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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최용수 “수원 경기장관리재단, 전형적인 갑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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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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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훈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전형적인 ‘갑질’입니다. 프로스포츠에 대한 인식 부족이 참으로 아쉽습니다.”

사용료 받으면서 마케팅까지 개입
축구계, 재단 독단적 광고 유치 비난
재단 “규정상 전혀 문제 없다” 주장

 프로축구 FC 서울의 최용수 감독은 5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 감독이 말한 ‘갑질’의 주인공은 ‘맞수’ 수원 삼성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이하 재단). 최용수 감독이 이례적으로 라이벌 수원의 편을 든 건 재단이 프로축구의 존립 근거를 훼손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재단은 최근 경기장 내 광고를 별도로 유치해 수원 구단의 마케팅 기반을 흔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본지 보도 11월4일자 28면).

 재단은 언론 보도 이후 여론의 질타를 받자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한규택 재단 사무국장은 “광고 유치는 재단 수익사업으로 규정상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 “재단이 축구단을 상대로 ‘갑질’하는 악덕 단체로 매도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재단은 자신들이 광고 유치에 나선 것을 수원 구단의 탓으로 돌렸다. 한 국장은 “지난 2012년과 2013년에 관중석 1·2층을 통합한 마케팅 권한을 연간 8억5000만원에 가져갈 것을 제의했지만 수원이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단측의 설명은 설득력이 약하다. 서울·울산·전북 등 월드컵경기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기업형 구단들은 홈경기 입장권 판매 수익과 광고권 판매 수익의 10%를 경기장 관리 단체에 구장 사용료로 낸다. 이를 통해 경기 당일 마케팅 권한을 독점한다. 수원도 마찬가지다. 구장 사용료를 꼬박꼬박 내는 수원이 별도로 수억 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재단 측의 요구는 이해하기 어렵다.

 재단의 이중 잣대도 논란이다. 오는 1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축구대표팀이 미얀마를 상대로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홈 경기를 치른다. 재단은 이 경기를 앞두고 대한축구협회에 별다른 요구를 하지 않았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나 FA컵 경기 또한 마찬가지다. 유독 수원 구단에만 다른 잣대를 들이댄다.

 그러면서도 정작 주 임무인 잔디 관리에는 소홀하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수원월드컵경기장 잔디 상태는 늘 엉망이다. 경기 전날 음악회를 비롯한 각종 행사를 진행해 운동장이 망가진 적이 많았다”면서 “경기 전에 물을 뿌려달라거나, 잔디를 깎아달라는 요청도 거절당하기 일쑤다.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홈 구장을 편하게 사용하지 못해 그라운드에 적응할 기회가 부족하다보니 홈에서 제일 많이 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네티즌은 재단의 운영 행태를 두고 “건물주가 세입자 가게 안에 마음대로 자동판매기를 갖다놓고 사사건건 간섭하며 영업을 방해하는 꼴”이라 비꼬았다.

 한편 재단 지분의 40%를 보유한 수원시의 염태영 시장은 적극적인 중재 의사를 밝혔다. 염 시장은 “공공시설물의 주인은 시민이며, 월드컵경기장 운영주체는 축구팬과 연고 구단이 돼야 한다”면서 “경기도 등 관계 기관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송지훈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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