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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청년 내세워 세대교체 강조하고 장기적 권력 안정 노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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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1호 7 면

김정은이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들과 임원들을 초청해 연회를 베풀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달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에서 ‘청년 중시’를 강조했다. 북한에서 청년 중시는 세대교체를 의미한다. 변화에 민감한 청년들의 마음을 잡는 것은 장기적인 권력 안정화에 필수요건이다. 북한이 내년 5월 노동당 7차 대회를 소집하기에 앞서 내년 1월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제9차 대회를 먼저 여는 것도 세대교체의 시그널이다.


김정은은 청년 중시를 언급하면서 그의 여동생 김여정과 새로운 세대인 청년들을 전면 배치해 장악력을 더욱 높이려 한다. 노동신문은 지난달 25일 ‘우리에게는 강철의 청년대군이 있다’는 제목으로 청년 중시를 선전했다. 그 기사에서 김정은은 “청년들을 시대의 주인공으로”라며 청년예찬을 늘어놓았다. 이에 따라 김정은은 당 간부의 경우 45세 이상자는 국장 승진에서 제외시켰다. 승진에서 누락된 사람들은 관변단체로 보내졌다.


김정은은 이에 앞서 지난 5월 17일 제2차 전국청년미풍선구자대회에 참석한 청년 대표들에게 자신을 향한 충성을 요구했다. 김정은은 그 자리에서 “사회주의 조국의 전도와 관련되는 중대 문제인 청년사업에 품을 아끼지 말자”고 강조했다. 지난달 3일 준공한 발전소 이름도 ‘청년’을 붙인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다. 김정은이 직접 지었다.


김정은의 청년 중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73년 2월 본격적으로 시작한 3대혁명소조운동에서 비롯됐다. 3대혁명소조운동은 현대과학기술과 사회주의 건설의 성과에 뒤떨어진 구 간부들의 기술 실무 수준을 제고하고 이들을 점차 청년층으로 교체하기 위해 전개된 운동이었다. 3대혁명은 사상·기술·문화혁명을 말한다. 3대혁명소조운동은 사실상의 세대교체라는 효과를 가져왔다. 3대혁명소조운동 출신들이 성장해 지금의 노동당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의 주축을 이루고 있으며 김정일과 함께 선군정치를 만들었다. 그런데 김정은 시대가 되면서 세대교체의 대상이 돼버렸다.


김정은의 청년 중시를 북한 사회에 확산시키는 사람이 최용해 당 근로단체비서다. 2014년 4월 권력 서열 2위인 군 총정치국장에서 물러난 뒤 그 업무를 맡고 있다. 군 총정치국장으로 가기 전에 맡은 적이 있다. 김정일이 3대혁명소조원을 통해 자신의 지도력을 구축했듯이 김정은도 청년들을 통해 권력을 장악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 비서는 김정은의 권력 안정화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당 근로단체비서는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500만 명), 조선직업총동맹(160만 명), 조선농업근로자동맹(130만 명), 조선민주여성동맹(20만 명) 등 4대 근로단체를 지도하는 자리다.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은 만 14세부터 30세까지의 청소년은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돼 있다. 최 비서는 96~98년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제1비서도 역임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최 비서가 군 총정치국장을 맡으면서 김정은에 대한 인민군의 충성을 요구했고 근로단체비서를 통해서는 청년을 포함한 주민 전체의 충성을 요구하는 일을 맡아 비록 권력 서열에서는 밀렸지만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수석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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