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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이상 인지능력 시험 기준 넘으면 보험료 할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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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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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운전자들이 지난 2일 도봉운전면허시험장에서 조이스틱을 쥐고 운전 인지·지각 검사를 받고 있다.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되고 일정 점수 이상이면 보험료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어 신청자가 늘고 있다. [강기헌 기자]

“아이고. 왼쪽으로 잘못 갔네.” “강사 양반, 이렇게 하면 되는 거야?” 2일 오후 서울 노원구 도봉운전면허시험장 3층 운전 인지·지각 평가 교육장 밖으로 노인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컴퓨터 모니터를 앞에 둔 김종만(75)씨는 헤드폰을 머리에 쓰고 손에 잡은 조이스틱을 좌우로 부지런히 움직였다. 인지·지각 평가는 단기기억력과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 인식 등 자동차 운전에 필수적인 능력을 평가해 점수를 매긴다. 운전자 고령화 물결에 따라 도로교통공단은 올해 초부터 전국 13개 시·도 지부에서 65세 이상 운전자 중 신청자에게 이를 실시하고 있다.

조이스틱·마우스로 인지 게임
고령자 운전능력 다각도 평가
도로교통공단서 무료로 검사

 평가는 컴퓨터 게임처럼 조이스틱과 키보드, 마우스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화면에 흩어진 숫자를 1부터 순서대로 마우스를 움직여 연결하거나, 바뀌는 색깔에 따라 조이스틱을 왼쪽·오른쪽·위쪽으로 움직이는 식이다. 이날 강사로 나선 도로교통공단 임종희 차장은 “내비게이션 안내 음성을 들으면서 신호등 변화도 파악해야 하는 등 어르신들이 면허를 땄을 때보다 지금은 운전할 때 신경 써야 할 것이 훨씬 많아졌다. 이런 검사로 자신의 인지 능력을 파악하는 게 사고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한 시간가량 진행된 평가에서 51.7점(100점 만점)을 받았다. 색깔에 따른 방향 전환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기록했지만 비교적 다른 부분은 양호했다. 이 검사에서 42점 이상을 얻고, 안전운전에 대한 2시간짜리 교육을 수료하면 9개 보험사에서 자동차 보험료를 5% 할인받을 수 있다. 김씨는 “내 (신체) 상태를 알아보는 데 큰 도움이 됐고 검사 방법이 간단해 친구들에게 권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도로교통공단은 인지·지각 평가 점수 41점 이하 노인들에겐 자가 운전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안내한다. 42~52점을 기록하면 장거리 운전을 자제하고 익숙한 길이나 짧은 거리만 운전하도록 권한다. 도로교통공단 소속 정월영 교수는 “통계적으로 노인 운전자 100명 중 2~3명은 안전 운전을 하기엔 인지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인 운전자의 운전 인지·지각 평가는 의무가 아니다. 스스로 운전 능력을 점검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42점 이상 득점자에 대한 보험료 할인은 보너스다. 도로교통공단 홈페이지 등을 통해 신청하면 검사를 받을 수 있다. 비용은 들지 않는다. 경찰청 관계자는 “장차 노인 면허 반납 제도가 도입되면 의무적으로 검사받도록 할 수도 있겠으나 현재는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단계다”고 말했다.

글, 사진=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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