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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드에 아버지 이름…로열즈 30년 만에 왕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캔자스시티 로열즈가 30년 만에 왕관을 다시 찾았다. 부친을 여읜 슬픔을 딛고 호투한 에딘슨 볼케스(32·도미니카공화국)도 활짝 웃었다.

캔자스시티는 2일(한국시간) 뉴욕 시티필드에서 열린 미국 프로야구 월드시리즈(WS·7전4승제) 5차전에서 뉴욕 메츠를 7-2로 꺾었다. 캔자스시티는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메츠를 물리치고 1985년 이후 30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는 캔자스시티 포수 살바도르 페레스가 뽑혔다. 86년 이후 29년 만에 정상에 도전했던 메츠는 안방에서 트로피를 내줬다.

◇기적의 주인공 캔자스시티=메츠는 1회 말 선두타자 커티스 그랜더슨이 선제 홈런을 터뜨렸다. 6회에는 루카스 두다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추가했다. 선발 맷 하비도 8회까지 단타 4개만 내주며 무실점으로 막았다. 102개의 공을 던진 하비는 테리 콜린스 감독에게 9회에도 등판하겠다고 했다. 콜린스 감독도 고개를 끄덕였다. 1·4차전에서 리드를 지키지 못한 마무리 쥬리스 파밀리아가 미덥지 못해서였다. 이 선택은 뼈아픈 결과로 돌아왔다. 하비는 선두타자에게 볼넷을 내준 뒤 에릭 호스머에게 좌익수 키를 넘는 2루타를 맞고 한 점을 내줬다.
하비에 이어 등판한 파밀리아는 마이크 무스타커스를 땅볼로 처리했지만 1사 3루의 위기에 몰렸다. 캔자스시티의 페레스가 3루 땅볼로 아웃되는 사이 3루 주자 호스머가 과감하게 홈을 파고들었다. 2-2 동점. 파밀리아는 단일 월드시리즈 최다 블론세이브 신기록(3개)의 불명예를 썼다. WS 1·2·4차전을 모두 역전승으로 장식한 캔자스시티는 이날도 연장 12회 초에만 5점을 뽑아냈다. 캔자스시티는 지난해와 올해 PS 연장 승부에서 6번 모두 이겼다.

◇아버지 이름 새긴 볼케스=1차전 선발투수로 나왔던 볼케스는 5차전에도 캔자스시티의 선발을 맡았다. 볼케스는 지난달 28일 1차전에서 6이닝을 3실점으로 막아 승리에 디딤돌을 놨다. 그는 "경기 시작 전 아버지의 사망소식을 들었다면 경기에 나서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마운드를 내려간 뒤 알려준 아내의 결정이 옳았다"고 말했다. 볼케스는 고향에서 장례식을 치른 뒤 5차전 등판을 위해 1일 뉴욕에 도착했다. 네드 요스트 캔자스시티 감독은 볼케스에게 "던질 수 있겠냐"고 물었고, 볼케스는 "그래서 돌아왔다. 사람들이 나를 자랑스럽게 여기게 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볼케스는 경기 시작 전 마운드에 'DV'라고 썼다. 아버지 다니엘 볼케스를 뜻하는 글자였다. 볼케스는 1회 선제점을 내주긴 했지만 5회까지 추가점을 내주지 않았다. 6회 무사 만루의 위기도 1점만 주고 막았다. 6이닝 2피안타 2실점(1자책). 역전승의 발판을 놓은 호투였다. 볼케스는 "어머니가 날 정말 자랑스러워 하신다. 5차전에서 던질 수 있게 어머니가 힘을 줬다. 아버지도 날 무척 자랑스러워 하실 거라고 확신한다" 고 말했다.

포스트시즌에서 맹활약했던 메츠 2루수 대니얼 머피는 정작 WS에선 고개를 숙였다. 머피는 WS 전까지 포스트시즌 신기록인 6경기 연속 홈런을 때렸다. 특히 시카고 컵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4경기에서는 타율 0.529(17타수 9안타) 4홈런 6타점을 기록해 MVP에 뽑혔다. 머피는 컵스를 괴롭힌 저주의 주인공 염소 '머피'와 이름이 같아 더욱 화제가 됐다.
그러나 머피는 WS에선 타율 0.150(20타수 3안타)에 그쳤다. 홈런·타점은 없었다. 수비에서도 실수를 연발했다. 4차전에서 결정적인 실책을 범했던 머피는 5차전에서도 2-3으로 뒤진 12회 초 1사 1루에서 실책을 저지르며 대량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메츠 팬들도 야유를 보냈다. 메츠의 가을도 그렇게 끝났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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