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호의 와인 톡&Talk] 토라진 여인 달래는 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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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와인의 루비색과 화이트 와인의 황금빛이 섞이면 어떻게 될까. 답은 황홀경에 푹 빠질 만한 매혹적인 핑크빛이 된다.

와인 중에는 실제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을 섞어 놓은 것 같은 로제 와인이 있다. 와인에 친숙하지 않은 여인을 상대로 프로포즈를 하는 테이블이라면 필수품으로 곁들일 만하다.

로제 와인 중에 '화이트'와 '레드'의 이미지를 함께 담고 있는 묘한 이름의 와인이 있다. 미국산 '화이트 진판델(White Zinfandel)'이 다. 진판델은 레드 와인을 만드는 적포도의 품종명이다. 여기에 화이트가 붙었으니 이름만 봐선 화이트 와인인지 레드 와인인지 구분이 안된다.

그러나 이 와인은 화이트도 레드도 아닌 로제 와인에 속한다. 레드 와인용 진판델을 가지고 로제 와인의 핑크빛 색상을 뽑아내면서 청순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화이트를 붙인 것이다.

낮은 온도에서 발효시키고 신선한 포도주스를 첨가해 청량감이 뛰어나다. 달달한 미감이 주는 부드러운 느낌에 초보자도 쉽게 친해질 수 있다. 30분정도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TV드라마를 보면서 홀짝홀짝 마셔도 좋을 만큼 편안하다. 시원한 수박이나 참외를 깎아 함께 내놓으면 훌륭한 안주가 된다. 토라진 아내의 기분을 풀어주는 데도 효과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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