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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더 낳을 능력 없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중국 상하이의 창러로(路)에는 인근 산부인과 병원을 찾는 임신부를 위한 상점들이 늘어서 있다. 아동복 매장의 매니저 왕이는 한 자녀 정책을 두 자녀 정책으로 전환한다는 지난 10월 29일의 발표에 크게 들뜬 모습이었다. “분명 우리에겐 경사”라고 그녀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기저귀·분유·유아복이 더 많이 필요할 테니까!”

중국, 경기부양책으로 ‘두 자녀’ 정책 채택했지만 양육비 부담에 냉담한 반응 보여

중국 공산당은 내년부터 모든 부부의 두 자녀 출산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20년에 걸친 고속성장의 탄력이 떨어지고 뚜렷한 둔화세를 보이는 중국경제를 떠받치려는 시의적절한 부양책으로 관측된다.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9%로 떨어졌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중국 당국이 30년 이상 도시 거주자들에게 강요해온 논란 많았던 한 자녀 정책이 이번 조치로 폐지됐다. 이 같은 정책 전환으로 연간 300만~800만 명의 아기가 더 태어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인구 고령화, 인력난, 국가 연금기금 부족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또한 소비로부터 부동산에 이르는 온갖 경제 부문의 부양효과도 가져올수 있다. 부동산은 한때 중국 경제의 주요 성장 동력이었지만 지난 3년 사이 크게 가라앉았다.

육아 비용 약 1억7000만원

전 세계 투자자들은 이번 조치가 장기적으로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바쁘게 주판알을 튕긴다. 우선적으로 지난 10월 말 중국 콘돔 업체들의 주가는 하락한 반면 아기용 분유·기저귀·유모차 업체의 주가는 상승했다.

중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인기 만점인 콘돔 제조사 일본 오카모토 주가는 중국 정부의 한 자녀 정책 폐지 결정 발표 이후 도쿄시장에서 10% 주저앉았다. 영국 런던의 듀렉스 콘돔 제조사 레키트 벤키저 그룹 주가도 하락했다.

반면 아동용 헤어·스킨 관리 제품을 생산하는 중국아동바디케어 주가는 홍콩 증시에서 40% 상승한 가격으로 지난 10월 마지막 한 주를 마감했다. 홍콩과 중국 본토의 분유 제조사 주가도 일제히 오름세를 나타냈다. 선전 증시에서 10% 급등한 베이인메이(Beingmate Baby & Child Food Co)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프랑스 조제분유 제조사 다농의 주가도 프랑스 파리 증시에서 3% 올랐다. 중국 유아식 시장에선 일본·유럽 브랜드가 더 안전하고 품질도 우수하다고 알려졌다. 다농은 네슬레와 함께 19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유아식 시장을 지배한다. 분유를 비롯한 유제품의 중국 내 최대 공급처인 뉴질랜드에선 그 발표 이후 현지 달러 가치가 1% 가까이 뛰었다.

부동산 업계도 임박한 인구 증가의 장기적인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시장분석가들의 반응은 차분하다. 일각에선 단기적으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중국 도시의 높은 생활비, 낮은 소득, 임박한 경기둔화 우려가 대다수 중산층 가정의 둘째 출산 의욕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번 조치는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의도”라며 작가이자 사회평론가인 오우 닝이 IB타임스에 말했다. “개발업체들이 주택을 더 크게 짓고 인근에 학교를 더 많이 세울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어떻게 사람들로 하여금 추가 출산 기회를 활용하도록 하느냐는 점이다. 특히 중국 도시의 높은 생활비와 사회적 스트레스로 많은 사람들이 자녀를 갖지 않으려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론상 두 자녀를 갖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상하이의 30대 중반인 회사 관리자 제임스 커가 IB타임스에 말했다. “아이들이 외롭지 않고 어린 시절을 훨씬 더 재미있게 보낼 수 있다. 그러나 그 비용을 누가 감당할 수 있겠나? 육아 비용이 정말 만만치 않다.”

