좋아했던 흰색 캐릭터 인형과 사진을 놓기로 했다. 새집에서 함께 살 수 없는 동생을 생각해서다.

 김씨 부부는 1997년 결혼했다. 학수씨는 공장 근로자로 일하다 회사가 폐업하면서 한때 양봉업을 하기도 했다. 학수씨는 “셋째 태민이가 다섯 살 때 아파트 4층에서 떨어져 팔목이 부러진 사고를 당한 뒤 비닐하우스를 짓고 살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어려운 형편에서도 11남매가 오순도순 살아가는 모습이 알려지면서 ‘청주 다둥이 가족’이란 별명을 얻었다. 2대 독자인 학수씨는 “다섯 명 정도 가질 생각이었지만 아이를 워낙 좋아해 생기는 대로 다 낳았다”고 했다.

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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