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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자유무역은 우리에게 기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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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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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극수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

참 아쉽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말이다. 2010년 3월 이후 5년 7개월의 협상을 거쳐 세계 국내총생산의 무려 37%, 무역의 25%를 차지하는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FTA 우등생이고 세계무역 자유화의 가장 큰 수혜자였던 우리가 빠졌다.

 사실 우리는 지난 10년간 자유무역의 변경을 공격적으로 확대해 왔다. 2004년 한·칠레 FTA를 시작으로 불과 10여 년만에 세계 GDP의 73.5%에 달하는 52개국과 FTA 체결함으로써 세계적으로도 칠레 다음가는 FTA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우리들 가슴 속에 자유무역에 대한 소심증이 똬리를 틀기 시작했다. 이만하면 살만하고 또 주요국 대부분과 FTA를 체결했다는 만족감 때문일까. 아니면 일본과의 경쟁이 껄끄러워 피하고 싶다는 생각 탓인가.

 TPP만해도 2009년부터 미국의 계속되는 요청에도 소극적으로 대응해 초기 참여할 기회를 놓쳤고, 2013년 일본의 참여 이후에는 미국의 입장변화로 참여가 사실상 어려워졌다. 여기에 TPP에 대한 국내의 부정적 여론도 한 몫 했다. TPP의 일환으로 일본과 FTA를 체결할 수밖에 없다거나, 이미 12개 나라 중 일본과 멕시코를 제외한 10개국과 FTA를 체결해서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그러나 TPP는 단순히 12개 나라와 FTA의 산술적 합이 아니다. TPP와 같은 다자 FTA는 양자 FTA를 훨씬 뛰어 넘는 경제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원산지 규정을 잘 활용하면 글로벌 서플라이체인 구축에 훨씬 유리하다.

 낙담만하고 있을 수 없다. 이제부터라도 착실히 준비해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 TPP 발효까지는 미국의 대선일정 등으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TPP 협정문이 공개되면 산업별 영향을 꼼꼼하게 분석하고 산업계와 소통을 통해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가입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소극적이기는 한· FTA 비준 동의도 마찬가지다. 수출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무역업계에게 한·중 FTA의 조기 발효가 큰 힘이 될 텐데 이런 저런 이유로 미루고 있다. 일각에서는 터무니없는 ‘무역이득공유제’를 내세우며 한· 중 FTA의 발목으로 잡고 있다. 무역이득공유제는 자유무역협정으로 인해 이익을 보는 산업에서 부담금을 거둬 농업 등 피해산업을 도와주자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중과세문제, 수혜기업과 피해기업을 특정하기 어려운 점 때문에 도입이 불가능하다고 결론이 난지 이미 오래다.

 무역자유화의 이익은 계량적 수치를 넘어선 것으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구조개혁을 유도하는 유효한 정책수단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무역을 특정 산업의 이해득실로만 판단하기보다 경제전체의 생산성 향상과 소비자의 후생증진을 위한 수단으로 바라봐야 한다. 수세적이고 소심한 자세에서 벗어나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자유화에 대한 당당한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김극수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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