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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야구, 딱 칠봉이네…여심 홀린 이대은

중앙일보

입력

국가대표 투수 이대은(26·지바 롯데)이 여심(女心)을 훔쳤다. 그를 처음 본 야구팬들은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주인공 칠봉이가 현실에 나타났다"며 환호하고 있다. 극중에서 여주인공 성나정(고아라)을 짝사랑하는 순정파 칠봉이(유연석)는 훗날 일본과 미국에 진출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투수로 성장한다.

지난 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쿠바와의 슈퍼시리즈 1차전에 등판한 이대은은 '현실판 칠봉이'였다. 키 1m89㎝의 훤칠한 체격에 깔끔한 외모를 지닌 그는 등장하자마자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이대은은 최고 시속 153㎞의 강속구를 앞세워 4이닝 퍼펙트를 기록하면서 한국의 6-0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최우수선수(MVP)에 뽑힌 그는 8일 개막하는 야구 국가대항전 '프리미어12'의 핵심 전력으로 떠올랐다.

올해 일본 지바 롯데에 입단해 9승(9패, 평균자책점 3.84)을 거둔 그는 일본에서 '한류 이케멘(イケメン·꽃미남)'이라고 불렸다. 그동안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날 TV로 생중계된 국내 성인무대 데뷔전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대은은 신일고 2학년 때까지는 평범한 투수였다. 아버지 이철생 씨는 최고 구속이 130㎞대에 불과한 아들을 미국에 보내겠다고 선언했다. 주변에선 "꿈에서 깨어나라"고 말렸다. 이대은은 3학년 때 참가한 대통령배 대회에서 최고 시속 148㎞의 공을 던지며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아버지의 호언대로 시카고 컵스에 입단(계약금 81만 달러·약 9억원)했다. 루키리그가 아닌 미들 싱글A 팀에서 뛸 정도로 큰 기대를 받았지만 그는 7년 동안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자유계약선수(FA)가 되자 이대은은 일본 지바 롯데로 이적했다. 시즌 중반 28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기도 했던 그는 시즌 막판 2군에 내려갔다. 포스트시즌에도 나서지 못했다. 이대은의 실력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는 이도 있었지만 김인식(68) 대표팀 감독은 "국내 선수들보다 직구가 뛰어난 건 틀림 없다"며 그를 선발했다.

처음으로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이대은은 모든 게 낯설다고 했다. 지난달 27일 포수 강민호(30·롯데)와 함께 선수단 대표로 기자회견에 나선 것부터 그랬다. 선수들과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한 상황에서 김인식 감독이 갑자기 그를 지목해 만들어진 자리였다. 이대은은 "며칠 지나면서 선후배들과 친해졌다. 대표팀 생활이 재밌다"고 말했다.

김인식 감독은 틈날 때 마다 "오른손 투수가 부족해서 고민"이라고 말한다. 도박 파문으로 오른손 투수 3명(임창용·윤성환·안지만)이 이탈한 것도 대표팀엔 크나큰 악재였다. 일본과 미국 무대를 모두 경험한 오른손 투수 이대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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