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기지개 켜는 삼성그룹주 펀드, 환매 서두르지 마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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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미운 오리’ 신세를 면치 못하던 삼성그룹주 펀드에 오랜만에 볕이 들었다. 삼성 주요 계열사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데다 자사주 매입 등 호재가 겹쳐 주가가 상승해서다.

4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삼성그룹주 펀드 중 최근 1개월 수익률 상위 10개 펀드는 모두 7%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들 펀드의 3개월 수익률도 4~5% 수준이다. 삼성그룹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은 더 좋다. 미래에셋타이거삼성그룹ETF와 삼성코덱스삼성그룹주ETF 최근 1개월 수익률은 각각 9.38%, 8.75%다. 최근 3개월 수익률은 6.79%, 5.55%다.

“삼성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펀드 수익률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29일 삼성전자는 11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도 각각 7085억원, 5320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할 예정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주주친화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주주 친화 정책의 부재는 그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요인으로 손꼽혔다.

삼성전자·삼성중공업·삼성SDI·삼성정밀화학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는 등 실적도 호재로 작용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화학 사업 부문인 삼성정밀화학을 롯데그룹에 매각하는 등 사업 구조 개편을 통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펴는 것도 투자자에겐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수익률이 오르면 자금이 몰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최근 삼성그룹주 펀드에선 자금 유출이 일어났다. 제로인에 따르면 운용순자산 1조1941억원, 8630억원으로 규모가 가장 큰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2호와 1호 펀드에선 10월 한달 동안 각각 190억원과 102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2013년 이후 대형주 약세로 삼성그룹주 펀드 성과 역시 부진하자 비자발적으로 장기투자하던 자금이 차익 실현에 나섰기 때문이다. 올 8~9월 100억원 규모던 삼성그룹주 펀드 전체 순유출 규모가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하기 시작한 10월 들어 400억원으로 급증한 건 그래서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환매를 서두르지 말라”고 조언한다. 김후정 연구원은 “사업 구조 개편과 주주친화적인 정책은 중장기 이슈인데다 최근 상대적으로 부진하던 대형주의 저평가 매력이 주목받고 있는 만큼 향후 추가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선언 기자 jung.sun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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