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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3.0시대 (10)주류업계] 트렌드 주도하는 주류업계 2·3세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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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스]

저도주·믹싱주… 신제품으로 입술을 훔쳐라

장기간의 경기 침체로 주류 소비가 크게 위축된 데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주류업계의 고민이 깊다. 최근 경영 일선에 나선 오너 2·3세들은 위기 극복의 해답을 신제품 출시에서 찾고 있다. 특히 여성과 젊은층이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이들의 트렌드에 맞춘 제품으로 활로를 찾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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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업계는 트렌드의 변화가 빠른 곳이다. 최근엔 도수 낮은 저도주 열풍이 불고 있다. 맥주병을 거꾸로 꽂아 놓은 ‘코로나리타’ 칵테일 등이 호텔, 바 등에서 인기다. / 중앙포토

주류산업은 제약산업과 함께 업력(業歷)이 오랜 산업으로 꼽힌다. 1910년대 주세법이 발효되면서 술을 만들어 판매하는 주조기업이 생기기 시작했고 이후 전국의 만석꾼들이 너나할 것 없이 주류업에 뛰어들었다. 해방 무렵엔 삼성그룹 고 이병철 창업자가 대구조선주양조를 인수하고 풍국주정을 설립해 초대 사장으로 취임했고, 두산그룹의 고 박두병 두산 초대 회장이 동양맥주를 사들였다. 이후 지역별로 소주회사가 생기면서 주류시장은 수도권과 지방이라는 두 개의 시장이 고착화됐다. 주종 역시 소주와 맥주, 위스키 등이 주력이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천편일률적이었던 주류 시장이 변하고 있다. 와인과 수입 맥주 등 종류가 다양해지더니 최근엔 술을 마시는 풍토 또한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기호가 다변화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업계에선 “‘소맥’에 질린 젊은이들이 주류시장의 판도를 부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소주 시장에서는 낮은 도수의 소주와 함께 과일맛을 믹싱한 소주가, 맥주 시장에서는 도수를 차별화한 수입 맥주가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도수를 낮춘 제품이 위스키 시장에서도 속속 등장하고 있고, 가격을 낮춘 와인은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소비 트렌드와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았던 주류시장이 최근 유행에 아주 민감한 곳으로 변하고 있다”며 “경영에 나선 주류업계 3·4세들이 이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도주’에서 맞붙은 소주업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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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주류소비의 중심에 서면서 와인 소비량이 크게 늘고 있다. 한 와인클래스 모습. / 중앙포토

국내 주류시장의 가장 큰 기둥은 롯데주류와 하이트진로다. 하지만 지난 2분기 실적은 희비가 엇갈렸다. ‘순하리 열풍’의 주역인 롯데주류는 실적이 상승세를 보인 반면 하이트진로는 실적이 부진했다. 각 사의 반기보고서를 보면 롯데칠성음료 주류사업부의 올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2.6%, 1.9% 증가한 3986억원과 215억원을 기록했다. 소주 ‘순하리’와 맥주 ‘클라우드’의 매출 상승세 덕분이다. 반면 하이트진로는 올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2%, 9.7% 감소한 4793억원, 281억원을 기록했다. 메르스 영향을 입은 것은 롯데주류와 마찬가지지만 상대적으로 신제품 출시가 힘을 얻지 못하면서 고전한 것으로 보인다.

1988년 일본롯데 상사에 입사한 지 27년 만에 한·일 롯데의 왕좌에 올라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최근 그룹 재정비의 고삐를 쥐고 있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경영권 관련 소송을 거는 등 최근까지 내홍이 계속되고 있지만 그룹 정상화를 위한 본격적인 개혁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 그는 2009년 처음처럼을 선보이던 두산주류BG(현 롯데주류)를 5030억원에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주류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맥주사업에 애착을 보인 그는 수차례 시음회를 치른 끝에 지난해 4월 소위 ‘신동빈 맥주’로 불리는 클라우드를 출시했다. 클라우드는 올해 상반기 매출 452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연간매출(440억원)을 뛰어넘는 등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 측에선 올해 매출 1000억원 돌파를 욕심내고 있다.

