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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함바왕’ 유상봉 편지게이트- “검사실서 편지묶음 건네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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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옥 가서도 하루에 3~4통 쓰는건 기본, 검사실로 불러 편지 묶음 건네더라”

 5년 전 ‘함바’(건설현장 식당) 王으로 불린 유상봉씨가 구속된 후 대한민국 공직사회는 함바게이트라는 초유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2015년 11월, 함바왕 유상봉은 ‘편지게이트’라는 이름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2012년부터 최근까지 그가 전현직 공직자들과 측근, 투자 피해자 등에게 보낸 수백 통의 옥중 편지 중 119통을 JTBC 탐사프로그램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제작진이 단독입수했다.

 취재진이 입수한 편지 중 일부를 제공한 A씨는 “함바게이트는 끝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A씨는 10여년간 유씨와 함께 함바사업을 해온 사람으로 한 때 유씨의 최측근이었지만 자신도 유씨로부터 십수억원의 사기를 당했다고 한다. 

A씨는 제작진과 만나 유씨의 옥중 편지에 대해 자세히 털어놓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유상봉씨가 보낸 옥중편지 중에는 봉투 겉봉에 구치소나 교도소 소인이 없는 경우도 있던데 이런 경우는 어떻게 배달된 건가?

 “유상봉씨가 자신의 담당 검사실로 저를 오라고 부르더라고요. 검사실에서 유씨를 만나면 편지를 한 묶음 제게 건네주는 식이죠.”

 -검사실로 유씨가 조사받으로 나올 때 그랬다는 거죠?

 “그렇죠. 시간을 맞춰서 나를 오라고 해서 직접 건네줬죠.”

 -무슨 내용의 편지들이에요?

 “뻔하죠. 누구 만나봐라. 혹은 내가 이러저러한 어려운 처지에 있으니 도와달라. 일부는 돈 좀 어디 계좌로 보내달라. 뭐 이런 내용들입니다.”

 -그럼 담당검사도 편지 건네는 상황을 다 알고 있었겠네요.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거죠. 이런 얘기는 길게 하지 마시죠. 검사까지 다치게 하고 싶은 생각은....”

 -또 다른 방식으로 편지를 전달한 적은 없나요?

 “실제로 내가 목격도 하고 있었던 일인데. 구치소 교도관을 통해서 밖으로 전달도 하고 했어요. 누구라고 이름을 얘기하기는 그렇고. (그 교도관에게) 용돈도 좀 주고 그런 일도 있었어요.”

 -교도관에게 용돈을 어떻게 줬다는 건가요?

 “유상봉씨 처남이 있어요. 김OO라고 있는데. 주로 그 친구가 교도관에게 봉투도 주고 그랬죠. 내가 눈으로 본 사실이에요.”

 -유상봉씨 편지 받은 분들이 상당히 많던데요. 유씨가 편지를 하루에 얼마나 많이 썼을까요?

 “유상봉씨 면회를 가면요 맨날 손가락이 아프다고 할 정도였어요. 편지를 하루에도 엄청나게 많이 쓴 걸로 알고 있어요. 우리는 매일 하루에 한통씩 쓴다는 건 상상도 못하는데 유씨는 하루에도 다섯통 여섯통 이상도 쓰더라고요. 하루 3~4통은 기본이고요.”

 -편지를 보내는 대상은 어떤 사람들이었나요?

 “자기가 돈을 받아야될 사람이죠. 협박 공갈을 해야할 대상이겠죠. 유상봉씨 함바사업을 도와주면서 뒷돈을 받은 공직자들이죠.”

 -구체적으로 편지 받은 공직자들을 알고 있나요?

 “예를들면 전직 OO지방경찰청장 A씨 같은 경우는 1억5000만원을 준 모양인데 나중에 돌려달라고 해서 결국 유씨에게 돌려줬어요. A씨는 이미 돌려줬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을텐데 나중에 함바사건이 터져서 결국 곤욕을 치렀죠.”

 -보통 뇌물 사건에서 공여자가 수수자에게 돈을 다시 돌려달라고 하는 경우는 없는데요. 유상봉씨 행태는 특이하군요. 그런게 어떻게 가능할까요?

 “사실 검사가 유상봉씨 입장을 배려하지 않으면 쉽지 않은 일이죠. 뇌물이라는게 사건화가 되면 국가가 추징하는거지 유상봉씨에게 돌려주는건 아니잖아요. 유씨가 공갈협박을 해서 돈을 받아낼 수 있게끔 검사가 시간을 주는 경우죠. 사건화 시키는 것도 좀 늦춰주고. 그런 뒤에 적당한 시간이 되면 뇌물수수로 엮어버리는거죠.”

 -이런 내용을 어떻게 알고 있나요?

 “유상봉씨가 직접 저한테 해준 얘기니까요. 검찰이 이러저러하게 많이 도와준다는거죠. 유씨의 말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는데 돌아가는 걸 보면 크게 틀린 얘기는 아닌 것 같고요.”

 -유씨가 편지를 보내 요구조건을 들어주지 않으면 그 다음 단계는요?

 “보통 ‘내려놓는다’는 표현을 쓰는데요. 쉽게 얘기해서 검찰에 불어버리는 거죠. 더이상 협조도 안되고 도움도 안되니까. 그냥 돈준 것들을 까버리는거죠.”

 -그렇다면 지금도 유씨가 ‘내려놓지 않고 있는 공직자’들도 있겠네요?

 “아직도 쓸모가 있고, 도움이 되는 공직자들은 입을 닫고 있는거죠. 전국 요소요소에 많이 있습니다. 함바사건이 끝난지 4년이 지났지만 끝났다는게 사실은 끝난게 아닌거죠.”

자세한 내용은 20일 밤 9시40분에 방영되는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함바왕의 편지게이트'에서 볼 수 있다.


 고성표 JTBC기자 muzes@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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