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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삼성 '무인차' 도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삼성이 무인차에 도전한다.일찌감치 무인차 개발에 뛰어든 미국의 애플과 구글에 이은 행보다.

삼성전자는 9일 자동차 전장사업 진출을 위해 전사 조직에 '전장사업팀'을 신설하고 신임 사업팀장에 박종환(55) 부사장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어 "단기간 내 전장사업 역량 확보를 목표로 초기에는 인포테인먼트와 자율주행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향후 계열사간 협력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2016년 조직개편과 보직인사를 겸해 내놓은 이번 발표에 업계가 주목한 것은 '자율주행'이란 단어다. 구글과 애플이 앞다퉈 개발에 뛰어든 무인(無人)차를 뜻하는 말로 차량이 스스로 판단해 움직이는 미래형 자동차로,스마트카(smart car)로도 불린다. 삼성은 자동차와 IT(정보기술) 기술이 융합된 이 스마트카를 새로운 수종사업으로 보고, 삼성전자(무인차 두뇌에 해당하는 반도체와 시스템),삼성SDI(배터리),삼성전기(카메라 등 부품),삼성디스플레이(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스마트카 사업 진출을 위한 준비작업을 벌여왔다.

자동차 전장사업팀은 부품사업으로 잔뼈가 굵은 권오현(63) 삼성전자 부회장이 관장할 예정이다. 사업을 실제로 이끌어갈 박종환 부사장은 연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지난 1986년 삼성전자로 입사했다.이건희(73) 삼성전자 회장이 1995년 설립한 삼성자동차에도 파견됐던 우수인력으로 삼성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비서실,구조조정본부를 거쳤다. 최근까지 삼성전자 생활가전 사업부에서 모터와 냉기를 만드는 컴프레서를 담당하는 '기계'를 담당한 인물로 전장사업을 이끌어갈 적임자로 평가받았다.

삼성의 이번 전장사업팀 신설과 관련해 업계에선 "무인차에 들어가는 껍데기를 제외하고 사실상 자동차사업을 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삼성이 하게 된 셈"이라고 해석했다. 무인차의 핵심인 배터리부터 시스템 개발,두뇌에 해당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핵심사업을 모두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실시한 하반기 투자자포럼을 통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17개의 스마트카 연구개발센터가 있는데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가 이 센터들과 교류중이며 자동차 분야에선 애플과 구글이 결국 경쟁사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이런 해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사조직 직속으로 전장사업팀을 두게 된 것은 사업을 키우겠다는 뜻이지만 기존 거래선인 자동차업체와의 관계를 감안해 직접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공석이던 생활가전사업부장엔 서병삼 부사장을 선임했다.고동진 무선사업부 사장이 맡았던 개발실은 1실과 2실로 분리했다. 삼성페이와 자체 개발한 운영체제(OS)인 타이젠을 관할하는 개발1실장엔 이인종 부사장을, 하드웨어 개발을 담당하는 개발2실장엔 노태문 부사장을 앉혔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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