2011년 9월 하이트맥주와 진로가 합병해 출범한 국내 최대 주류기업 하이트진로는 3세 경영 승계에 속도가 붙었다. 지난해 3월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장남인 박태영 경영 관리 전무가 부각되고 있는 것. 영국 런던 메트로폴리탄대학교를 졸업하고, 경영컨설팅 업체인 엔플랫폼에서 기업 인수합병(M&A) 업무를 담당했던 그는 2012년 하이트진로 경영관리실장으로 합류했다. 현재 경영전략본부 본부장을 맡아 기업 전략 강화와 신성장동력 발굴에 나서고 있다. 박 전무의 당면 과제는 15년 만에 오비맥주에 빼앗긴 맥주시장 점유율 1위를 탈환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영업이익이 줄면서 업계 2위 자리마저 롯데에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소주 시장은 수도권 브랜드와 지역 브랜드라는 이중구조를 가지고 있다. 지난 1996년 ‘자도주 보호법(1개 시도별 1개 업체만 생산, 50% 점유율을 보호해주는 법)’이 폐지되면서 경쟁이 자유로워졌지만 지역적 특성이 강해 여전히 수도권의 대기업 소주가 지역시장에 깊게 침투하지 못했다. 경남의 대선주조와 무학, 전남의 보해양조, 경북의 금복주, 충청의 맥키스컴퍼니(선양)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2010년 들어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의 부산지역 각축전 등 지역 선점 경쟁이 치열하고, 역으로 지역 소주의 수도권 시장 진출도 활발하다. 최근 과일맛 소주 출시에서도 경쟁이 붙었다. 올해 3월 롯데의 순하리를 시작으로, 하이트의 자몽에이슬, 무학의 좋은데이 컬러시리즈 등이 연이어 출시됐다.

지방 소주 기업 중엔 최재호 무학 회장이 수도권 공략의 최전선에 섰다. 부산·경남지역 시장점유율 75%를 넘어선 무학은 지난해 3월 ‘좋은데이’로 서울 중심상권에서 바람몰이에 나섰다. 1994년 무학 대표이사로 취임한 그는 이듬해 23도짜리 화이트소주를 출시했다. 소주시장을 저도주 중심의 패러다임으로 이끈 회심의 카드였다. 소주병을 과감하게 녹색병으로 바꿨고, 오프너가 필요 없는 돌려 따는 병마개도 도입했다. 2006년엔 16.9도짜리 저도주 소주 ‘좋은데이’를 출시하며 또 한 번의 승부수를 던졌다. “소주시장에서 여성의 비율이 확대되고 있다고 느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최근엔 ‘처음처럼 순하리’에 대응하기 위해 ‘좋은데이 블루·좋은데이 레드·좋은데이 옐로우’를 출시하기도 했다. 취임 당시 수억원에 불과했던 영업이익은 2014년 815억원으로 수직상승했고, 주가 상승에 힘입어 최 회장은 올해 포브스코리아가 집계한 50대 부자에 들었다.

보해양조도 임성우 회장의 장녀인 임지선 대표가 지난 4월 취임하며 3세 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임 회장은 보해 창업자인 고 임광행 회장의 차남이다. 임 회장은 1남 2녀를 두고 있으며,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자녀는 임 전무가 유일하다. 창해에탄올에서 현장 경험을 한 그는 제품 영업 및 마케팅 부문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그는 저도주 ‘아홉시반’을 앞세운 수도권 진출과 함께 점유율 75%인 본고장 단속에도 적극적이다. “보해의 모태인 광주, 전남권 밀착경영과 지역사회 공헌을 통해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게 취임 일성이었다. 현재 전문경영인들과 함께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구성했다.

제주의 한라산도 4세 경영체제에 돌입한 지 3년째다. 1950년 고 현성호 대표가 탁주 생산업체 ‘호남양조장’을 설립했고, 그의 아들인 고 현정국 회장이 1956년 이를 물려받아 ‘한일’이라는 상표명으로 오늘날 ‘한라산 소주’의 기반을 닦았다. 뒤를 이어 현 회장의 장남 현승탁 대표이사가 1992년 취임해 21년간 한라산을 이끌다 아들인 현재웅 대표에게 바통을 넘겼다. 2012년 세계 3대 주류 품평회로 꼽히는 ‘국제주류품평회(IWSC)’에서 우리나라 증류식 소주에서는 최초로 허벅술과 순한소주가 최고상인 금상과 은상을 수상한 후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소주시장의 지역 장벽이 깨지고 있는 시점”이라며 “부드럽게 마시기 좋은 소주 경쟁을 중심으로 무학 등 지역 소주업체의 수도권 상륙이 속속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설자리가 좁아져 한숨을 내쉬던 전통주 업계도 최근 변화의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한때 막걸리 붐이 일며 반짝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사실상 탁주를 제외한 다른 전통주의 입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던 게 현실. 자체 판매(직거래) 비중이 높은 특성상 매출 신장이라는 돌파구를 마련하기는 여의치 않다. 2013년 국세청의 국세 통계 연보에 따르면 주세법상 ‘전통주’로 인정받는 술은 총 주류 출고량의 0.3%, 총 주류 과세표준액의 1%에 불과하다.

