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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졸리니까 학생이다"…고교생 잠 쫓는 법 보니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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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음을 이기지 못한 한 학급의 학생들이 모두 잠들었다. [사진=중앙포토]

곧 기말고사 기간이다. 많은 학생들이 자는 시간과 맞바꿔서라도 공부하는 시간을 늘린다.

잠과의 싸움이 얼마나 치열한지, 4시간 자면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뜻인 ‘사당오락’(四當五落)이 포털 사이트 사전에서 빈번히 검색된다. (‘아재스러운’ 표현이라고 생각하지 마시라! 사당오락은 2002년에 국립국어원 신어 자료집에 수록되기도 했다.)

하지만 눈꺼풀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아침 수업시간에도, 점심 식사 직후에도, 학원 수업을 듣는 저녁에도, 내 방 책상 앞에 앉은 늦은 밤에도 졸음은 성실하게도 찾아온다. ‘잠 깨는 법’은 부모님 세대, 그리고 지금의 학생들에게도 꾸준한 검색어가 될 수밖에 없다.

TONG청소년기자단과 SNS, 수험생 커뮤니티 등을 통해 잠 깨는 방법을 물어본 결과 단계별 유형을 찾을 수 있었다.

[1단계] 아직은 나 스스로를 이길 수 있다는 믿음

전통적으로 사랑받아 온 ‘찬물 자극’과 ‘지압’ 등의 방법은 나의 의지로 잠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에 기초한다. 찬물로 세수를 하거나 머리를 감는 것은 오래 전 과거를 준비하는 선비들도 사용했던 방법이다. 또 손가락 사이, 눈썹 사이를 지압한다는 학생들이 많았다. 실제로 피로를 풀어주고 집중력을 자극하는 혈자리다. 단, 이런 방법들은 순간 잠이 깨는 것 같지만 상쾌한 기분으로 잠이 드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2단계] 불편함과 부끄러움을 내주고 공부를 취한다

잠 깨는 방법도 시대에 따라 발전하기 마련이다. 이전까지 불편한 자세로 잠을 깨는 방법으로는 볼펜을 물거나 일어서서 책을 보는 정도가 전부였지만, 요즘 학생들은 마음까지 불편한 자세를 찾아냈다. 입에 물을 머금은 채 공부를 하는 방법, 책을 위로 들고 고개를 젖혀서 본다는 방법 등이 눈에 띄었다. 이 방법의 공통점은 슬쩍 잠이 들 경우 매우 부끄러워진다는 것. 입에서 물이 흘러내려 책을 적시거나, 하늘에서 떨어진 책을 얼굴로 받는 모습을 주변 친구들에게 보여주는 부끄러움을 담보로 거는 셈이다. 입에 물 대신 탄산수를 머금어 고통을 더하는 방법, 스탠딩 책상으로 서서 공부한다는 비싼 방법 등의 기타 의견도 있었다.

[3단계] 스스로 고통을 선택하는 수행자의 자세

일부 방법에서는 ‘아프니까 학생’이라는 절박함까지 느껴졌다. 자기 뺨을 치거나 손등을 여드름 짜듯이 꼬집는 방법부터 귀가 터지도록 ‘최고 볼륨’으로 음악 듣기, 책상 의자에 무릎을 꿇고 일부러 다리를 저리게 하는 방법까지 자기 몸에 고통을 주는 방법은 다양했다. 눈 주변에 물파스를 바르는, 고전적인 방법이지만 실제로 해보면 생각보다 더 아픈 방법도 많은 학생들이 알고 있었다. 졸릴 땐 머리핀으로 눈 밑을 집는다는 무서운 방법을 알려준 전샛별(한민고 1) 학생은 “약간 자해하는 느낌이 나지만 무겁던 눈꺼풀이 가벼워진다”고 했다.

몰려드는 졸음을 이기기란 이렇듯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이 싸움의 근본적인 원인은 지나치게 적은 청소년 수면시간에 있다. 한 기업이 지난 9월 고3 수험생 1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0%가 5시간가량 잠을 자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손용규 GF소아청소년과 원장은 “청소년기에는 7시간 이상의 수면이 필요하다. 조금 일찍 자고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좋다”면서 “잠을 이길 수 없을 때까지 버티는 것보다 조금 피곤을 느낄 때 잠자리에 들어야 깊게 잠을 잘 수 있으니 수면시간을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결국 잠이 부족하면 건강에는 해로울 수밖에 없다”며 “자는 시간과 맞바꾸는 것이 아니라 건강과 공부를 맞바꾼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스스로에게 공부가 그 정도 가치가 있는지 물어보라”고 덧붙였다.

글=박성조 기자 park.sungj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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