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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렴도 조사 결과가 외면받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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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유지혜 기자 중앙일보 기자
김회룡
김회룡 기자 중앙일보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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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혜
정치국제부문 기자

국민권익위원회가 9일 전국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 결과를 공개했다. 1년에 한 번 발표하는 행사다. 한데 대부분 언론에서 외면받았다. 이유가 있다.

 ‘17개 기관 중 통계청 1등(8.02점), 검찰청 15등(7.05점), 국세청 17등(6.71점)’ vs ‘18개 기관 중 통계청 1등(8.10점), 검찰청 16등(6.95점), 국세청 17등(6.94점)’.

 전자는 2014년, 후자는 2015년 발표 자료다. 별 차이가 없다. 통계청은 측정 대상이 된 2013년 이후 최고인 1등급만 받아 왔고, 검찰청과 국세청은 2012년 이후 만년 하위권이다.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지만 변명도 매년 같다.

 ▶국세청 관계자=“민원인을 대상으로 불만도 등을 측정하는 외부청렴도의 경우 이미지 위주로 이뤄지는 측면이 있다. 국세청은 직원 2만 명에 국민의 재산권 업무를 집행하는 기관인데, 직원이 3000명 미만에 집행 업무는 없는 통계청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 아니냐.”

 ▶검찰청 관계자=“수사기관이라는 특성상 사건 결과에 따라 관계자들의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송사가 잘못되면 이유가 뭐가 됐든 결국은 검찰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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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검찰의 경우 청렴도 측정 업무 중 하나가 ‘기록 열람’인데, 보통 수사 보안 유지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당사자에게만 허가한다. 민원인들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외교부는 최근 5년간 외부청렴도의 경우 대부분 2등급인데, 내부청렴도가 내리 5등급이라 종합점수에선 3~4등급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신입 직원들은 좋은 공관에서 주재국을 상대하는 멋진 모습을 그리며 입부하지만, 실제론 거의 매일 야근하며 서류와 싸움을 한다. 격무에 시달리다 보니 업무 환경이 부당하다고 답한다”며 “업무량이 줄지 않는 한 청렴도가 좋게 나올 수 없다”고 했다. 신입 외교관 선발 정원은 20년 전인 1995년이나 올해나 똑같이 34명이다.

 국민권익위는 청렴도 조사가 이미지 평가가 되지 않도록 ‘직간접 부패를 경험한 적이 있느냐’는 항목을 넣는 등 조사 방법을 개선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지난해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운조합의 청렴도가 곤두박질쳤고, 메르스 사태가 터진 올해 보건복지부가 꼴찌를 했다.

 지금처럼 인상 비평식 평가만으론 신선감도, 충격도 기대하기는 어렵다. 성적표를 받는 피평가기관들이 “지금처럼 평가하는 방식으론 어차피 우린 안 돼”라고 생각하는 한 개선 노력을 할 리도 만무하다. 완벽한 평가 제도란 없다. 하지만 예산을 들인 조사라면 ‘타성’에서 벗어날 방안이 없는지 더 고민하고 따져야 한다.

글=유지혜 정치국제부문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