위기감이 만든 전통주의 변신

이 같은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젊은 후계자들은 소통과 협력에 적극적이다. 지난 7월 공동으로 내외신 기자 대상 시음회를 열었고, 2013년 출범한 한국전통민속주협회를 구심점으로 주세 정책 등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배주 이승용 전수자, 매실원주 한정희 대표, 우포의 아침 박중협 대표 등이 ‘개혁파’로 꼽힌다. 남북 정상회담 만찬 때 건배주로 유명세를 탄 평양의 명주 문배주는 5대 이승용 전수자가 아버지인 4대 이기춘 명인에게 가르침을 받고 있다. 2004년 기업에 합류한 그는 싱글 몰트 위스키 같은 느낌을 살리려 디자인 혁신에 매달렸다. 2013년 말 일본에서 공수한 유리병과 온더록 술잔을 선보였다. 병은 한 손에 쏙 들어갈 정도로 두께가 얇고, 언뜻 보면 화장품병으로 착각할 정도로 세련됐다. 올해 대형마트 입점 이후 매출이 크게 늘고 있다.

매실원주도 프리미엄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한정희 대표는 100% 매실원액으로 만든 술을 한 손에 잡히는 300㎖ 소량의 아담한 유리병에 담았다. 매실원주는 2012년부터 3년째 3대 주류품평회 중 하나인 ‘몽드 셀렉션’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우포의 아침’은 양파를 20% 넣은 약주지만 맛 자체가 양파주라기보다 화이트와인처럼 청량하다. 이 특징을 살려 와인병 디자인을 차용했다. 일본의 350년 전통 술도가와 기술 협약을 맺어 개발한 프리미엄 청주 ‘조선주조사’도 곧 시중에 선보인다. 전통 옹기로 숙성한 증류주 ‘화요’도 해외에서 인정받으며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화요는 전통을 현대화한 전략으로 지난 2011년 이후 매년 36% 이상 지속 성장을 기록하며, 광주요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조태권 광주요 회장의 딸 조희경 화요 해외마케팅 총괄 이사가 마케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광주요의 음식문화 사업부 대표도 맡고 있다. <118쪽 기사 참조>

이 같은 노력은 젊은층의 새로운 술에 대한 욕구에 맞아떨어지고 있다. 찾는 사람이 늘었고 호텔 한식당뿐 아니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클럽 등 취급 업소도 다양해졌다. 신세계백화점이 지난해 9월 서울 중구 본점에 개점한 전통주 전문매장 ‘우리 술방’의 최대 고객도 30대(35.3%)다. 통상 전통주는 50대 이상의 구매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26.5%에 머물렀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막걸리의 짧은 열풍은 용기·라벨·포장박스 등 디자인을 개선하지 못해 젊은층에 어필하지 못한 것도 한 이유”라며 “최근 개선된 디자인 탓에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대중 전통주 시장은 고 배상면 국순당 회장의 세 남매 배중호 국순당 대표, 배영호 배상면주가 대표, 배혜정 배혜정누룩도가 대표가 이끌고 있다. 국순당은 고 배상면 회장이 1952년 설립한 기린주조장이 모태다. 1994년만 해도 매출 20억원 안팎의 ‘술도가’에 불과했던 국순당은 백세주의 히트로 2002년엔 매출액이 1000억원대로 껑충 뛰었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은 180억원으로 초라하다. 전통주 산업이 쇠퇴기를 걸으면서 시장 규모 자체가 크게 축소됐기 때문이다. 올해 초 불거진 ‘가짜 백수오’ 논란에 백세주가 휘말리면서 급기야 시중에 풀린 백세주 3종을 자진 회수하는 등 위기를 맞았던 배중호 대표는 최근 새로운 약재와 레시피로 빚은 백세주 신제품을 선보였다. 백수오를 빼고 인삼과 오미자 등의 비중을 높여 한방 풍미를 강화했다. 배상면주가의 배영호 대표도 지난 5월 알코올 도수를 7도로 낮춘 스파클링 약주 ‘산사춘S’를 선보이며 한때 매출 300억원에 육박했던 산사춘의 영광을 재현하려 노력 중이다.

