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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차 첨지 오이 따먹듯 똑, 똑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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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본선 32강전 B조>
○·펑리야오 4단 ●·나 현 5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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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보(144~157)=상변 45는 집보다 선수라는 판단. 다시 한 번 ‘두텁게 마무리한다’는 나현의 의지를 확인시켜준다.

 47로 중앙에 검은 깃발이 나부끼면 백도 상변에서 어슬렁거릴 시간이 없다. 황급하게 48로 흑의 영토 확장을 경계하는 첨병을 투입한다.

 하변 49를 보면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아니, 그건 당하는 백의 처지이고 흑의 시선이라면 고인이 된 김수영 9단의 ‘차 첨지 오이 따먹듯 똑, 똑…’이라는 맛깔 나는 해설이 먼저다. 활용의 미끼라도 종반에 이렇게 야금야금 집어삼키는 실리는 알뜰하다.

 중앙 50은 큰 곳. 이 자리를 흑이 차지했을 때 불어날 영토를 생각하면 놓칠 수 없는 곳인데 나현의 손은 우하귀로 미끄러진다.

 얄밉다. 백의 영토는 조금씩 깎아내고 흑의 영토는 조금씩 불어나는데 저지할 막을 방법이 없다.

 무리하지도 않는다. 중앙 53은 선수. 손 빼면 ‘참고도’ 흑1 한방을 얻어맞아 중앙 백이 송두리째 휩쓸려 들어갈 위기에 처할 뿐 아니라 좌변에서 중앙으로 흘러나온 백 대마까지 위태로워진다.

 결국, 공도 없이 54로 연결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때 상변 55로 끊어 선수하고 57로 틀어막으니 흑의 승세는 좀 더 뚜렷해졌다.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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