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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 치유의 일주일, 카리브해 크루즈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산호초가 만들어내는 황홀한 물빛, 새하얀 모래밭, 비치 앞에 늘어선 베어풋(Barefoot) 바와 선 베드…. 환상의 카리브해 동쪽 섬을 크루즈로 돌아보았다. 24시간 열려 있는 다이닝과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승무원, 아침부터 밤까지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을 갖춘 홀랜드 아메리카 라인 크루즈는 진정한 자유 그리고 치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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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년 전통의 홀랜드 아메리카 라인
“굿 모닝 레이디스 앤 젠틀맨. 디스 이즈 유어 캡튼, 이튼. 투데이 이즈~.” 영국식 악센트가 매력적인 선장의 아침인사가 잠을 깨웠다. 눈을 뜨자마자 그대로 누운 채 몸을 돌리고 베란다 커튼 사이로 보이는 바다와 오렌지빛 하늘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카리브해에서의 첫날 아침이다.
홀랜드 아메리카 라인의 8만 톤급 크루즈, 웨스테르담호 베란다 객실 안. 8만 톤급 크루즈는 코끼리 2만 마리 정도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거대한 바다 위 호텔이다. 총 길이는 약 285m. 이 배를 소유한 홀랜드 아메리카 라인은 1873년 설립해 네덜란드에서 신대륙으로 떠나는 이민자를 비롯해 1,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용한 140년 전통을 자랑하는 선사다. 8만 톤급 중형(현재 가장 큰 크루즈는 22만 톤이 넘는다) 선박만 고집하는데, 10만 톤이 넘는 선박에서는 자칫 서비스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웨스테르담호의 최대 승객 수는 1,916명, 승무원은 817명으로 승무원 한 명당 승객 2.3명꼴이다. 오랜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자카르타에 있는 크루즈 스쿨에서 제대로 서비스 교육을 받은 승무원들이 고객의 작은 요구에도 귀 기울이는 선사로 유명하다. 그 덕에 유수의 여행 잡지 <콘데나스트 트래블러>, <트래블 앤 레저>에서 독자 선정상과 월드베스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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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일으키는 사이 노크 소리와 함께 따뜻한 아침식사가 배달됐다. 커피와 갓 만든 스크램블드에그, 바삭하게 구운 베이글. 어젯밤 미리 주문해둔 메뉴다. 매일 저녁 웨스테르담호의 각 룸에는 조식 주문서가 배달된다. 메뉴 옆에 원하는 수량과 배달 시간을 체크한 뒤 문고리에 걸어두면 다음 날 아침 원하는 음식을 갖다 준다. 객실에서 식사하는 것이 답답할 때는 24시간 오픈하는 뷔페 리도(Lido)로 올라간다. 원하는 재료만 들어 있는 스크램블드 에그와 바로 구워주는 와플을 먹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돔 커버가 열리는 9층에 자리해 시원한 바닷 바람을 맞으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고급 다이닝을 즐기고 싶을 때는 매일 저녁 자동으로 예약되는 레스토랑 비스타 다이닝으로 향한다. 웨스테르담호에서는 특정 식당과 알코올, 음료를 제외하고는 무엇이든 먹을 수 있으며, 식사 요금은 크루즈 비용에 모두 포함되어 있다. 이는 ‘As you wish dining’이라는, 그때 그때 고객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한 서비스다. 기항지에서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는 자유다. 어떤 이들은 기항지로 나간 사람들의 빈자리를 즐기려는 듯 일부러 배에 머무르고, 또 어떤 이들은 수영복을 입고 승선카드만 든 채 산책하는 기분으로 주변에서 해수욕을 즐긴다. 보통 배가 정박하는 크루즈 센터 근처에는 걸어서 5분 이내에 비치나 해수욕장, 쇼핑센터가 자리해 있다. 