지난 10월 30일 중국의 여러 웹사이트에도 비슷한 내용의 댓글이 이어졌다. 중국 최대 뉴스 포털 시나닷컴의 인기 댓글 중에는 육아비용을 60만~70만 위안(약 1억700만~1억2500만원)으로 추산하고 일반 근로자 가정으로선 ‘상상할 수 없는’ 액수라고 평한 내용도 있었다. 또 다른 댓글은 개혁조치에도 불구하고 허용된 숫자 이상 자녀를 갖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벌금이 부과될 것이라는 공식 경고성명을 비웃었다. “하하, 5년 뒤에는 자녀를 더 가진 사람들에게 정부가 포상금을 줄 것이다. 하지만 육아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나는 더 낳을 능력이 없다!”

추가 출산 의지의 상대적인 저하는 이미 지난 2년 사이 뚜렷이 드러났다. 중국 정부가 2년 전 몇몇 대도시에서 일차로 한 자녀 정책을 부분 완화한 뒤였다. 배우자 한쪽이 외둥이인 부부에 한해 두 자녀 출산을 허용했다. 약 1100만 명의 대상자 중 지금껏 150만 명 정도만 추가출산 허가 신청을 했다고 중국 언론이 보도했다.

“자녀를 더 낳으려는 대도시 거주자는 극소수일지 모른다”며 베이징 이공대학 경제학 교수 후싱두 교수가 덧붙였다. “중국인의 소득은 상당히 낮은 반면 생활비와 집값은 대단히 높다. 상당수 중산층은 이른바 ‘집의 노예’다(다시 말해 연봉의 대부분이 주택구입 융자금 상환에 들어간다). 그리고 복지수준은 서방보다 훨씬 떨어진다. 따라서 추가 출산은 큰 부담이 된다.”

이론상 6~15세의 교육은 무상이지만 유치원·고등학교·대학교 등록금은 모두 높다고 후 교수가 말했다. 또한 고도로 경쟁적인 교육·사회 환경에서 자녀가 빼어난 성적을 거두도록 많은 가정이 사교육비를 지출한다. 그뿐 아니라 아들이 결혼할 때 아파트 구입 자금을 보태줘야 한다는 점도 부모는 염두에 둬야 한다. “대도시에선 결혼하는 데만 200만 위안(약 3억6000만원)이 넘게 들 수 있다. 아파트가 없으면 여자가 결혼하려 하지 않는다”고 후 교수가 말했다.

중국의 경기둔화도 그와 같은 압력에 관한 우려를 더해줄지 모른다. 요 몇 달 사이 소비심리가 약화되는 조짐이 일부 드러났다. 예비 부모들의 고민을 더해주는 더 광범위한 문제들도 있다. 경제·교육비·의료비 문제뿐 아니라 중국의 널리 알려진 식품 안전과 환경 문제에 관한 우려로 많은 사람이 ‘실상 한 자녀 갖기도 힘들다’고 지난 10월 말 시나닷컴에 올라온 또 다른 댓글은 개탄한다.

조부모가 손주 양육을 거의 떠맡는 생활양식에 중국인이 익숙해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덕분에 부모는 직장에 나가고 개인생활을 더 많이 누릴 수 있다. 둘째 아이가 생기면 이 같은 패턴이 무너진다. 회사원 제임스 커의 말을 빌리자면 “내게는 그럴 만한 에너지가 없다.”

“요즘 중국의 많은 도시인은 자녀 출산보다는 개인의 행복에 더 투자하려 한다”며 후 교수는 덧붙였다. “그런 점에서 선진국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한 자녀 정책의 폐지에 중국의 노동력과 연금재원 부족을 메우는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자신할 수 없다.”

실제로 뉴욕타임스가 인용한 중국 국가인구계획생육위원회(NPFPC) 조사에 따르면 두 자녀를 갖겠다는 중국인 부부는 절반에 불과하다. 일정 부분 인구 고령화와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로 인한 경제성장의 감속 속에서 주택과 교육비가 급등하면서 중국 가구의 경제적 불안감이 갈수록 커져 왔다.

생활비는 중국의 인구증가를 가로막는 장벽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고 미시건대학 중국 데이터센터의 바오 슈밍 소장이 말했다. 교육수준과 중산층의 가구소득이 증가하면서 그와 함께 가족관계의 역학과 문화적 가치도 바뀌었다고 그가 평했다. “생활비도 한 가지 문제다. 교육비와 집값이 전보다 훨씬 더 높아진 건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은 가장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무엇보다 문화가 바뀌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과거 중국의 가정은 자식이 노부모를 봉양하는 대가족 구조에 의존했다. 요즘 중국의 성인 자녀들은 더 독립적이라고 바오 소장이 말했다. 그들은 부모로부터 독립해 나와 사는 비율이 더 높다. 자녀가 늘면서 책임이 커지는 데 거부감을 가질지 모른다. “사람들은 인생을 향유하고 싶어 한다. 자신만의 시간을 즐긴다. 책임지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그가 말했다.

