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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집증후군 근절 안 되는 이유 있었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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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집증후군이란 용어가 국내에 도입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이로 인한 환경·사회적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건물 내장재 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오염물질은 피부질환은 물론 심할 경우 암을 유발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부는 규제를 강화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신축아파트 실내 공기질 검사 시작한 지 10년째 갈수록 악화… 정부 안에서도 환경부는 기준 강화, 국토부는 ‘과잉규제’라며 난색

지자체는 뛰는데, 국토부는 모르쇠로 일관

경기도 안산시의 한 신축아파트를 분양받은 A씨(43·여)는 입주를 앞두고 큰 고민에 빠졌다. 새집을 장만했다는 기쁨을 누리는 것도 잠깐뿐이었다. 입주자 사전점검 때 들뜬 마음으로 새 아파트 현관문을 여는 순간 그는 매캐한 냄새에 눈조차 뜰 수가 없었다. 새 집을 구경시켜주려고 데려갔던 열살 된 아이는 눈이 따갑다며 칭얼댔다. 눈이 충혈되고 눈물까지 흘리는 아이 모습을 보고 덜컥 겁이 났다. 말로만 듣던 ‘새집증후군’이란 생각이 번뜩 머리를 스쳐갔다. 결국 A씨는 새 아파트에 입주도 못해보고 전세로 내놨다. 아이의 아토피가 걱정돼서 2년 뒤쯤에나 입주할 계획이다.

새집증후군이란 용어가 국내에 등장한지 20년이 흘렀다. 1996년 일본에서 화학물질에 의한 주거용 건물의 실내 공기오염이 심각한 환경문제로 등장했을 때 처음 사용됐던 SHS(Sick House Syndrome: 직역하면 ‘병든 집 증후군’)란 말이 국내에서 새집증후군이란 용어로 소개된 것이다. 이때부터 새집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한 규제가 하나둘씩 마련됐다.

새집증후군은 새집의 실내공기가 오염되면서 발생한다. 주로 실내 건축자재 속에 포함된 포름알데히드·톨루엔과 같은 휘발성 유기물과 라돈 등의 오염물질이 공기 중으로 배출되면서 인체에 해를 끼친다. 천식 등 호흡기 질환과 아토피성 피부질환은 물론 암을 유발하는 원인으로도 지목되고 있다. A씨는 “정치인이나 정부와 지자체가 아토피를 예방하는 조치에 전력을 다하기보다 이미 생긴 아토피를 치료하는 식으로 생색만 내는 것 같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실내공기 오염원은 대부분 실내에 있다. 벽지, 시멘트, 장판, 가구, 가전제품 등에 쓰인 접착제, 살충제, 세척제 등 수많은 화학물질에서 휘발성 유기물과 독성화합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휘발성 유기물을 가장 많이 내뿜는 것은 건축자재 부분이다. 집성재(접착제), 내장보드(접착제 원료), 벽지(원료가소제), 단열재, 요소발포수지(발포제), 요소수지바인더 유리섬유(접착제), 플라스틱 배관(원료가소제), 도료(유기용제 원료), 전분 풀(곰팡이 방균제), 합성접착제(유기용제 원료) 등 거의 모든 건자재에 오염원이 포함돼 있다.

새집은 발암·피부질환 유발 물질 저장소

?포름알데히드로 가득한 용기 안에 비둘기와 해골(아래)이 들어 있다. 포름알데히드는 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새집증후군의 주요 원인이다. 데이미언 허스트 작 <피할 수 없는 진실>(2005)

가장 무서운 건 포름알데히드(HCHO)다. 새집이나 자동차 안에서 나는 매캐한 냄새가 바로 이 성분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포름알데히드를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건축마감재와 합판, 내화보드, 집성보드, 단열재 등에 광범위하게 이 성분이 포함된 수지가 사용된다. 새집 거주자는 일상적으로 포름알데히드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방출 수준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기간은 5~6년이나 된다. 세계보건기구의 권고에 따르면 실내에서 방출되는 오염물질은 실외보다 폐에 전달 확률이 무려 1천 배나 높을 수 있다. 특히 주거지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영·유아와 주부, 노약자에게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실내 공기질 검사는 환경부 소관이다. 환경부 기준은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 공기질 관리법’에 들어있다. 하지만 이미 지어진 건축물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사후약방문의 성격이 짙다. 새집증후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지난 9월 환경부가 발표한 실내 공기질 점검 결과 다중이용시설 2536곳 중 87곳(3.4%)이 실내공기질 유지 기준을 초과했다. 신축 아파트는 111곳 811개 측정지점 중 39곳 119지점(14.7%)으로 평균치를 웃돌았다. 기준초과 시설 중에는 어린이집과 대형 병원도 여럿 포함됐다.