물론 한 곳이라도 더 보고 무엇이든 더 해보고 싶은 관광객을 위한 다양한 기항지 투어(Shore Excursions)를 선택하는 사람도 많다. 접수처가 마감되기 전까지 원하는 투어를 신청하면 룸으로 투어권이 배달된다. 배가 정박하는 6~7시간 동안 할 수 있는 활동은 의외로 다양하다. 열대우림을 탐험할 수도, 카약킹이나 스노클링, 스쿠버다이빙을 할 수도, 그도 아니면 해변가에서 캐리비안 럼(Rum)을 실컷 마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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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항지에서 돌아와도 ‘쉽 머스트 고온!’ 각종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어 쉴 틈이 없다. 특히 미국 ABC 방송국의 <댄싱 위드 더 스타>를 배 안에서 간접 체험할 수 있는 <댄싱 위드 더 스타 앳 씨>는 홀랜드 아메리카 크루즈 라인의 인기 프로그램이다. 총 3회 진행하는데 탱고, 차차차 등 댄스스포츠 한 종목을 레슨하고 바로 그 자리에서 대회를 열어 1등을 선정한다. 프로그램의 인기도 대단하지만 강사들의 매력적인 몸짓이 인상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매일 저녁 무대에 오르는 프로 댄서 겸 가수이기 때문이다. 동작 하나하나가 매혹적이어서 넋을 잃고 보다가 진도를 따라가는 데 애를 먹는 사람들도 많다. 일행과 탱고 레슨을 받으며, 자꾸 틀리는 것이 우습기도 하고 몸을 움직이는 것이 즐거워 춤을 추다가 한바탕 웃기를 반복했다. 그런 우리를 지켜보던 한 강사가 “빼지 말고 대회에 나가봐”하며 어깨를 툭 쳤다. 순서도 모르는데, 대회는 무리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준우승을 차지한 할아버지를 보니 스텝도 외우지 못하는 게 아닌가. 그럼에도 표정과 제스처는 프로 못지않았다. <댄싱 위드 더 스타 앳 씨>가 진행되는 퀸스 라운지 외에도 나이트 쇼나 뮤지컬, 빙고 등 메인 프로그램을 수시로 진행하는 비스타 라운지와 저녁 만찬을 즐길 수 있는 비스타 다이닝, 게임을 할 수 있는 보드 룸과 흥미로운 전쟁터 카지노, 나이트클럽과 클래식 연주가 매일 밤 울리는 아트리움 바 등은 모두 2층에 모여 있다. 대부분의 메인 프로그램이 같은 층에서 진행되므로 일단 2층에서 상황을 지켜보다 원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해도 된다.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 그저 여유를 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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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싶다면 산책길이 나 있는 3층 프라머네이드(Promenade) 덱이나 배 위인 9층이나 10층으로 나갈 것. 곳곳에 의자와 선 베드가 준비되어 있다. 가만히 누워 바다를 보며 생각에 잠기거나,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기 좋다. 특히 배 위 야외 풀 근처는 꼭 가볼 것. 바닷바람을 맞으며 앉아 있는 것도 좋지만, 그곳에서 느긋하게 여유를 즐기는 북미인의 태도를 배우고 나면 여행의 즐거움이 배가된다. 한번은 배 안에서 길을 잃은 적이 있다. 어느 날 밤, 풀 근처 테이블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훌라 게임을 하다 돌아가려는데 아무리 돌아다녀봐도 내 실을 찾을 수가 없었다. 과일 향 맥주를 마신 탓인지, 밤바다에 취한 건지 정신없이 서성이는데 때마침 구세주가 나타났다. 민망한 표정으로 승무원에게 방 번호를 말하자, 그는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영어로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굿 나잇~”을 외치자 그는 싱긋 웃으며 한국말로 화답했다. “안녕히 가세요~.” 카리브해, 영어로 캐리비언(Caribbean). 캐리비언 하면 많은 사람이 <캐리비안의 해적> 속 투명한 물빛을 떠올릴 것이다. 7,000여 개의 화산섬, 석호(라군)나 해저 같은 복잡한 해양 환경, 연평균 27도의 따뜻한 수온 덕에 카리브 바닷속에는 산호가 무성하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처럼 물빛이 맑고 깨끗하다. 카리브해 크루즈는 대개 동부, 서부, 남부로 나뉘어 운항하는데 웨스테르담호는 7일 동안 그랜드터크 섬, 산후안, 세인트마틴 섬, 하프문케이 등 동부 네 개의 기항지를 거쳐 포트로더데일로 돌아오는 ‘이스턴 캐리비언’ 크루즈다. 