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부탁해] 단순 유쾌한 막장…‘내딸 금사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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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딸 금사월’에서 ‘악의 축’인 강만후(손창민·왼쪽)와 그에 대한 복수 일념으로 사는 신득예(전인화). 부부 사이다. [사진 MBC·화면 캡처]

MBC 주말드라마 ‘내딸 금사월’ 시청률이 고공 행진 중이다. 28회가 방송된 지난 6일에는 28.3%(닐슨코리아 조사결과)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왔다 장보리’(최고 시청률 37.3%)를 함께 만들었던 김순옥 작가-백호민 연출 콤비의 ‘연타석 히트’다. 하지만 꿈의 시청률 30%를 목전에 둔 ‘내딸 금사월’을 두고 쓴소리도 많다. 전작 ‘왔다 장보리’의 자기 복제 성격이 강한데다, 불륜과 출생의 비밀, 기억상실 등 막장 요소를 총동원했기 때문이다. ‘내딸 금사월’의 흥행 비결과 문제점을 문화부 이후남·이지영 기자와 피플앤섹션부 박현영 기자가 함께 짚어봤다.

시청률 28%로 자체 최고 기록
부모 죽인 원수에 대한 복수극
매회 긴장 조였다 풀었다 반복
캐릭터, 종이인형 같이 평면적
1인3역 카메오 유재석도 코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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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잡한 머리 식히는 ‘시추에이션 막장’=‘내딸 금사월’의 첫 번째 흥행 비결은 흐름이 단순해 언제 봐도 쉽게 이해가 된다는 것이다. 나쁜 사람은 늘 나쁘고 착한 사람은 늘 착한, 단순한 선악대결이 펼쳐진다. 인물 내면의 갈등도 없다. “캐릭터가 종이인형처럼 평면적”(이지영 기자)이다. 그래서 복잡한 머리를 식혀주는 효과가 있다. “세상이 드라마보다 더 복잡하게 꼬여있다. 드라마의 단순한 흐름이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박현영 기자)는 분석도 나온다.

 드라마의 큰 얼개는 부모 죽인 원수에 대한 복수극이지만, 극 분위기는 코미디에 가깝다. “유재석이 1인 3역 카메오로 끼어들었는데도 방해가 안 될 정도”(이후남 기자)다. 손창민·박원숙 등 악역들의 과장된 연기도 분위기를 가볍게 만든다. “드라마의 리얼리티를 일부러 떨어뜨려 이들의 악행 때문에 시청자들이 스트레스 받지 않게 하려는 모양”(이지영 기자)이다.

 권선징악 결말에 기대감도 시청자들을 유인하는 요소다. “매회 갈등이 고조됐다 긴장을 풀어주는 과정이 반복”(박현영 기자)되면서 악역 강만후(손창민)와 오혜상(박세영)의 몰락 과정을 보여준다. “시트콤(시추에이션 코미디)이 아닌 ‘시추에이션 막장’이란 새 장르”(이후남 기자)의 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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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사진은 연인 관계인 금사월(백진희·오른쪽)과 강찬빈(윤현민). 각각 강만후와 신득예의 혼외자다. [사진 MBC·화면 캡처]

 ◆개연성 없는 전개=‘내딸 금사월’엔 논란거리도 많다. 특히 “등장인물들이 시공간을 초월해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지영 기자)하는 식의 개연성 없는 전개가 문제다. 재벌 회장을 조폭 두목처럼 그리고, “뺑소니 교통사고와 절도 등 범죄가 속출하는데도 경찰 한 번 등장하지 않는”(박현영 기자) 황당한 장면이 부지기수다. 여성복 브랜드·다이어트 업체 등에 대한 노골적인 PPL(Product Placement·간접광고)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고귀한 집안의 자식은 비루하게 자랐어도 인품이 훌륭하다는 ‘혈연적 인과론’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후남 기자)도 이 드라마의 한계다. ‘내딸 금사월’에서 ‘핏줄’은 절대 가치다. 신득예(전인화)는 남편이 외도로 낳은 아들 강찬빈(윤현민)을 30년 가까이 자신이 키웠으면서도, 남편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며 “당신 아들 눈에 피눈물이 흐르게 될 것”이라고 한다. 찬빈이 자신을 친모보다 더 따르며 좋아하는 데도 전혀 거리낌이 없다. 기른 정에 대한 일말의 미련도 없다는 게 섬뜩하다. ‘내딸 금사월’과 김순옥 작가의 전작 ‘왔다 장보리’는 자매 드라마라 불러도 될 만큼 서로 비슷하다. “그토록 핏줄에 집착을 하면서도 눈앞의 자식을 못 알아보고, 선악 대결이 경연 형식으로 펼쳐지는”(이후남 기자) 등 두 작품의 여러 공통점이 신선도를 떨어뜨린다.

 총 50부작으로 기획된 ‘내딸 금사월’은 아직도 22회나 방송 분량이 남았다. 그런데 벌써 “극 초반 강만후가 저질렀던 거대한 악행에 비하면 최근 등장하는 에피소드들은 좀 싱겁다”(박현영 기자)는 지적도 나온다. 앞으로 11주 동안 금사월(백진희)과 주오월(송하윤)의 출생의 비밀이 완전히 드러나고, 신득예가 보금건설을 차지하게 될 터다. 그 과정이 뻔하지 않게 전개될 수 있을까. 내년 2월 말까지 갈 길 먼 ‘내딸 금사월’의 과제다.

정리=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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