와인·맥주 등 수입 경쟁 치열

수입 주류 시장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다. 와인과 수입 맥주의 성장, 위스키의 정체로 요약된다. 와인은 위스키를 제치고 수입 주류 1위에 올라섰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와인 수입액은 9443만 달러를 기록해 6년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카스, 하이트 등 국산 라거맥주가 지배했던 맥주 시장도 수입 맥주 브랜드가 점유율을 크게 높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억 달러를 넘어선 수입맥주는 올해 들어 7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7% 증가했고, 마트와 편의점에서의 점유율은 40%를 돌파했다.

다양한 와인과 맥주 수입에 대기업 후세들이 뛰어들었고, 와인 하면 ‘비싸고 어렵다’는 인식을 깨려는 각 브랜드별 노력도 빛을 발하는 분위기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특히 애착을 가져 ‘정용진 와인’으로 통하는 신세계L&B의 ‘G7’은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용량의 제품을 선보여 지난해에만 100만 병이 팔렸다. 알코올 도수를 낮추고 미니 용량으로 여심을 자극한 것이 주효했다.

국내 최대 와인수입업체인 금양인터내셔날은 지난 2010년부터 박재범 대표가 이끌고 있다. 그는 전 해태그룹 박건배 회장의 2남 1녀 중 장남이다. 박 대표는 사토 와인을 발굴해 히트시키는 등 사업성과를 낸 바 있다. 박건배 전 해태그룹 회장은 금양인터내셔날의 신제품 테이스팅에 이따금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유업 계열사 중 와인수입사인 레뱅드매일의 박소영 마케팅본부장도 경영 수업중이다. 박 본부장은 김복용 매일유업 창업주의 외동딸인 김진희 평택물류 대표의 장녀다.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UNLV 호텔경영학과 졸업 후 영국의 와인전문교육기관인 WSET에서 고급반 인증을 받았다. 와인이 어렵다는 통념을 깨자는 게 그의 마케팅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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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기사] 서울탁주제조협회의 아성 깨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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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탁주제조협회에서 생산하는 제품들

현재 막걸리 시장 점유율 1위는 서울탁주제조협회(이하 서울탁주)다. 주력 제품인 ‘장수막걸리’를 앞세워 지난해 14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시장점유율은 30% 중 반대다. 1962년 2월에 설립된 서울탁주는 영등포, 구로, 강동, 서부, 도봉, 성동, 태능 등 서울시내 7개 제조장이 회원사로, 가업을 이은 아들들이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회원사의 과감한 투자로 PET 병입 막걸리, 캔 막걸리 등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하지만 서울탁주도 막걸리 시장의 속절없는 추락에 매출이 제자리걸음이다. 막걸리 시장은 2011년 생산량과 매출액, 수출액에서 최대치를 찍은 이후 뒷걸음질만 치고 있다. 제조장이 전국 900곳에 이르고, 아직 전체 주류시장에서 막걸리 매출 비중이 5~6%여서 성장 잠재력이 큰데도 오히려 시장 규모는 작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기존 방식으로는 성장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본다. 수입쌀 사용, 아스파탐 감미료 사용, 플라스틱 용기 사용 등 걸림돌을 벗어나야 전통주의 정체성을 갖추며 시장에 어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를 모두 도입할 경우 소비자 가격 상승이 뒤따른다. 1000원 남짓한 막걸리 가격이 적어도 2000원대로 올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 국순당의 ‘옛날 막걸리고’와 배상면주가의 ‘느린마을 막걸리’ 가격이 2000원대 중반이다.

이 때문에 수출로만 제한했던 대기업의 막걸리 사업 허용 범위를 넓혀서 시장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 나오고 있다. 현재와 같이 시장이 둔화된 상황에서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제한된다면 일부 중소 업체의 점유율만 굳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 또한 서울탁주에겐 불리하다. 최근 주목받는 양조장들은 대부분 국내 쌀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탁주는 수입 쌀 사용량이 80%에 이른다.

내년부터 도입되는 하우스막걸리 제도도 업계 판도의 변수다. 정부는 전통주 육성을 위해 음식업자가 탁·약주 등을 제조해 자신의 영업장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즉 소규모 전통주류 제조면허 신설을 통해 음식점 등에서 손쉽게 하우스막걸리를 제조·판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체질 개선이 아닌 과당 경쟁을 유도하는 등의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글=포브스코리아 조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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