바닷빛이 인상적인 그랜드터크 섬에서는 카약킹에 도전했다. 그랜드터크 섬은 영국령 터크스 케이커스 제도(Turks and Caicos Islands) 중 터크 제도의 가장 큰 섬으로 1492년 콜럼버스가 처음 상륙한 신대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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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약킹 포인트는 노스 크릭(North Creek)과 바다가 만나는 좁은 라군. 맹그로브로 둘러싸인 라군 끝에 위치한 모래언덕에 오르면 라군과 큰 바다가 양옆으로 펼쳐진다. 카약에 앉아 바라보는 바다와 하늘이 눈부시다. 미국령인 푸에르토리코의 수도 산후안과 반은 네덜란드령, 반은 프랑스령인 세인트마틴 섬에서는 해안가 성곽을 따라 걸었다. 산후안(San Juan)은 16세기 에스파냐 식민지 시절 서인도 제도와 유럽을 잇던 무역 거점이자 군사 기지로 영국, 프랑스 등의 습격을 자주 받았는데 당시의 요새를 잘 보존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요새인 산크리스토발은 미로 같은 구조로, 위치에 따라 달리 보이는 해안 뷰가 인상적이다. 이곳에서 도보로 30분 정도 떨어진 엘 모로 요새는 가파른 절벽에 자리 잡아 드라마틱한 풍경을 보여준다. 아침부터 쏟아진 비 때문에 약간 속상했는데, 대신 타는 듯한 저녁 노을을 만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하늘을 바라보며 우두커니 서 있었다. 세인트마틴(Saint Martin) 섬에서는 프랑스령의 중심지 마리곳(Marigot)의 오래된 요새, 루이스 요새에 올랐다. 전쟁으로 허물어진 성곽과 바람에 날리는 프랑스 국기, 거친 바위와 잡초가 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새하얀 요트가 정박한 심슨 베이 라군과 마리곳 만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세인트마틴에서는 신기한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마호 비치(Maho Beach)에서 보는 거대한 비행기다. 마호 비치 바로 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프린세스줄리아나 공항이 자리해 그곳에 착륙하는 비행기가 낮게 날기 때문에 해변에 누워 코앞을 나는 듯한 비행기를 볼 수 있는 것. 그래서인지 비행기가 착륙할 시간이면 비치의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를 꺼내 들고 있는 해프닝을 연출한다. 미국의 유명 잡지 <포트홀 크루즈 매거진>이 베스트 프라이빗 섬으로 네 차례나 선정한 하프문케이(Half Moon Cay)에서는 바다 승마를 체험할 수 있다. 하프 문케이는 웨스테르담호의 홀랜드 아메리카 선사가 소장한 프라이빗 섬이다. 육지에서 간단히 승마를 배운 뒤 천천히 섬을 돌다가 바닷속에 들어가 말을 타는데, 물 위라서 다칠 염려 없이 승마를 즐길 수 있다. 시원한 바다에서 그림 같은 섬들을 바라보며 말을 타고 거침없이 달리는 기분이 상쾌하다. 뭐니 뭐니 해도 카리브해 섬을 참된 낙원으로 만드는 건 이곳 사람들이다. 여유로운 미소를 짓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까지 무장해제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풍경에, 체험에, 사람에 취해 정신없이 기항지를 돌아다니다 보면 멀리서 뱃고동이 울린다. 이제 그만 배로 돌아오라는 신호다. 배에 오르면 친근해진 승무원들이 승선카드를 바코드로 찍으며 말한다. “웰컴 홈~.” 언제부터인지 그 말을 들으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푸근해졌다. 일주일 동안 웨스테르담호는 또 다른 집이 된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홈시크를 겪고 있다. 새벽만 되면 그 침대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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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으며, 해당기관에서 제공한 보도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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