지난해 10월 입주한 마포구의 한 아파트 단지도 사정은 비슷하다. 일부 세대에서 포름알데히드가 기준치의 두 배나 검출됐다. 이렇게 최근 3년간 실내 공기질을 측정한 신축 아파트 140개 단지 중 38개 단지에서 오염물질이 기준치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기준을 위반한 다중이용시설 소유자 등에게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과태료 부과와 개선명령을 내리도록 조치했다. 그런데 건축주들은 억울하다고 입을 모은다. 기준치를 초과한 건 맞지만 애초에 건물을 지을 때 국토부가 정한 기준에 맞춰 시공을 했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과태료를 물어야 할 곳은 국토부”라는 말까지 나온다.

국토부의 관련 기준은 ‘건강친화형주택 건설기준고시’다. 여기에 건축자재의 오염물질 배출 기준을 정했다. 시공자와 건축주는 기준에 부합하는 친환경 건축자재를 사용해야 한다. 오염물질 ‘저방출(미방출 자재가 아니다)’ 자재, 빌트인 가전제품과 붙박이가구의 친환경 제품 사용 등을 의무 규정으로 정했다.

새집증후군 방지 기준 효과는 ‘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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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각 해당 기관

문제는 이런 기준에 맞는 자재를 사용하고 오염물질 제거를 위한 사전 조치를 하도록 했어도 오염물질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8월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이 신축아파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실내 공기질 검사 결과, 검사 대상 안산의 D아파트는 부적합 판정을 받았고, 수원 A, 평택 E아파트는 적합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적합 판정을 받은 A, E아파트의 수치도 부적합에 육박할 정도로 좋지 않았다. 경기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적합 판정을 받았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오염물질이 누적돼 실내 공기질이 더 악화될 수 있다”며 “친환경 자재를 썼다고 하더라도 이는 오염물질 배출량이 적다는 것을 의미할 뿐, 100%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기능성 자재 사용에 관한 기준도 마련했다. 기능성 자재는 오염물질을 저감시키거나 억제하는 것을 말한다. 다른 건자재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을 흡착 저감하는 역할을 한다. 국토부 기준은 흡착·흡방습·항균·항곰팡이 4가지 기능으로 구분된다. 하지만 기능성 자재 사용은 권장사항이다. 최소 시공 기준도 5~10%에 불과하다. 단 5%만 기능성 자재를 사용하고도 ‘친환경 아파트’라고 홍보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준 셈이다. 이 정도면 사실상 실내 공기질 개선 효과를 거의 볼 수 없는 수준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건설사는 이 권장사항을 따르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흡착·흡방습 기능성 자재의 경우 85㎡ 크기 아파트를 기준으로 한 가구당 약 200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대규모 단지를 지을 경우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의 추가 건설비용이 들어가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주택 분양시장이 침체된 상황에 저렇게 추가된 비용을 모두 분양가에 포함할 수도 없다”며 “그래서 건설사들은 단가가 싼 항균, 항곰팡이 기능성 자재만 최소 기준에 맞게 시공하고 건강친화형 주택이라고 선전할 명분을 얻는다”고 말했다.

국토부도 이런 한계를 알고는 있는 듯하다. 지난 2012년에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전부개정을 추진한 적이 있다. 대통령령인 이 규정은 앞서 언급한 건강친화형주택 건설기준의 상위 규정이다. 국토부는 당시 전부개정안을 통해 5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을 건설하는 경우 흡방습, 흡착, 항곰팡이, 항균 성능을 가진 건축자재 사용을 의무화했다.

국토부규제개선감시위원회 심사에서도 이 규제는 적정한 것으로 평가됐다. 심사보고서에서 국토부는 “새집증후군 문제를 개선해 거주자에게 건강하고 쾌적한 실내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비규제 대안은 없다”고 설명했다. 비용보다 편익 효과가 더 크다고도 했다. 새집증후군은 오직 규제를 통해서만 잡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개정안은 원안대로 국무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대신 ‘오염물질을 최소화할 수 있는 건강친화형 주택으로 건설’하되, 세부적인 사항을 국토부 고시로 위임했다. 결국 달라진 건 없다. 다만 기능성 자재 사용을 권장사항으로 정한 국토부 기준에 명분만 더해준 셈이 됐다.

