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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 땅 담보 불법대출, 조합비 횡령 … 위험한 지역주택조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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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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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전북 전주시 A지역주택조합. 당시 저렴한 아파트 값을 내세워 조합원 200여 명을 모집했다. 하지만 사업은 4년 동안 진척이 없었다. 그간 조합 간부는 자신의 친척이 대표로 있는 부동산컨설팅회사를 업무대행사로 선정해 비정상적으로 조합을 운영했다. 조합 땅을 담보로 업무대행사 명의의 불법 대출(10억원)을 받는가 하면 설계비를 기존 계획보다 세 배 이상 늘렸다. 이 과정에서 추가비용이 생겨 조합원 부담만 늘어났다.

전국 33곳 … 무주택자 피해 우려
간부가 설계비 늘려 조합원 부담도
분양가 싸고 청약통장 불필요 장점
무작정 가입 했다간 피해 커질 수도
재정 건전정, 토지 매입 여부 살펴야

 # 경기도 분당에 사는 양모씨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그는 “선납하면 분양가를 30% 깎아주겠다”는 시행사의 말을 믿고 2013년 인근의 한 오피스텔과 상가에 9억여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올해 3월 소유권 등기 이전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자금 관리를 맡은 부동산신탁사 B사가 시행사 계좌로 입금한 경우 효력이 없다는 주장을 했다. 양씨가 계약서를 꼼꼼히 들여다보니 한쪽 구석에 ‘신탁사 계좌로 입금해야만 소유권 등기이전이 가능하다’고 적혀 있었다. 양씨는 “시행사·신탁사 모두 책임을 회피해 아직까지 돈을 돌려받지도 등기를 내지도 못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부동산시장 호황 뒤에 그늘이 짙게 깔리고 있다. ‘아파트 공동구매’로 불리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비롯해 오피스텔·상가 같은 수익형 부동산 투자에 따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NH투자증권 김규정 부동산연구위원은 “시장 호황을 타고 부동산 상품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났지만 수요자의 재산을 보호해줄 안전장치는 미흡하다”고 말했다.

 요즘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것 중 하나가 지역주택조합 사업이다. 이 사업은 무주택자가 조합을 만들어 집을 짓는 방식이다. 조합이 토지 확보와 사업 진행을 맡는 시행사 업무를 하기 때문에 금융비용이 적게 들어 일반분양 아파트보다 분양가가 10~20% 싸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것도 장점이다. 이 때문에 무주택의 주택수요자로부터 인기를 끌면서 공급이 크게 늘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국에서 조합을 설립한 지역주택조합은 33곳(2만1431가구)이다. 하반기 실적을 포함하지 않고도 2005년 이후 연간 기준 최대치다.

 하지만 조합원 모집 과정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는 점을 악용한 부작용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 일부 신문과 인터넷에 무자격 업무대행사나 실체를 알 수 없는 단체의 광고가 판을 친다. 이들은 대개 ▶토지 확보 완료 ▶값싼 분양가 ▶시공사 확정 등 내용을 허위로 명시하거나 과장해 수요자를 유혹한다.

 조합장과 업무대행사가 결탁해 조합비를 횡령하는 일도 자주 벌어진다. 박계옥 국민권익위 권익개선정책국장은 “조합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업무대행사의 기능과 업무 범위 등을 구체화해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자는 조합 가입 전에 조합원이 얼마나 모집됐고, 토지 매입이 제대로 됐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전문가는 “조합의 비리 여부나 시공사의 재정 건전성, 자금 관리의 안전성 등도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피스텔·상가의 경우 할인분양 방식을 동원해 투자자를 현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분양대금을 예정된 납부기일보다 먼저 내도록 종용하면서다. 법무법인 로티스 최광석 변호사는 “계약 때 중요한 내용을 알려주지 않아 투자자에게 손실을 떠안기는 업체가 적지 않다”며 “투자자는 계약서에 지정계좌 등이 명시돼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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