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생각, 배신의 정치 언급 때와 같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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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부친인 유수호 전 의원의 빈소에 조화를 보내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9일 “조화를 받지 않겠다는 고인의 유지와 유가족의 뜻을 존중해 보내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조화를 받지 않는다고 해서 보내지 않았다지만 결국 조화를 보내지 않은 건 박 대통령의 심경이 반영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월 당시 원내대표였던 유 전 원내대표와 국회법 개정안 문제로 충돌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 국무회의에서 ‘배신의 정치’를 언급하며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 주셔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복수의 청와대 인사들은 박 대통령의 생각이 “5개월 전인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유 전 원내대표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시선이 여전히 냉랭하다는 의미다. 한 참모는 “박 대통령의 당시 발언은 (정치의) 원칙에 관한 문제가 아니었느냐”고도 했다.

청와대, 유승민 바라보는 시각
겉으론 “물갈이 말 안 돼” 선 그어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의 대구 출마론과 맞물려 ‘물갈이론’은 증식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의 기본 입장은 총선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특정 지역을 물갈이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청와대 내에서도 내년 총선 결과가 박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를 운영하는 데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란 점에는 동의하는 참모들이 적지 않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지지 기반인 대구 에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출마를 선언하거나 준비하는 것도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공천에 개입하든 안 하든 대구는 박 대통령의 영향력이 통할 수 있는 지역”이라며 “물갈이론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신용호 기자 nov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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