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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폐기 1만 건 역대 최다, 부끄러운 19대 국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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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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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국무총리(왼쪽)가 19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오후 입법 협조를 구하기 위해 국회를 예방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운데)를 만난 황 총리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활성화법안과 노동개혁 관련 5개 법안을 신속히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오른쪽은 원유철 원내대표. [뉴시스]

 제19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9일 막을 내렸다. 9월 1일 개회해 100일 동안이나 이어진 장기 레이스였다. 하지만 결과는 형편없다. 여야가 이번 정기국회 들어 9일 오전까지 처리한 법안은 127건뿐으로, 처리 건수가 하루 평균 1건 남짓이었다.

100일간 241건 처리, 생산성 초라
114건은 어제 3시간 만에 통과
노동법 등 핵심법안 상정도 못해
청와대 "국회 입법기능 포기 유감"
국감 증인 3482명 가장 많이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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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라한 생산성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국회는 9일 오후 4시에 열린 마지막 본회의에서 114개의 법안을 무더기로 상정해 3시간여 만에 모두 처리했다. 법안 취지 설명도 대부분 건너뛰고 수박 겉핥기식 표결로 1분50초에 한 건꼴로 의사봉을 두드렸다. 또 법안을 모두 처리한 뒤 결의안 3건을 처리하기 직전에 정회를 했다가 속개하는 과정에선 의결정족수 8명이 부족해 6분 동안 회의가 멈춰서는 일도 발생했다. 촌극으로 19대 마지막 정기국회를 마무리하는 순간이었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 노동개혁 관련 5개 법안(산재보험법·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파견법·기간제법)은 물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테러방지법 등 쟁점 법안들은 상정도 못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쟁점 법안 처리가 무산된 데 대해 “정기국회 마지막 날 하루만이라도 정치적 논란을 내려놓아 달라는 국민적 기대와 열망을 저버린 행위로 국회 스스로가 입법 기능을 포기했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정기국회를 모니터링해온 바른사회시민회의에 따르면 이번 정기국회에서 의원들의 본회의 출석률은 91.3%(12월 2일 본회의까지만 집계)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수치도 허수일 뿐이다. 이 단체가 매번 본회의마다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킨 의원들을 세어 보니 참석률은 55.3%로 뚝 떨어졌다. 재적의원은 294명이나 되지만 본회의에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참석한 의원은 163.6명에 그쳤다. 통계에 따르면 본회의 때마다 의원 15.3명은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무단결석을 했다.

 19대 국회엔 이런 불명예를 씻어낼 기회조차 사실상 남지 않았다. 마지막 정기국회를 끝으로 의원들의 마음은 내년 총선 준비로 달음박질칠 게 분명하다. 대신 19대 국회엔 임기 동안 발의된 1만여 건의 법안만 ‘계류 중’이란 꼬리표를 달고 남게 된다. 이 중 대부분은 19대 국회 임기 종료일(내년 5월 29일)에 자동폐기될 운명이다. 법안을 이처럼 1만 건 넘게 자동폐기시킨 전례는 한국 국회사(史)에 없었다. 15대 459건→16대 839건→18대 3345건으로 자동폐기가 늘어나는 추세이긴 하지만 직전 18대 국회에서도 그 건수는 6489건에 불과했다.

 법안 발의만 잔뜩 해놓고 처리는 못하다 보니 법안 가결률(발의 법안 중 본회의에서 가결된 법안의 비율)에서도 19대는 역대 최하위 성적을 남기게 됐다. ‘입법부’라는 명칭을 붙이기에도 민망한 성적표다.

 19대 국회가 남긴 불명예스러운 기록은 또 있다. ‘민폐 국감’의 기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정감사에 역대 국회 중 가장 많은 3482명의 증인을 불러놓고 증인 1인당 답변시간은 가장 짧은 16분2초씩만 줬다.

남궁욱·이지상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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