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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배 비싸도 배달 음식 … 중국 신인류 ‘지우링허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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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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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베이징에 있는 대학 8곳은 학생에게 금지 조치를 내렸다. 캠퍼스 에서 외부 음식을 배달할 수 없단 내용이다. 중국 인민일보의 인터넷 매체 인민망(人民網)에 따르면 요즘 중국 대학생은 배달 음식을 선호한다. 추운 날씨나 부족한 시간 등이 이유다. 하지만 배달이 몰리는 정오와 한밤 중에 배달 오토바이 교통 사고가 늘었다. 외부 음식의 위생 상태를 신뢰할 수 없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하지만 학생들은 금지 조치에도 교문에서 음식을 받는 등 배달 주문을 계속하고 있다.

인구 12% 차지 … 큰손으로 등장
외동으로 태어난 마지막 세대
부모 경제지원으로 씀씀이 커
품질·브랜드 중요시하는 실속파
“웨이보 등 SNS 통한 마케팅 필요”

 중국 대학생은 이른바 ‘지우링허우(九零後·90后)’로 불린다. 1990년대 이후에 태어났음을 뜻한다. 삼성증권 차이나센터는 25일 보고서를 통해 이 뉴스가 소비에 관대한 지우링허우 세대의 의식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선배 대학생은 학교 식당을 가거나 간단한 음식을 직접 만들어 끼니를 해결했다. 하지만 지우링허우는 맛없는 학교 음식에 싫증을 낸다. 이보다 3배는 비싸지만 맛있는 음식을 주문한다. 이현정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우링허우는 배고픔보다 맛, 가격보다 편리함을 중시한다”며 “중국 소비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신인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우링허우는 현재 중국 전체 인구의 약 12%를 차지한다. 중국 정부의 1가구 1자녀 정책의 영향으로 외동으로 태어난 마지막 세대다. 부모와 조부모의 극진한 관심과 경제적 지원을 받았다. 이는 씀씀이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중국 대학 졸업생 중 근로소득이 있는 그룹과 없는 그룹의 소비 금액은 각각 1229위안과 1122위안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이 연구원은 “돈을 벌지 않은 대학 졸업생도 소비를 줄이지 않는다”며 “부모를 비롯한 가족이 든든히 재정을 지원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하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지우링허우는 부모의 재정 지원으로 실질 구매력이 높다”며 “외동으로 재산과 주택을 상속받을 확률도 높아 여유롭다”고 말했다.

 80년대생 ‘빠링허우(八零後·80后)’는 대학 시절 드라마로 화장법과 패션 트렌드를 배웠다. 반면 지우링허우는 자신에게 맞는 화장품과 옷을 고민해 직접 산다. 일찍부터 해외문화를 접해 외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 강하다. 한류스타를 동경만 하던 빠링허우와 달리 아이돌 가수의 공연을 직접 찾아가고 관련 아이템도 산다. 이현정 연구원은 “지우링허우는 한국 스타산업이 중국에서 매출을 낼 수 있게 했다”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지우링허우가 과소비를 한다고 보면 오산이다. 이들은 ‘실속파’다. 정 연구원은 “중국 20대는 명품만 선호하는 게 아니라 품질과 브랜드 스토리를 중요시 한다”며 “한국 화장품이 중국에서 인기를 얻는 것도 저렴하지만 품질이 뛰어나고 한류 열풍으로 브랜드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서비스를 시작한 차량 공유서비스 우버도 적극적으로 이용하며 자동차 소유에도 집착하지 않는다.

 지우링허우를 공략하려면 온라인과 모바일을 주목해야 한다. 이들은 중국 내 O2O(online to offline) 산업을 이끌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중국 온라인 시장에서 18~29세 구매자의 매출 점유율은 38%다. 11일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광군제(光棍節)에서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거둔 하루 매출(약 16조5000억원) 중 모바일 거래는 68.7%였다. 구매자도 대부분 20대였다. 이현정 연구원은 “지우링허우는 또래 집단의 평가를 신뢰하며, 상품을 직접 써보는 걸 즐긴다”며 “전통적 방식이 아닌 웨이보 등 중국 SNS나 체험관을 신설해 마케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호 KOTRA 상하이 무역관장은 “전자상거래는 진입장벽이 낮아 한국 기업엔 좋은 기회”라며 “중국 파트너와 합작해 온라인몰을 개설하고 온라인 전용 제품을 내놔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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