국토부의 조치를 기다렸던 지자체들은 자체 기준을 만들어 새집증후군 해결에 나섰다. 서초구는 ‘친환경청정주택 가이드라인’을 통해 흡방습, 흡착 기능성 자재를 실내 벽체면적의 50% 이상 사용하도록 의무화했다. 시공비용이 가장 비싸 건설사들이 꺼리는 항목이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항균, 항곰팡이 자재는 권장사항으로 두되, 이것 역시 국토부 기준보다 강화해 30% 이상 적용해야 기능성 자재를 시공한 것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지자체 기능성 자재 찬성, 국토부는 모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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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는 자체 기준을 만들어 새집증후군 유발물질을 흡착·흡방습 기능성 자재 사용을 의무화했다. 구는 고덕주공단지(사진) 등 관내 11개 단지 3만3천여 세대 재건축사업에 이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강동구도 자체 기준(친환경 공동주택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이 지침에 따라 환경부가 오염물질 방출자재로 고시한 품목은 사용을 금지시켰다. 또 흡방습, 흡착 기능성 자재 사용을 의무화했다. 성북구(저탄소·그린디자인 건축물 가이드라인)도 1천 세대 이상 공동주택을 건설할 때 흡방습, 흡착, 항곰팡이, 항균 성분을 가진 기능성 자재 사용비율을 50% 이상으로 의무화했다. 강동구는 고덕·둔촌주공아파트 등 관내 11개 단지 3만3천여 세대 재건축사업에 이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최복두 재건축공공관리팀장은 “새집증후군 완화와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으면 아예 건축심의조차 올리지 않는다”며 “자체 분석 결과 초기 비용은 약 8% 가량 들지만 향후 부동산 가치 상승 등 종합적으로는 이익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자치구들의 독자적인 움직임에 서울시도 가세했다. 서울시는 강동·서초·성북구가 국토부 기준에 반기를 들고 있는 데다, 새집증후군 문제로 시민들이 고통받는 현실을 방관만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지난 8월부터 환경부와 새집 증후군 문제 해결을 위한 공조에 나섰다. 서울시 관계자는 “실내 공기질 문제는 건축자재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어 강도 높은 근본대책을 수립 중”이라고 말했다.지자체들의 이런 조치는 실질적으로 실내 공기질의 개선에 효과적이다. 포름알데히드와 세균·곰팡이의 관련성 때문이다. 한국에너지공단의 새집증후군 해소기술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역설적이게도 포름알데히드를 규제하면 세균과 미생물이 생장하기 좋은 조건이 갖춰진다. 포름알데히드 자체의 살균효과 때문이다. 포름알데히드를 방출하지 않거나 방출량이 적은 친환경 자재를 사용하면 그 반작용으로 곰팡이·진균·진드기 등 미생물과 세균이 늘어난다. 따라서 오염물질 저방출 자재인 친환경 자재를 사용하면 오염물질을 저감하는 흡착기능 자재와 일정습도를 유지해 세균 번식을 막아주는 흡방습 자재, 항균·항곰팡이 자재를 모두 사용해야 기대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관계자는 “포름알데히드와 같은 휘발성 화학물질과 세균, 곰팡이를 모두 잡으려면 친환경 자재와 기능성 자재를 함께 사용해야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수년째 앵무새처럼 ‘중장기 검토 중’

?※자료:저에너지 친환경 테스트하우스 통합성능평가 연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이윤규 박사)

하지만 유독 국토부는 기준을 강화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기준을 강화해달라는 지자체 건의에 대해서도 난색을 표한다. 지난해 경기도는 기능성 자재 권장기준 4개를 모두 의무화해 달라고 국토부에 건의했다. 이미 2013년에 국토부가 시행하려 했던 내용이다. 여기에 대해 국토부는 “오염물질 ‘저 방출자재’ 사용, 입주 전 오염물질을 저감토록 하고 있고, 기능성 자재는 보조적 수단으로 사용을 권장”한다며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4개 기능성 자재의 경우 권장사항으로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시됐다는 게 그 이유였다.

보다 못해 환경부도 나섰지만 국토부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아파트 실내 화학물질 기준치를 의무적으로 준수하도록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 공기질 관리법’ 개정을 추진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유해 화학물질의 실내 잔류량 기준치는 종류별로 포름알데히드 210㎍/㎥ 이하, 벤젠 30㎍/㎥, 톨루엔 1000㎍/㎥, 에틸벤젠 360㎍/㎥, 자일렌 700㎍/㎥, 스티렌 300㎍/㎥ 이하를 유지하도록 했다. 준공 후 입주 사흘 전까지 5시간 동안 밀폐해둔 상태에서 공기질을 측정해 이 기준치를 만족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기준을 초과하면 개선명령이나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1년 이하 징역, 1천만원 이하 벌금 등 처벌을 강화했다.

