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제자들 돈 빌리고 안갚은 교수…법원 "해임 적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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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에게 돈을 빌린 뒤 갚지 않는 등 부적절한 금전 거래를 한 국립대 교수가 해임된 뒤 "지나친 처분"이라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광주지법 제1행정부(부장판사 박강회)는 29일 전직 교수 A씨(56)가 전남대학교 총장을 상대로 제기한 해임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교수 시절인 지난해 자신의 담당 과목을 수강 신청한 학생들에게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6명의 학생은 A씨의 계좌로 적게는 3만원에서 많게는 95만원까지 총 153만원을 보냈다.

A씨는 2013년도 자신의 과목을 수강했던 학생에게 2013년 1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전화·문자로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해 총 24차례에 걸쳐 600여만원을 받은 뒤 갚지 않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 측은 A씨가 수년 전에도 비슷한 사건으로 견책 처분을 받고도 또 같은 문제가 불거진 점, 수강생 개인 정보를 사적인 목적으로 쓴 점, 공무원 신분으로 10차례에 걸쳐 총 323일간 무단으로 국외여행을 한 점, 강의 책임시수를 이행하지 않은 점 등에서 지난해 5월 해임 처분했다.

A씨는 "가정사와 경제적 형편 문제로 어쩔 수 없이 학생들에게 돈을 빌렸고 뇌물수수나 공금횡령 등 중대한 사유가 아닌데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일반 직업인보다 높은 진실성·도덕성·윤리성이 요구되는 대학 교수 신분으로 이런 행동을 한 점과 본인은 물론 교원 사회 전체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는 점에서 엄격한 품위 유지 의무가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학생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교수 신분으로서 학생들의 심리적 부담감을 이용한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며 "견책 처분 전력에도 또 다시 유사 문제를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또 일부 학생들에게 빌린 돈은 갚지도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가족 보증 문제로 재산을 잃었고 미국에 있는 자녀가 갑자기 수술을 하게 돼 자녀들이 거주하고 있는 주택 집세 마련이 급해서 돈을 빌리게 됐다"는 A씨의 주장도 신뢰할 수 없으며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참작할 사정은 아니라고 했다.

재판부는 "(A씨의) 비위 행위로 교육공무원에 대한 일반 국민의 신뢰가 크게 손상됐다"며 "(대학 측이) 해임 처분으로 달성하기 위한 공직 기강 확립이나 국민 신뢰 회복 등 공익이 (A씨가 입을) 불이익에 비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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