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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엔 강력한 항암 성분 … 입동 무렵 담근 김장 맛 최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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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1호 22면

“가을배추는 문 걸어 잠그고 먹는다”는 옛 말이 있다. 그만큼 맛있다는 의미일 거다. 배추는 만추(晩秋)가 제철이다. 농촌진흥청이 11월의 식재료로 무·쌀과 함께 배추를 선정한 것은 그래서다. “입동(立冬)이 지나면 김장도 해야 한다”는 속담에서 엿볼 수 있듯이 우리 선조들은 입동을 기준으로 삼아 김장 날을 잡았다. 입동이 지난 지 오래 되면 배추가 얼고 싱싱한 배추를 구하기 힘들어서였다. 입동(올해 11월8일) 전후 5일 안팎에 담근 김장 김치의 맛이 가장 기막히다고 하지만 요즘은 지구 온난화 현상 탓인지 김장철이 조금씩 늦어지고 있다.


무·고추와 함께 배추는 우리 국민이 즐겨 먹는 ‘3대 채소’다. 90% 이상이 배추 원물 상태로 유통되며 이중 82.5%는 김치 제조에 사용된다. 보통은 1년에 두 번 나온다. 여름배추와 월동배추도 있지만 양이 적다. 음력 2월 말∼3월 초에 씨를 뿌려 망종(亡種) 무렵에 수확하는 것이 봄배추, 음력 7월에 파종해 입동 즈음에 거두는 것이 가을배추다. 대개 봄엔 김치용 잎배추, 가을엔 김장용 통배추를 심는다.


무·양배추·브로콜리·꽃양배추(콜리플라워)·케일 등과 함께 배추는 배추과(과거 십자화과) 채소에 속한다. 배추과 채소는 암 예방 채소로 알려져 있다. 농촌진흥청이 국내산 배추 23 품종의 성분을 분석해 봤다. 강력한 항암 효과를 지닌 것으로 알려진 글루코시놀레이트(glucosinolate)가 14종 함유된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인돌(indole, 김치의 매운맛 성분) 형태의 글루코시놀레이트는 암 예방 뿐 아니라 유해세균을 없애는 항균(抗菌) 효과도 지닌 것으로 밝혀졌다.


영양적으론 저열량·고칼륨·고식이섬유 식품이다. 생것의 열량은 100g당 12㎉에 불과해 다이어트 중인 사람도 안심하고 즐길 수 있다. 삶거나 소금에 절인 것도 열량 부담이 거의 없다. 칼륨은 100g당 230㎎ 들어 있다. 배추김치의 약점 중 하나가 혈압을 올리는 나트륨이 많다는 것인데 배추의 심 부분에 많이 든 칼륨이 이를 어느 정도 상쇄시킨다. 칼륨은 나트륨을 체외로 배출시켜 혈압 조절을 돕는 미네랄이다.


배추의 식이섬유(100g당 0.4g)가 변비·비만을 예방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것은 다른 채소의 식이섬유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배추의 식이섬유는 다른 채소의 식이섬유보다 더 부드럽고 가스(방귀)를 덜 만든다.


수분이 많은(95.6%) 채소여서 소화에도 이롭다. 보관은 대개 상온(10∼24도)에서 한다. 이미 물로 씻었거나 사용하다 남은 배추는 비닐봉지에 담아 냉장고의 채소 칸에 둔다. 이때 배추를 세워두면 물러지는 것이 늦춰진다. 비닐하우스·김치냉장고 덕분에 사철 출시되지만 늦가을 서리가 내릴 때 나온 배추 맛이 최고다. 기온이 떨어지면 잎이 단단하게 뭉쳐(결구) 당분이 고스란히 보전되기 때문이다.


무와는 달리 배추의 밑동엔 좀처럼 바람이 들지 않는다. “배추 밑에 바람이 들었다”(남 보기에 나쁜 일 할 것 같지 않은 사람이 불미한 짓을 했을 때)는 속담은 이런 배추의 특성에서 유래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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