환경부는 이 규제의 비용 대비 편익을 분석한 결과 편익이 훨씬 크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법령을 개정하면 주택 시공사들은 연 230억~690억원 정도의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국민들의 삶의 가치 이익은 연 1120억~2070억원에 달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그동안 규제를 강화하고 싶어도 기업규제 논리에 밀리고 국토부의 파워에 밀려 못하는 바람에 새집증후군 문제가 터질 때마다 애꿎은 우리 부만 비난을 받곤 했다”고 귀띔했다.

환경부의 이런 움직임에 건설업계는 난색을 표했다. 기준치가 엄격한 데다 기능성 자재 비용이 비싸 분양가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점을 내세웠다. 오염물질 저방출 자재인 친환경 자재로는 이 기준을 충족할 수 없어 가격이 비싼 흡착·흡방습 기능성 자재를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실내 공기질 기준치를 만족시키는 것은 과정이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분양가를 크게 상승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도 이미 지은 아파트를 공기질이 기준을 초과했다는 이유로 입주를 막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며 반대 입장이다. 결국 반발에 부딪혀 환경부의 법 개정안은 1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면으로 보내온 답변을 통해 “기능성 자재의 경우 업체, 제품별로 오염물질 저감률이 크게 차이가 있고, 성능효과의 지속성이 검증되지 않아 의무화될 경우 분쟁 등이 우려되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빌트인 가구나 다른 건자재의 경우 우리가 환경부보다 더 강한 기준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독 기능성 자재의 기준만 느슨하게 하는 이유’에 대해선 설득력 있는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중장기 적으로 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할 뿐이다.

기능성 자재를 시공한 세대의 만족도는 꽤 높다. 한 중견 건설사는 서초구 우면동의 450세대 아파트를 신축하면서 기능성 자재를 대폭 사용했다. 입주 예정자들에게 기능성 자재를 소개하자 반응이 좋았기 때문이다. 이 건설사의 전 간부 정모 씨도 기능성 자재를 시공한 아파트에 입주했는데,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입주자들이 비용이 들더라도 기능성 자재 시공을 원했는데 직접 살아보니 여느 신축아파트와 다르게 확실히 실내 공기질이 좋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새집증후군 잡는 방법은 규제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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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자곡동의 LH 친환경주택 홍보관에는 흡착·흡방습·항균·항곰팡이 기능성 자재로 시공한 견본주택을 앞으로 LH가 짓는 아파트의 친환경 모델로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능성 자재를 사용하지 않고도 오염물질 발생량을 줄일 방법은 없을까? 있기는 하다. 현재로선 ‘베이킹 아웃(baking out)’과 환기가 대안일 뿐이다. 베이킹 아웃이란 말 그대로 구워서 빼낸다는 뜻이다. 밀폐한 상태에서 보일러를 가동해 실내온도를 40도 이상으로 7~8시간 동안 유지하면서 벽지, 마루, 새 가구, 인테리어자재 등에 포함된 오염물질을 강제로 배출시키는 방법이다. 보통 이런 방법으로 신축 아파트에 4~5회에 걸쳐 시행하면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일 수는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순 없다. 난방요금 부담도 상당하다. 중앙공급식 난방을 채택한 단지의 경우에는 35도 이상 온도를 올리는 게 불가능하다.

서울 강남구 자곡동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운영하는 친환경주택 홍보관이 있다. 이곳에는 친환경 자재와 기능성 자재를 모두 사용한 ‘더그린주택’ 시범 전시관이 마련돼 있다. 향후 LH가 짓는 보금자리주택에 친환경 마감재와 기능성 자재를 사용해 새집증후군을 예방하겠다는 구상을 담고 있다. LH 관계자는 “국내 관련 업체들의 기술력도 상당한 수준이어서 수입 자재에 의존하지 않고 더 적은 비용을 들여 효과적으로 실내 공기질을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가 ‘중장기적 검토’에만 매달려있는 동안 실내 공기질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환경부가 신축 공동주택의 실내 공기질 상태 조사를 시작한 2006년부터 10년 동안 개선된 적은 2013년뿐이다. 지난해 검사에선 조사 대상 100여 지점 중 40여 지점이 실내 공기질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40%는 새집증후군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는 말이다. 친환경 자재 사용 기준을 강화했다는 국토부의 설명이 무색한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실내 공기질 개선 대책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말하고 있다. 당장 눈에 띄는 심각한 해를 끼치는 건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심인근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원은 “실내 오염물질에 노출되면 가려움과 두통, 메스꺼움 등 일시적인 현상 외에 피부질환에 이어 최종적으로 드물지만 암에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은 다시 국토부로 넘어갔다. 규제밖에 방법이 없다는 건 국토부도 과거 법령 개정안 심사를 통해 스스로 고백한 부분이다. 이제는 결단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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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월간중앙 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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