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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1위 전남의 비결, 정부는 모르나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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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4호 30면

즐거운 데모였다. 11월 4일 전라남도 해남 한복판 시가지. 유모차 행진이 벌어졌다. 유모차 수십 대가 색색의 풍선을 달고 걸었다. 현지 언론은 ‘위풍당당’이라고 보도했다.


행진에 앞서 음악회가 열렸다. 문화예술회관에 300여 명이 모였다. 유모차 부대, 다른 엄마와 아이들, 가족과 주민이 함께했다.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것은 음악보다 시상식이었다. ‘다둥이상’ ‘늦둥이상’ ‘4대 가족상’ ‘다문화가족 행복상’.


그렇게 해남은 3년 연속 출산율 전국 1위 달성을 자축했다. 지난해 해남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낳는 평균 아이 숫자)은 2.43명. 전국 평균 1.21명의 곱절을 넘는다. 해남은 더 큰 기록도 냈다. 전국 226개 시·군·구 가운데 대체출산율(인구의 현상유지를 가능케 하는 출산율) 2.1명을 해남이 유일하게 능가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해남군은 8년 전부터 전담부서를 가동했다. 직원 6명이 다양한 출산장려정책을 개발, 집요하게 추진해 왔다.


모자보건 상담요원은 임신부터 출산까지 산모를 주기적으로 관리한다. 임신이 어려운 부부에게는 시술비 일부를 지원한다. 1회 100만원, 2회 80만원, 3회 60만원이다. 출산가정에는 신생아 양육비를 파격적으로 지원한다. 첫애 300만원, 둘째 350만원, 셋째 600만원, 넷째 720만원이다. 산후조리 식품(미역·쇠고기 등)과 신생아 용품(옷·우유·젖병 등)을 보내드린다. 엄마 아빠가 원하시면 전문 작명인의 도움을 받아 아이 이름을 무료로 지어드린다. 신생아 사진을 지역신문에 올려 축하한다. 유모차 음악회와 행진도 자축과 출산장려를 겸한 것이었다.


해남만이 아니다. 전국 시·군·구 가운데 출산율 2위는 영암, 3위는 함평이다. 1∼3위를 전남에서 싹쓸이했다. 전남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출산율 8년 연속 1위를 유지했다. 합계출산율 1.5명이다.


전남도는 산부인과가 없는 시·군에 ‘찾아가는 산부인과’를 운영한다. 이동검진버스를 보내 산전·산후 무료검진을 해드린다. 소방서와 연계한 ‘안심콜’도 시행한다. 소방서에 미리 등록해 둔 분만예정일이 임박했을 때 전화하면, 산부인과까지 무료로 보내드린다.


특히 전남도는 올해부터 공공형 산후조리원을 운영한다. 민간 산후조리원이 없는 시군에 전남도가 지원하는 산후조리원을 권역별로 두겠다는 나의 공약에 따른 것이다. 올 9월 1일 공공 산후조리원 제1호가 해남에 문을 열었다. 호텔 같은 분위기지만, 이용료가 민간 산후조리원보다 30%가량 싸다. 저소득층·장애인·다둥이·다문화 가정은 또 70%를 감면받는다. 개원 당일에 3개월분 예약이 찼을 만큼 인기가 높다.


또한 민간 어린이집이 없는 읍·면·동에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하고 있다. 민간 어린이집에는 전남도 인증제를 도입했다. 보육수준 향상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이런 시책들이 해남과 전남의 출산율을 높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다른 요인도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귀농·귀어·귀촌의 증가다. 지난해 전남에는 4608가구의 7890명이 귀농·귀어·귀촌했다. 세대주 기준으로 73.3%가 60세 미만, 42.5%가 40대 이하다. 특히 20~30대의 귀농·귀어·귀촌이 879가구(19.1%)로 전남이 전국에서 가장 많다. 이들이 출산율 제고에 기여한다.


둘째는 젊은이들이 부모와 가까이 살 수 있다는 점이다. 아이를 부모께 맡길 수 있는 것이다. 전남은 평야와 바다가 넓고 농어업이 활발해 부모와 가깝게 살기에 더욱 좋다.


국내 출산율 꼴찌는 0.98명의 서울이다. 아이를 평균 1명도 낳지 않는 것이다. 먹고 살기는 힘들고, 아이를 맡길 부모는 멀리 계시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도 중앙정부는 서울집중정책으로 회귀했다. 기업과 공장의 수도권 집중을 유도하는 정책이다. 이것이야말로 저출산 해결을 포기한 시대착오적 시책이다. 청년들에게 아이도 없는 외로운 인생을 권장하는 비인간적 발상이다.


중앙정부여, 저출산을 해결하려거든 지방을 보라. 시대착오적이고 비인간적인 서울집중정책을 재고하라. 청년들이여, 아이도 없는 사막 같은 인생을 살지 않으려거든 지방으로 오라. 새로운 삶이, 아이를 돌보아주실 부모님이 당신을 기다린다.


이낙연전남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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