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자금 모아 내실 다지자” 한·중·일 정상, 협력기금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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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다음달 1일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 리커창(李克?) 중국 총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3국 협력기금(TCF·Trilateral Cooperation Fund)을 조성하는 방안에 합의할 것이라고 정부 고위관계자가 27일 전했다.

한국이 제안 … 각국 정부가 출연
공동선언문에 내용 명시하기로
한국 주도로 역사인식 문구 작성
3국 정상회의 정례화도 합의

 이 관계자는 “학계나 시민단체 등 민간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한·중·일 협력이 활성화하고 있다”며 “3국은 이런 협력의 제도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재정기반을 마련할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TCF를 통해 자금력이 확보되면 협력 프로젝트도 더 내실 있게 돌아갈 것이고, 참여 인원과 규모도 커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TCF는 한국이 먼저 제안하고, 중국이 지지하면서 논의 속도가 빨라졌다고 한다. 3국은 정상회의 뒤 채택할 공동선언문(Joint Declaration)에 TCF 조성에 관한 내용을 담을 계획이다.

 TCF의 규모나 운용 방법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으나 각국 정부가 일정 금액을 출연하는 방법이 유력하다고 한다. 기업 등의 참여를 유도, 출자를 받는 매칭펀드 형식으로 운용할 가능성도 있다.

 공동선언문에는 이 밖에도 역사 인식 문제가 주요하게 다뤄질 것이라고 외교부 당국자는 설명했다. 한국 측이 주도해 올바른 역사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의 문구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앞서 올 3월 3국 외교장관회의에선 “역사를 직시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는 정신을 바탕으로, 3국이 관련 문제들을 적절히 처리하고 양자관계 개선 및 3국 협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는 문구의 공동발표문을 채택했다. 이번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에도 비슷한 수위의 표현이 들어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핵 문제에 공동대응한다는 내용도 공동선언문에 들어간다. 하지만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중국의 우려를 감안해 ‘북한 비핵화’보다 ‘한반도 비핵화’란 표현이 쓰일 가능성이 크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3국 외교장관회의에서도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개발 반대”라는 표현을 썼다.

 3국 정상은 공동선언문을 통해 한·중·일 정상회의의 정례화에 합의할 것이라고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원래 2013년 5월 한국이 의장국이 돼서 3국 정상회의를 주최해야 했지만, 한·일 및 중·일 갈등 때문에 회의를 열지 못했다”며 “이번에 어렵게 정상들이 만나는 만큼 3국 협력의 복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정례화에 관한 내용을 넣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상회담 일정 한·일 신경전 계속=한·중·일 정상회의가 임박한 상황이지만 정상회담 일정을 두고 한·일 간 신경전은 계속되고 있다. 청와대가 전날 일본 측에 “11월 2일 정상회담을 제의했다”고 밝힌 데 대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27일 “그런 보도를 한 것을 나는 모른다. 어쨌든 회담을 최종 조정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외교부 노광일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제안받은 사실을 부인한 게 아니라) 보도 내용을 모른다고 답변한 걸로 안다”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동북아평화협력포럼 정부 간 협의 참석차 방한한 이시카네 기미히로(石兼公博)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이날 오후 외교부 이상덕 동북아국장을 만나 정상회담과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일 정상회담 일정은)조만간 조정이 되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이시카네 국장이 일본 기자들을 만나 “(2일 제의를 받은 사실이)없다”고 했다는 이야기가 나왔으나 외교부 측은 와전된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당국자는 “기자들이 한·일 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됐느냐고 물어 이시카네 국장이 ‘그런 것은 아니다’고 답한 것이란 설명을 주한 일본 대사관으로부터 들었다”며 “만약 정말 제의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했다면 이상덕 국장과의 면담에서 문제를 제기했을 텐데 그런 이야기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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