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의 28시간, 공공외교 없어…마지막 식사는 한우갈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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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1박2일 한국 방문 일정은 단촐했다. 2일 오후 3시35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전용기편으로 출국할 때까지 서울에 머문 시간은 28시간 남짓이었다. 실무방문(working visit)인 만큼 한ㆍ일ㆍ중 3국 정상회의 등 공식 회담 외에 다른 일정은 거의 없었다.

아베 총리는 1일 오전 11시43분쯤 전용기 편으로 서울공항에 입국했다. 2012년 12월 총리로 두 번째 취임한 이래 처음 한국 땅을 밟았다. 이번 순방에는 한류 팬인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를 동행하지 않았다. 숙소는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로 택했다. 그동안 일본 정상들은 한국 방문 시 롯데호텔을 선호했지만 지난해 7월 롯데호텔 측이 자위대 창설 60주년 행사를 취소하며 관계가 틀어졌다는 설이 외교가에 퍼져 있다.

아베 총리는 입국 첫 날 한ㆍ일ㆍ중 3국 정상회의, 한ㆍ일ㆍ중 비지니스 서밋, 중ㆍ일 정상회담, 3국 정상회의 환영만찬 등 공식일정만 소화했다. 중ㆍ일 정상회담은 리커창 총리가 묵는 신라호텔에서 이뤄졌다. 2일은 오전 10시부터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한ㆍ일 정상회담을 했다. 박 대통령과의 오찬은 없었다.

정상회담을 끝낸 아베 총리는 롯데호텔에서 일본 기자단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했다. 한국 기자들의 참석은 불허했다. 아베 총리와 수행한 일본 기자들 대부분이 롯데호텔에서 묵고 있다.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 뒤 인사동에 있는 한정식집에서 10명 내외의 재한 일본경제인 등과 점심식사를 했다.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이 끝난 후 박 대통령에게 “지금부터 야키니쿠(한국식 불고기) 먹으러 갑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한정식집에서 한우 갈비 구이를 먹었고, 1시간 30분 정도 식사를 했다고 한다. 그런 뒤 주한 일본대사관 직원들을 만나고 일본으로 돌아갔다.

아베 총리의 이번 방문에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일정은 없었다. 1박2일의 짧은 일정을 감안하더라도 상대방 국민의 마음을 사기 위한 ‘공공외교’가 정상외교의 중요한 일정으로 다뤄지는 상황에서 이례적이다. 지난 3월 방한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2박3일의 짧은 일정 중에 ‘한ㆍ일 인재교류회’에서 양국의 10~20대를 만나 간담회를 하고, 서울 시내 백화점에 입점한 일본 크림빵 브랜드를 찾아 생크림빵을 직접 먹기도 했다. 당초 아베 총리는 공공외교를 위해 일본인이 운영하는 인사동의 막걸리 교실이나 일본 요리교실 방문 등을 검토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고 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2012년 12월 아베 총리의 두번째 임기가 시작된 후 한국은 아베 총리의 62번째 방문국이라고 보도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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