어린 아들 하나를 둔 대학 강사 매기 딩은 지난해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아들만 둘이나 생기는 모험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 문화에선 젊은 남성이 결혼 전 아파트와 자동차를 마련해 신부에 안겨주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다. 따라서 부모가 큰 빚을 떠안게 될 수 있다. “아들이 둘이면 주택융자와 스트레스도 2배다. 생각만 해도 몸서리쳐진다”고 딩 강사가 말했다.

그렇지만 정책 변화의 효과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중국의 농촌 주민들은 근년 들어 한 자녀 정책의 허점을 파고들며 둘째 출산에 더 강한 의욕을 보였다고 후 교수는 평했다. 그리고 정부가 내륙 지방에 건설 중인 신도시로 농촌 주민의 이주를 장려함에 따라 그런 추세가 계속될지 모른다고 내다봤다. 10년 전 안후이성에서 상하이로 이주한 20대 후반의 카페 매니저 셰인 주는 뚜렷한 가족관을 갖고 있다.

“우리 세대 젊은이 중 다수는 두 자녀를 원한다. 내 친구는 대부분 그렇다”며 그가 덧붙였다. “외둥이는 너무 외롭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이다. 상당수 농촌 출신들이 그렇듯 그도 두 형제 중 하나다. “나는 형이 있어서 아주 좋다”며 그가 설명했다. “우리는 같이 놀고 대화하고 모든 일을 의논한다. 따라서 나는 단연코 두 자녀를 가질 계획이다. 큰돈이 들겠지만 각오가 돼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책변화를 환영하면서도 인구구성 위기를 완화하는 데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조치는 중국경제의 고도성장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는 전 세계의 우려 속에 현 중국 정부가 경제의 장기적인 방향에 관해 우려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더 늦어지는 것보다는 낫다”고 뉴욕 싱크탱크 외교협회의 황얀종 선임 연구원이 말했다. “정책이 당장 실시된다 해도 심각한 고령화의 완화 측면에서 지금으로부터 20년 뒤에나 효과가 나타난다.”

“문제는 중국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인구 고령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황 연구원이 지난 10월 말 말했다. “한 자녀 정책은 중국 역사상 마오쩌둥 이후 시대의 가장 실패한 정책이 될 수 있다.”

반면 당장은 정책변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지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 둘째 출산에 관한 대중의 인식이 언젠가는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단기적으로는 상당히 미미하겠지만 장기적인 혜택은 점차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ANZ 뱅크가 10월 말 발표한 보고서에서 분석했다.

“이 같은 변화가 효과를 나타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듯하다”고 부동산 회사 CBRE의 중국 담당 조사 책임자 프랭크 첸이 IB타임스에 말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출산이 증가하면 주택수요가 커지고 소매업계에도 플러스가 된다.”

일부 전문가는 추가적인 개혁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중국의 영향력 있는 지식인 중 다수가 가족계획 정책의 완전 폐지를 줄기차게 촉구한다. 두 자녀 출산 제한도 시민권의 침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 린치는 10월 말 발표한 보고서에서 10~15년 이내에 중국인이 원하는 만큼 자녀를 갖게 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젊은 세대 중 일부는 정책변화에 여전히 확신을 갖지 못하는 모습이다. 어쩌면 부모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지 모른다. 중국의 평균 결혼연령이 비교적 낮은 데는 결혼해서 자녀를 가지라는 부모의 압력이 오랫동안 주된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손자를 더 많이 보게 됐다며 벌써부터 좋아하는 노인도 있다.

“나는 애석하게도 이번 정책변화의 혜택을 보기에는 너무 나이가 들었다”며 유아복 매장의 왕이 매니저가 덧붙였다. “하지만 20세인 내 딸은 반드시 아이 둘을 갖게 할 작정이다. 하나보다는 둘이 분명 더 낫다.”

글 = 아이비타임즈 던칸 휴이트, 아디샤 콘달라마한티, 미쉘 마크 기자  번역 =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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